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순/한화생명금융서비스 자산관리사

맥아더 장군은 한국이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폐허가 되었을 때 100년은 걸려야 사람 사는 모양의 국가를 이루게 될 것이라 말했다. 전쟁의 결과가 너무나 참혹했기 때문이다. 그때 전쟁 이후 태어난 1955년에서 1963년생을 우리는 1차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그들은 ‘한강의기적’을 이끈 산업의 주역이기도 하지만 1997년 IMF를 거치면서 격동의 시대를 이겨내 온 산업역군이기도 했다. 맥아더 장군의 말이 무색하리만큼 말이다.

‘둘도 많다 1명만 낳아 잘 키우자’산아제한 정책부터 1968년에서 1974년 출생자를 2차 베이비부머로 보는 견해도 있다. 2020년에는 베이비부머의 맏이인 1955년생이 법적으로 65세 노인인구로 진입했다. 폐허에서 이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냈고, 부모를 봉양했으며, 자녀까지 돌보면서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겨를도 없이 살아왔다. 그리는 사이 이들 중 70%는 벌써 기초연금 수급자가 되었다.

은퇴와 혜택받지 못하는 복지제도

은퇴(Retirement)의 개념은 엄격히 말해서 내가 일했던 노동시장에서의 철수를 의미한다. 자신이 일생을 살면서 해냈던 가장 중요한 직업(Life Time Main Job)에서 퇴직을 의미하기도 한다. 농경사회나 전통사회에서의 은퇴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였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라는 용어가 생겼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1889년 세계 최초로 노령연금을 도입했다. 미국은 1929년 대공황을 계기로 루즈벨트 대통령과 뉴딜정책 입안자가 사회보장법을 제정했다. 세계적 복지국가 스웨덴은 1913년 적립방식의 공적연금을 도입했다. 복지선진국은 복지제도가 일찍이 시작된 탓에 스웨덴이나 독일은 국민이 은퇴를 기다린다. 열심히 일하고 은퇴는 하고픈 것을 하면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1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이 시작되었고 1994년 개인연금, 2005년 퇴직연금이 시작되었다. 복지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전쟁 후 너무나 짧은 기간에 복지가 시작되었다. 그러니 어찌 넉넉히 준비할 수 있었겠는가?

OECD 노인 빈곤율 1위 대한민국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를 우리는 수명이라 한다. 우리의 수명은 생각보다 길다. 100세 시대를 말할 수 있는 근거로 우리가 통상 60세까지 아프지 않고 살아왔을 경우 부부 중 최종 생존 연령은 97세로 보고 있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우리의 생물학적 나이는 오래 살게 되는데 은퇴 후 경제적 수명은 너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2019년 통계청 ‘고령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50세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속기간은 15.57개월, 60세 이후에도 자신의 주된 일자리에서 머무는 비율은 11.2%에 불과했다. 50세도 안 돼서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 65세 국민연금 수령 시까지는 긴 소득 공백기이다.

반면 우리의 은퇴 준비는 어떠한가? 짧은 은퇴제도의 역사, 짧은 복지의 역사로 인해서 미처 은퇴 준비를 할 겨를이 없이 은퇴를 맞고 있는 우리의 베이비부머들은 낮은 연금 수령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은 자신도 책임져야 했고 부모 봉양과 자녀부양까지 모든 것을 짊어졌던 세대이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의 가구당 보유자산 현황은 자산이 4억4543만원이다. 그중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3억4039만원이고, 가용 순 현금자산은 3453만원에 불과하다. 금융자산은 23.6%, 부동산자산은 76.4%로 터무니없이 금융자산의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조사결과 2인 적정생활비 기준 268만원이 필요하다는데 준비된 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이에 노후가 온 것이다.

OECD평균 노인 빈곤율은 15%인데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5%로 1위이다. 세계 1위의 노인 빈곤국이고 세계 1위의 노인 자살국이기도 하다. 노인 빈곤의 기준은 소득 5분위 중 중간에 속하는 소득 3분위의 절반도 안 되는 소득을 가진 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연금으로 오래 사는 수명리스크 막자

1층 보장인 공적연금으로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이 있다. 2층 보장은 퇴직연금이 있으며, 3층 보장은 사적연금 즉 개인연금이 있다. 이를 3층 연금체계라고 한다. 공적연금인 공무원연금이나 특수직역연금인 군인연금은 강제성으로 인해 그래도 종사자들은 은퇴 후에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 수령액은 국민연금 공단 자료에 의하면 남자 월 79만원, 여자 월 41만원이다. 여자가 적은 이유는 여자는 결혼 후 경력단절로 소득이 끊겨 적은 경우가 많다. 또 여자는 부부 중 남자보다 2세가 어리고 더 오래 살기에 노후 빈곤율이 더 심하다.

2층 보장인 퇴직연금은 본연의 취지로 가지 못하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중간정산을 많이 해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의 경제력을 가진 호주의 퇴직연금 적립비율은 1500조원인데 우리나라는 70조원이니 퇴직연금으로 인한 은퇴준비도 빈약한 편이다.

3층 보장인 사적연금은 1994년에 시작되었고 외환위기와 IMF 겪으면서 해약율이 높아서 수급율 역시 약하다. 사적연금 수령액이 OECD 평균 34%인데 우리나라는 4.5%에 불과하다. 연금을 늘려서 더 받는 방법은 다음 호에서 논하기로 하자.

3중 소득은 3층 연금에서 부족한 평생소득을 보완할 수 있다. 안정적 노후를 위해 집을 줄여서 현금을 늘리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세금을 줄이는 것도 소득이다. 매월 생활비는 주택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도 평생소득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60이 넘어가면 연금을 갉아먹는 것 중 하나가 의료비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잘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노인이 되면서 질병 의료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질병 리스크는 특수질병보험으로 준비할 수 있다.

재교육, 평생 일하기는 큰 은퇴자산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2021년 10월 22일, 우주과학 기술의 비약적 성공을 의미하는 누리호가 발사되었다. 메타버스, 우주여행 등 모든 것이 변한 세상에서 우리의 삶도 위대한 리셋이 필요하다.

더불어 은퇴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은퇴를 단순히 수입원이 중단되는 정도의 행사로 여겨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은퇴 후에 가족이나 지인 등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신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하고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있어서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노후 자금을 준비했는가가 은퇴이다. 기본적 경제적 안정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재무설계 전문가와 함께 평생소득을 점검하면서 100세 시대 행복한 삶을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에서 운영강사로 일하고 있다. 현역에 있으면서 재교육으로 재투자해서 또 다른 삶과 소득원을 준비하는 모습을 본다. 원생 중 한 사람은 학원 선생이었는데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교육 재투자로 대학교수가 되어서 정년 없는 삶을 사는 것도 보았다.

지금은 지방자치 시대다. 지방자치 제도 중 지역주민들에게 평생교육을 통해서 지역주민 간 소통과 교육의 연결로 지역경제가 튼튼해지고, 모두가 행복한 행복 100세 시대를 열어가는 성공적 지방자치 시대가 펼쳐지기를 소망해 본다.

                                                                     조영순 자산관리사.
                                                                     조영순 자산관리사.

 

 

 

 

 

 

 

 

 

 

[프로필]

세종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 졸업

호서대학교 경영학 박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재무설계 팀장

고려대학교 명강사최고위과정 운영강사

호원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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