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건설 업종 '유진기업', 면세점 사업 매각 '파라다이스글로벌' 등 참여

서울 시내 면세점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입찰에 유진기업, 파라다이스글로벌 등 대기업군 못지 않은 기업들이 참여해 경쟁을 벌인다.

이들 기업의 면면을 보면 사업을 포기했던 회사의 실질적인 지주사가 다시 발을 담그려 하거나 전혀 업역이 다른 건설관련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가 단독으로 도전하는 경우여서 중소·중견기업에 기회를 넓히자는 취지가 무색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세청은 오는 6월 1일 입찰을 마감하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입찰자격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일반경쟁(2개)과 자산과 매출 등을 기준으로 제한을 둔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입찰(1개)로 나눠 진행한다.

28일 현재까지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입찰에는 △파라다이스글로벌 △유진기업 △하나투어 △하이브랜드 △중원면세점 △한국패션협회 △그랜드관광호텔 등 7곳이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혀 최소 7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현대백화점,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호텔롯데, SK네트웍스, 이랜드 등이 참여하는 일반경쟁입찰은 2곳을 선정하기 때문에 이보다 경쟁률이 2배나 높은 셈이다.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으로는 유진기업, 파라다이스글로벌, 하나투어 등을 꼽을 수 있다.

유진기업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9445억원, 매출은 4840억원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파라다이스글로벌의 자산규모는 6792억원, 매출은 2130억원이다.

하나투어는 해외 여행객 증가에 힘입어 2014년 전년비 6% 가량 증가한 31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산은 3645억원 규모다. 

이들 기업은 개별회계기준 자산규모 1조원, 최근 3년 간 연 매출 평균 5000억원을 넘지 않아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 입찰 참여자격이 주어졌다.

하지만 규모는 대기업군 못지 않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3575억원으로 유진기업보다 작다.

이중 유진기업은 면세점과는 업역이 전혀 다른 기업이 도전하는 케이스다.

유진기업은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4840억원)에서 레미콘 비중이 88.8%(4296억원) , 건자재유통 8%(3898억원), 건설 0.7%(30억원), 골재 1.9%(93억원) 등 사업 매출의 99% 이상을 건설 관련 업종이 차지하고 있다.

파라다이스만 해도 호텔과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데다 면세점 사업 경험이 있고, 하나투어도 여행과 호텔을 주 업종으로 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군 뿐만 아니라 중 대기업군을 살펴봐도 유일하게 소매·유통업이나 호텔·관광 등 관련 업종을 영위하고 있지 않은 기업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면세사업을 위해 설립하는 별도 법인인 '유진디에프앤씨(EUGENE DF&C)'도 유진기업이 100% 출자해 지분을 독식한다.

하나투어나 현대백화점이 면세점과 관련한 업종에 발을 담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명품·여행·면세점 등 다양한 기업을 참여시켜 촘촘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관광명품협회, 공연기획사 등과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사업에 참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유진기업은 옛 여의도 MBC사옥을 사업 후보지로 정하고 1만㎡ 이상의 대기업 못지 않은 크기의 면세점을 추진한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면세점과는 성격이 다소 다를지 몰라도 과거 하이마트를 통해 유통업을 경험했다"며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접목한 면세점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는 포기했던 면세사업에 재도전하는 경우다. 이 회사는 부산에서 운영하던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지난 2012년 신세계그룹에 매각하며 면세점 사업을 포기했었다.

파라다이스면세점은 신세계에 매각되기 전해인 2011년에 매출 1442억원, 영업이익 41억원으로 나쁘지 않은 실적을 올리는 등 성장세에 있었다. 하지만 파라다이스는 주력사업인 카지노에 집중도를 높이고 호텔롯데, 호텔신라와 같은 '빅 플레이어'에 비해 사업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업을 정리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부산이라는 지리적인 한계도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매각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서울 시내 면세점은 향후 성장성이 주목되는 만큼 다시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라다이스의 사업 후보지는 서울 명동 SK건설 명동빌딩이며, 3~9층에 걸쳐 연면적 약 9000㎡ 규모의 면세점을 계획하고 있다.

올 초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하면서 면세 사업에 진출한 하나투어는 인사동 소재 본사를 사업 후보지로 정했다. 토니모리, 로만손 등 11개 사와 'SM면세점' 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에 도전하고 있다. 인사동은 외국인의 서울지역 주요 방문지 중 하나인데다 본사 바로 앞에는 자회사인 마크호텔이 운영하는 센터마크호텔도 있어 손님 집객에 유리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하나투어 측의 설명이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입찰이 진행되면 서울 시내 면세점은 기존 6개에서 9개로 늘어나 앞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과거 애경이나 한진 처럼 사업을 접은 사례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중소·중견은 기업규모나 사업장 크기를 따지기 보다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는 알찬 사업장을 선정하는데 중점을 두고 심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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