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모델···누구나 가능, ‘노력과 투자’는 필수

로포트런웨이코리아(대표 노장덕) 소속 모델들이 야외 런웨이를 하고 있다.
로포트런웨이코리아(대표 노장덕) 소속 모델들이 야외 런웨이를 하고 있다.

최근 액티브 시니어(활동하는 시니어)가 뜨고 있다. 이들에게 나이는 문제 되지 않는다. 100세 시대에 60, 70대는 중년인 셈이다. 몇 년 전부터 붐을 이어 온 시니어 모델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전문 모델업계로 진출하는 시니어 모델이 늘고 있다. 모델학원·백화점 문화센터의 시니어 모델 양성과정에는 이들이 몰리고 있다. 광고에 출연하는 시니어 모델들의 폭이 넓어졌다.

인생 후반전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열정을 쏟는 시니어 모델은 또래들에게 희망과 도전정신을 북돋운다.

서울 강남의 한 에이전시, 젊은 강사(이루영)의 지시에 따라 나이 지긋한 일군의 여성들이 캣워킹 중이다. 강사의 한 마디 한마디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시니어 모델을 꿈꾸는 이들에게 모델 출신 강사는 닮고 싶은 롤모델이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시니어 모델 열풍이 불고 있다. 시니어 모델 에이전시와 일반 모델 에이전시, 그리고 백화점 문화센터와 평생교육원에 시니어 모델 양성반이 늘고 있다.

일반 모델 에이전시도 시니어 모델 과정을 추가 개설 중이다. 이곳을 찾는 시니어들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전국 40여 개 백화점에 시니어 모델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다. 이곳은 시니어 모델에 대한 붐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이러한 붐은 지난 몇해 전 KBS 1TV ‘인간극장’에서 시니어 모델 김칠두 씨를 방영한 것과 무관치 않다.

김씨는 늦깎이 모델로 데뷔했다. 그는 이상봉 디자이너 패션쇼에 등장해 활동하면서 성공한 모델 중 한 명이 됐다.

김성은(1960년)씨 또한 한복 모델로서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등 세계를 누비며 활동 중이다. 수학교사로 재직했던 그녀는 자녀들을 모두 대학에 보내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모델에 도전하게 됐다. 2016년부터 국내 각국 대사관 행사 때 한복 패션을 선보여 왔다. 2017년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미시즈 아시아 인터내셔널’, 2018년에는 미국 유엔본부와 카네기홀에서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모델 김성은(1960년).
모델 김성은(1960년).

김씨는 “원래 얌전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다. 원하던 일을 하면서 활기를 찾았고 변화무쌍한 삶을 살면서 능동적인 인생을 살게 됐다”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교류를 통해 한복의 아름다움을 홍보할 수 있어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령 모델 소은영 씨는 ‘국내 시니어 모델 1호’로 꼽힌다. 그녀는 현재 패션브랜드 전문모델로 활동 중이며, 여러 방송에 출연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소은영 씨는 2017년 서울패션위크에서 열린 남성복 패션쇼에서 시니어 모델로서 최초로 여성복 차림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행사를 이끈 박종철 디자이너는 “무대 연출과 시니어 모델의 적절한 어울림으로 쇼가 빛날 수 있다” 말한다. 박 디자이너는 시니어 모델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부족한 패션업계에서 이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시니어 모델 붐이 당분간은 지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과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시니어 모델 양성에 나서 80~90명의 전문 시니어 모델을 지도하고 있는 이루영 강사는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모델에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며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멋쟁이 시니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시니어 모델도 소정의 수고비를 받는다. 이들의 양성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며 “경기가 좋아져 광고 시장이 살아나면 시니어 모델의 활용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델업계에 따르면 근래 자동차, 보험, 캠페인, 공익, 상조 분야 등에 일반 시니어 모델의 활약이 늘고 있다. 모델료가 저렴하고 메시지를 보다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니어 모델들의 활발한 활동과 이들의 양성이 늘어난다고 해서 국내 시니어 모델 시장이 성숙 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국내 패션쇼에 시니어 모델이 런웨이를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제한돼 있다. 패션광고 촬영 건수도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시니어 모델들의 보수는 그리 많지 않다. 패션 룰북 촬영은 시간당 10~15만 원 선이다. CF촬영은 역할에 따라 70~300만 원 정도다. 그렇지만 보수가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돈’만이 목적인 시니어 모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강남의 한 모델 전문학원에서 만남 김형문 씨(65·경남 함양)는 “돈을 벌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다. 또래들과 어울리며 활동하는 것이 즐겁고 삶의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델 활동은 돈을 떠나서 건강을 챙기는 좋은 운동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델 워킹은 바른 자세로 걸음을 걷게 해 주는 최적화된 운동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몸을 구부정하고 8자 걸음을 걷는다. 하지만 모델 워킹은 여자는 1자 남자는 11자 워킹 훈련으로 바른 자세 교정에 도움을 준다.

시니어 모델의 등장과 활약은 노인세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러한 시니어들이 많아지면서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노인세대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시니어 모델은 누구나 시작은 할 수 있지만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들을 양성하는 곳은 전문기획사 및 일반업체가 있다. 시니어 모델을 원하는 이들은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늘고 있지만,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투입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시니어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9개월의 교육기간을 거쳐야 한다. 보통 주 1~2회 3개월 과정의 기초반·중급반·전문반을 차례대로 이수해야 한다. 스트레칭, 자세 교정, 워킹, 포토포즈, 턴, 워킹자세 & 테크닉, 광고미팅/오디션 훈련 등을 받게 된다.

기초반에서는 선글라스, 넥타이, 모자 등 패션소품 연출법을 배울 수 있다.

전문반에서는 한복 워킹과 가방 연출법 등을 깊이 있게 배우게 된다. 이때가 되면 패션 디자이너와 오디션 기회도 종종 가질 수 있다. 모델 수요를 넓히기 위해 일부 모델 교육기관에서는 연기를 가르치는 곳도 있다. 연기가 가능한 자는 모델로서 수명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시니어 모델 교육과정이 늘고 있다.

전문 모델업체 교육비가 3개월에 120만 원~300만 원 정도인 데 비해 이곳은 10주에 15만 원 정도로 부담이 적다. 자신의 진로를 모델로 확정한 사람이 아니라면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취미로 즐기는 것도 좋다. 시니어 모델 교육과정은 대부분 지망생에 대해 나이, 키, 몸무게 등 신체조건을 내걸지 않다. 일반 비용과 신체조건의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는 이들은 또래들에게 삶의 활력을 전하고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인생 후반전을 위한 시니어 모델 대비, 남은 인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모델 이루영.
모델 김형문.
모델 김형문.
모델 박수자.
모델 박수자.
모델 이미숙.
모델 이미숙.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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