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생 남성 10명 중 6명은 ‘미혼’...주거비용 부담↑
신혼살림은 아파트에서 해야...첫 시작 부담으로 결혼 미뤄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시작되는 양극화 무시 못 해”

결혼식 모습. 사진=김주현 기자
결혼식 모습. 사진=김주현 기자

갈수록 결혼의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아파트와 빌라 선택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주지 양극화 부담으로 처음 시작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첫 시작부터 주저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 집값 폭등과 전세대란을 만들었고, 결혼 저하를 부추겼다. 미혼남녀 다수가 살인적인 집값으로 결혼을 반포기하던가 결혼계획이 있더라도 아파트를 사려고 결혼을 미루는 선택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결혼을 미루게 되는 중요 요인인 집값과 출산·양육의 경제적 부담 중 결혼 후에 나타나는 출산과 양육 부담은 뒤로 미루더라도 당장 결혼하면 신혼살림을 꾸려야 하기에 거주 문제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 과도한 주거비용

국토연구원이 수도권과 부산에 사는 1인 가구 청년 500명을 상대로 주거비 부담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했다. 이 결과 내 집 마련(87.2점), 출산·양육(86.7점), 결혼(83.1점), 연애(65.4점) 순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경기도가 발표한 ‘결혼, 자녀, 저출산과 관련한 도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남녀가 결혼하지 않은 이유로 남성이 꼽은 1위는 출산·양육 부담(32%)이었고, 다음이 과도한 주거비용(29%), 개인의 삶·여가 중시(17%), 이상적 배우자 못 만남(7%) 순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1983·1988년생 인구동태 코호트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2019년 기준)를 보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88년생 남성 10명 중 6명은 미혼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중 90.9%는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천정부지로 오른 아파트값에 비해 빌라값은 비교적 진입하기 쉽다. 빌라매매는 8~90% 대출이 나오고 크게 무리하지 않아도 좋은 평수를 살 수 있지만, 아파트의 진입장벽은 점점 높아져만 간다.

인생의 최고 이슈가 돼버린 아파트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김주현기자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김주현기자

청년들은 진짜 문제는 단순 주거비용이 아닌 아파트값이 문제라고 말한다. 아파트를 자산의 증식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혼 비용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이 ‘거주’인데 한번 놓치면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실제 비교적 빨리 결혼해 가정을 꾸린 커플의 경우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까닭이다. 이렇기 때문에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들도 빌라보다는 조금 더 돈을 모아 아파트를 얻어서 결혼하려는 추세다.

시사경제신문은 미혼남녀 세 명을 인터뷰했다. 아파트에 살려고 하는 이유를 크게 본인과 부모의 성적표가 된다는 것과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격차, 커뮤니티 양극화를 꼽았다.

최근 아파트로 본인과 부모가 남들의 이목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성적표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인천 청라에 사는 유모(30)씨는 “요즘은 결혼 얘기를 할 때 아파트가 아닌 곳에서 시작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며 “평범해 보이려면 아파트를 고집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본인들은 단칸방에서 시작했다고 하는 기성세대들조차 자신 자식은 아파트에서 시작하길 바라고, 빌라에서 신혼을 시작한다고 하면 결혼하지 말라고 말한다”며 주위에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진 커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웨딩 부케. 사진=김주현 기자
웨딩 부케. 사진=김주현 기자

아파트를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짙어졌다. 결혼을 앞둔 김모(35)씨는 주위에 빨리 결혼한 친구들은 먼저 아파트를 사 많은 시세 차익을 얻었다며, 처음 시작할 때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앞으로 그 격차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아파트가 최고의 주거공간은 아니지만, 한국사회의 확실한 재테크로 자리 잡은 게 크다는 것이다.

또한 “요즘은 아파트로 애들 급도 나누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신축아파트 안에는 커뮤니티센터가 지어져서 그 안에서 끼리끼리 노는데 근처 빌라를 살면 도태된 이웃들이랑 놀고 내 자식들도 학교 가서는 아파트 사는 애들이랑 어울리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서구 가양동에 사는 서모(34)씨는 “요즘은 최소 서울 아파트 반전세 이상이 결혼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며 서울 아파트 전세 턱턱 들어가는 친구들 보면 월세로 시작하는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이고, 현실은 금리도 올라 월세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너도나도 대학’이었다면 지금은 ‘너도나도 아파트’

김명수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은 “과거에 ‘너도나도 대학’이 있었다면 지금은 ‘너도나도 아파트’가 있다”며 “시대가 흘러서 사람들의 니즈도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청년들은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악착같이 사는 게 현실”이라며 “결혼에 대한 부담을 줄여줘야 되는데 결혼이라는 것에 문턱이 높다. 정책의 일관성과 합리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김승기 미래국정포럼 사무총장은 “혼인·출생률 하락에 비해,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아파트값 상승으로 결혼을 미루는 현상이 안타깝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서 결혼을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시사경제신문=김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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