정부 대출로 버텨...3년 동안 ‘빚더미’
이제 물러설 곳 없어...코로나 이후가 더 걱정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인근의 한 폐업 소상공인 업체 앞에서 가게 주인이 유리창에 폐업 종이를 붙이고 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인근의 한 폐업 소상공인 업체 앞에서 가게 주인이 유리창에 폐업 종이를 붙이고 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코로나19 여파로 폐업 직전까지 갔던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대출로 연명했지만, 오히려 이러한 대출이 그만두지도 못하고 빚만 더 늘리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오히려 코로나 이후에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숙박음식·여가서비스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었다. 이에 정부는 지원 정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정 부분 손쉽게 대출을 연장하거나 이자도 내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권 대출 상환유예’ 제도는 연 매출 1억원 이하 소상공인은 별도 증빙도 필요 없이 피해 업체로 간주해 대출 상환을 유예해준다.

26일 저축은행과 캐피털에 따르면, 대출의 이자도 못 내고 유예한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1조7000억원으로 6개월 만에 41.7%나 증가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쳐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쳐

업계는 이러한 정책이 폐업했어야 할 곳까지 연명하게 했다며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폐업을 할 경우 심사에 따라 대출금 일시상환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출금 부담으로 폐업을 더욱 미루는 추세다.

지난 24일 조선일보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자영업자 길거리 경기’ 1분기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800명의 자영업자의 61.3%는 “대출로 버티고 있다”고 응답했다. 2~3개월 후 물가 전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0.6%가 “더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겨우 회복하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물가와 인건비, 배달료가 너무 오르고 경제가 위축된 상태라 적자의 연속”이라면서 “더 이상 적자를 늘리지 않기 위해 폐업을 고민해봐도 폐업하려면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야 한다기에 엄두도 못 내고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폐업도 서러운데 빚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자영업자가 폐업을 못 하는 이유 4가지’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을 남긴 점장 B씨는 폐업하지 못하는 이유로 ▲회수하지 못하게 될 권리금 ▲폐업 이후 원상복구 비용 ▲폐업 이후 갚아야 할 대출금 ▲폐업 신고 후 날라올 엄청난 세금을 꼽았다. 이 글에 공감한 자영업자들은 모두 해당이 된다며 웃픈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는 자영업자들이 코로나만 지나가면 된다는 생각에 ‘버티고’ 있는 입장이 많은데 일상 회복 이후 정부의 대출이나 재정지원이 없어지면 대출금 상환부터 인건비 및 물가 인상 등 지옥이 기다릴 것이라며 오히려 현실을 자각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사경제신문=김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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