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광장 ·중앙시장, 고객 발길 ‘뚝’…평소대비, 80∼90% 급감
政 추경편성, 1조7천억원 지원…“현장까지 정책 온기 오지 않아”

[시사경제신문=정수남 기자] #.

한국은 2011년 세계에서 9번째로 교역 1만달러를 달성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탈출했다. 다만, 이 같은 선전은 불황형에 불과했다. 이후 유럽연합 일부 국가의 재정난과 미국의 더딘 경기 회복,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이로 인한 신흥국의 침체 등으로 우리나라는 이중경기침체(더블딥)에 빠졌다.

이 같은 침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2017년 상반기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실효성 없는 경제 정책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 확산이 맞물리면서 내수가 초토화 됐기 때문이다.

시사경제는 5회에 걸쳐 내수 상황을 살펴보고, 정부에 대응책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글 싣는 순서]
[코로나 급습 현장, 전통시장①] 서울 “우울증 걸릴 것 같아요”
[코로나 급습 현장, 전통시장②] 성남 “며칠째 개시도 못했습니다”
[코로나 급습 현장, 백화점③]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죠”
[코로나 급습 현장, 대형마트④] “3월 성수기? 옛날, 이야기죠”[끝]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습니다.” <서울지하철 4호선 회현역 관계자>

“외국인 관광객 씨가 말랐습니다.” <T마크 그랜드호텔 관계자>

이들 지하철과 호텔은 모두 대한민국 최대, 최고 전통시장인 서울 남대문시장을 지나는 퇴계로에 자리하고 있다.

남대문시장 방문 전에 시장이 최근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이미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주말 방문한 남대문시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서울 도심에 있어 외국 관광객과 내국인 등 하루 40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이곳에서는 없는 것 빼고는 다 판다는 게 상인들 이구동성이다. 실제로는 1,700여종의 물건과 다양한 먹을거리가 판매된다.

남대문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위부터)퇴계로와 남대문로 인도. 행인이 평소 10% 수준이다. 사진=정수남 기자

이곳에서 가방 가게를 운영하는 유모 씨(64, 남)는 “손님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 하는 자체가 스트레스입니다”며 인터뷰 자체를 꺼렸다.

유모 씨에 따르면 현재 남대문시장을 찾는 사람은 평소보다 90% 이상이 줄었다. 현재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대규모로 구매하는 중국인 관광객과 지방 상인이 아닌 소매 고객 중심이라 매출이 많지 않다고 유 씨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시장 안에 위치한 점포와 의류 등을 판매하는 전문 상가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삼익패션플라자에서 여자 옷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박옥선(56, 여) 씨는 “우울증이 생길 지경입니다. 29년간 옷을 팔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요즘에는 손님 맞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고 강조했다.

(위부터)시장 안에 있는 전문 매장과 점포들은 일부 문을 닫았다. 삼익패션타운 의류 판매 층과 신발 판매 층에도 점포 관계자 외에 손님이 없다. 사진=정수남 기자

그는 “지인들은 뉴스를 보지 말라고 하는데 안볼 수 있느냐”며 “상가에서는 점포 주인들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씨의 요즘 매출은 ‘0’원이라고.

인근에 자리한 전문 상가 메사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남대문시장에서 명동을 거쳐 을지로, 청계천을 건너 세운상가를 지나면 광장시장이 나온다. 4대문 안에서는 남대문시장과 쌍벽을 이루는 곳으로 1905년 개설됐다. 이곳에는 5,000여개의 점포가 포목과 한복, 중고 상품, 먹을거리 등을 판매한다.

시장 초입에 자리한 수삼 가게 김모 사장(89, 여)은 “사람이 나오지 않으니, 손님이 있을리 없다. 지난주에는 개시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종로에 있는 광장시장 역시 내방객이 80% 가량 급감했다. 사진 정수남 기자

시장 내 의류 노점상을 하는 곽모 씨(71, 남)는 “개시하기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고 언급했다.

다만, 광장시장은 종로와 인접해 있어 내방객이 평소대비 80% 정도 감소한 게 그마나 위안이라는 게 박씨 설명이다.

광장시장에서 나오자마자 종로5가 지하상가를 찾았다.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점포주인 박점자(74, 여) 씨는 “상가에서 있는 사람은 모두 가게 주인이거나 종업원”이라며 “이번 사태가 언제 끝날 지, 하루 종일 마스크 하는 것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전에는 지하철에서 내린 승객과 광장시장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려오는 고객 등이 많았다”며 “최근 매출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광장시장에서 (위부터)수삼을 판매하는 박모 사장가 의류 노점상 곽모 씨가 허공을 바라고보 있다. 종오지하상가에 자리한 점포들은 며칠째 개시를 하지 못했다. 사진=정수남 기자

4대문인 동대문을 거쳐 4대문 밖에 자리한 첫 전통시장인 신당동 중앙시장도 이들 시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중앙시장에서 어물전을 하는 김종언(81,여) 씨는 “매일 8시에 나오는데 4일째 개시도 못했다. 손님이 아예 없다”고 언급했다.

어물전 바로 앞에 있는 떡집 김형숙 사장(56, 여)은 “지난 30년간 이곳에서 떡방앗간을 운영하면서 떡을 팔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뷔페식당이 휴업하고, 결혼식 등이 취소되면서 떡주문도 싹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일뿐만이 아니라 금, 토, 일은 앉아 있을 시간도 없다. 지금은 점포 청소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4대문 밖 첫번째 전통시자인 중앙시장 전경. 사진=정수남 기자

김 사장은 정부의 학원 폐쇄 명령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아들이 수원에서 관원 300여명 규모의 태권도장을 운영하는데, 정부가 학원 등 집단시설에 대한 반강제적 휴업을 권고해 임시로 문을 닫았다”면서도 “정부가 일반 근로자나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휴업하는 학원 등에 대한 수익 보전에 대한 책임은 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아들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의 사범들도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는 게 김 사장 전언이다.

이와 관련, 성남 중원구 예탑태권도 아카데미 김상호 관장은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하루 두번 도장을 소독하고 있다”면서도 “부모님의 불안과 함께 정부의 반강제 휴업 명령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시장 (위부터)어물전 김종언 사장과 떡집 김형숙 사장이 하릴없이 앉아만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김 관장은 “협회에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더욱 난감 하다”며 “건물주는 학원 등은 형편이 낮다고 생각하는데, 당장 이달 낼 임대료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1조6,858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이들 상인은 “기대도 안한다. 지원금은 현장에까지 절대 오지 않는다”면서 “차라리 세금 감면이나 임대료 저리 대출 등이 더 긴요한 지원책”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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