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분야 연구기관에서 직급이 높을수록 남녀 성비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은 2일 '2020년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과학기술분야 연구기관에 재직하면서 경력단계가 높아질수록 성비격차가 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이공계 대학 272개, 공공연구기관 234개, 100인 이상 민간기업 연구기관 4천203개 등 과학기술 분야 4천709개 연구기관이다.

재단은 작년 6월부터 10월까지 이들 기관 내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에 참여하는 연구직 및 기술직의 2020년 채용·보직 현황, 근무환경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2020년도에 재직 중인 여성과학기술인은 총 5만4201명으로 직전 연도(2019년) 5만191명과 비교해 7.9% 늘었다. 2020년에 신규 채용된 여성과학기술인은 6132명으로 2019년 5995명에 비해 2.3% 증가했다.

관리직을 맡은 여성 과학기술인력은 2019년 3832명에서 2020년 4187명으로 9.2% 늘었다. 관리직은 이공계 대학에서 학과장·학부장 이상, 연구기관은 팀장급 이상으로 규정했다.

반면 여성 과학기술인력의 비율은 경력 단계가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여성인력의 비중은 신규채용 단계에서는 28.1%를 차지했으나, 재직 21.5%, 관리직 12.0%, 연구과제책임자 11.4% 등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낮았다.

이에 따라 남성과의 성비격차는 신규채용 43.0%, 재직 57.0%, 관리직 76.0%, 연구과제책임자 77.2%로 벌어졌다.

민간기업 연구기관의 경력 단계별 여성 재직자의 비율은 신규채용 20.9%, 재직 16.3%, 보직 9.4%이었다.

제단은 전체 여성 과학기술인력의 절반 이상(53.1%)이 민간기업 연구기관에서 근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여성 활용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 기관들에서 출산 전후 휴가, 임신 여성 보호, 육아휴직 등 일·생활 양립을 위한 법적 의무제도의 운영률은 90.2%로 나타났다.

불임휴직제, 수유 시설 운영, 유연근무제 등 자율적 제도 운영률은 60.5%로 비교적 미흡했다. 다만 2016년 운영률 53.8%보다는 6.7%증가했다.

2020년에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한 사람은 1852명으로, 이 중 남성이 28.2%(523명)였다. 이는 2017년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전체의 9.8%에 그쳤던 것보다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안혜연 재단 이사장은 "여성과학기술인의 경력단절 예방과 복귀 지원을 확대하고 민간기업의 여성인력 활용을 독려하는 유도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여성의 이공계 유입 확대, 즉 모수를 절대적으로 늘리는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사경제신문=김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