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20일 한국 여성들이 사회에서 여전히 남성과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 총장은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을 위해 '2의 물결'이 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여성학 명예문학박사 학위수여식에서 수락연설을 통해 "한국 국회의 경우 여성의원 비율은 남성의원 5명 당 1명 꼴"이라며 "한국의 비즈니스계에서도 여성은 여전히 변방의 존재"라고 지적했다.
 

▲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이화여대 남성 최초로 여성학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후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이어 "한국 여성들이 왜 골프에 능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답은 간단하다. 최고의 골프선수는 균형감각, 타이밍과 힘이 완벽한데 한국 여성들은 가정의 예산을 관리하고 여러 일과를 다루는 하루의 시간표를 잘 짜며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 여성들이 정부와 기업에서 요직을 맡도록 제2의 물결이 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첫 여성 지도자"가 아니라며 역사 속 한국의 여성 지도자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저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 여성들은 여럿"이라며 "그 중 저의 모친께서는 연세가 95세이며 정식으로 교육을 받으신 적이 없음에도 지혜와 따뜻함이 넘쳐난다. 제 부모님은 단 한번도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지만 금보다 값진 가치를 제게 심어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1400년 전 김씨 가문 출신의 신라 선덕여왕이 한국을 통치했다는 사실에 한국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며 "그 이후로도 명성왕후, 인현왕후 등 중요한 여성 지도자들이 한국에서 배출됐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여성들의 지위가 더 높아져야 한다이제는 더 나아가 진정한 평등이 실현되어야 한다""2030년까지 남성과 여성의 지위가 50:50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교육이 1%p가 늘면 GDP는 평균 0.3%p 늘어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면 생산성이 40%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들어 "여성의 역량강화는 경제성장, 정신사회적 안정, 환경의 번창지속가능한 평화의 동력"이라며 "여성에 투자하고 여성이 노동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지고 있는 무보수 돌봄 노동의 짐을 덜어주어야 하고 더 많은 남성들이 이 짐을 나누어 져야 한다""변혁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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