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생, 조국 딸 입학과정 진상규명 촉구
서울대생,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사퇴 요구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부정입학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조 후보자의 다른 의심쩍은 부분에서는 양해하는 국민들도 부정·특혜 입학 의혹에 대해서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23일 서울의 고려대와 서울대에서 각각 열린 촛불집회는 이 같은 민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먼저 조 후보자 딸 조모씨가 졸업한 고려대 소속 재학생·졸업생 약 500여 명은 이날 오후 6시20분께 서울 안암동 고려대 본관 앞 중앙광장에서 조 씨의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학교 측에 입학 심사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만약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조 씨의 입학 취소처분을 요구했다.

조모씨는 한영외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 이과계열을 거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조 씨는 한영외고 2학년인 지난 2008년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란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 씨는 이 논문으로 고려대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이다.

입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하며 본관을 행진하는 고려대 재학생과 졸업생들. 사진=백종국 기자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명백한 진상규명', '자유·정의·진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진상규명 촉구하라, 입학처는 각성하라", "정치 간섭 배격하고 진상에만 집중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이 같은 요구를 담은 문서를 입학처에 전달하고 본관 주변을 행진했다.

이날 집회에는 고려대 재학생·졸업생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일반인들도 구경 나와 박수를 치기도 하는 등 관심을 보여주었다.

고려대생들을 상대로 안암동에서 하숙집을 운영한다는 이 씨는 "학생들이 저녁 먹으러 안 와 찾아보니 여기 집회에 다 와 있더라. 가뜩이나 취직도 안 되는데 그런 식의 부정입학은 학생들의 기를 더 죽인다"고 말했다.

제기동에 산다는 김 모 할아버지는 "고작 스물여덟의 나이에 여러 학교를 전전하며 그런 경력을 쌓는다는 게 (사리에) 맞지 않는다. 한국 땅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혀를 찼다.

한편 고려대 총학생회는 고려대 후문에 내붙인 대자보를 통해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자녀 관련 의혹에 대한 분노는 20대 청년·학생들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소수를 위한 특혜들이 난무하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대한민국 사회에 좌절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이번 법무무장관 후보자 관련 논란이 우리가 느끼고 있는 불공정함을 해결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보의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고려대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 입시 관련 의혹을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과 20대 청년·학생들의 좌절과 분노를 무시하지 말고,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 방향성을 제시할 것 등을 촉구했다. 

또한 조국 후보자의 모교이자 현 직장인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 등 500여 명도 이날 오후 8시30분께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개인 자격으로 이번 집회를 주도했다는 김다민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조국 교수님의 딸이 고등학교 시절 제1저자로 등재된 인턴 논문과 대학·대학원 입시, 장학금 수혜 등 숱한 의혹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국민들의 참담함과 배신감에 공감하고, 공직 후보자 자리에서 책임 있는 모습으로 내려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법무장관 자격없다", "학생들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납득 불가 장학 수혜, 지금 당장 반환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오후 10시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23일 오후 고려대 집회 모습. 사진=백종국 기자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