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 65억+국비 6억...화강판(통)석 m2 당 8만3천 원 
기존 콘크리트 보도블럭 대비 m2 당 5만 원 더 비싸 
전체 161a(4,870평) 공사... ‘깨지고 파이고 얼룩까지’
구민 대부분 명품거리로 인식못해 “혈세 낭비다” 원성

2018년 민선 7기 첫 해 용역 발주 4억
2019년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비 13억 
2020년 한가람고~양천우체국 26억 8천 
2021년 목동 청소년 센터 외 23억 7천
2022년~ 2023년 양천구청 외 19억 원
2023년 이기재 구청장 추가 공사 중단

양천구가 ‘목동가온길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을 이유로 구비 65억 국비 6억 등 총 71억 2천만 원의 예산을 도로포장에 쏟아부어 구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4월 27일 오전 목동 현대월드 가온길 조성 공사를 마친 일부 도로. 행인을 중심으로 좌측은 수년 전 기존 콘크리트 보도블럭 포장 상태, 우측은 2021년 m2 당 8만3천 원을 투입해 포장한 상태. 이 구간 공사에 큰 금액의 구비가 소요 됐지만 기존 보도블럭과 별반 차이가 없다. 사진=원금희 기자
양천구가 ‘목동가온길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을 이유로 구비 65억 국비 6억 등 총 71억 2천만 원의 예산을 도로포장에 쏟아부어 구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4월 27일 오전 목동 현대월드 가온길 조성 공사를 마친 일부 도로. 행인을 중심으로 좌측은 수년 전 기존 콘크리트 보도블럭 포장 상태, 우측은 2021년 m2 당 8만3천 원을 투입해 포장한 상태. 이 구간 공사에 큰 금액의 구비가 소요 됐지만 기존 보도블럭과 별반 차이가 없다. 사진=원금희 기자

지금 대한민국은 2020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피해, ‘고금리·고물가·고부채’의 늪, 공공요금 인상, 날로 치솟는 물가로 인해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정치 또한 극한 대립 속에 이념의 양극화로 치닫고 있으며, 여야는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권력다툼에 혈안이 돼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석연찮은 한중미일 관계까지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안갯속 형국이다. 여기에 더해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 등 경기 흐름의 둔화로 서민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정부와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지역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뼈대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양천구가 ‘목동가온길 걷고 싶은 거리’(이하 가온길)’ 조성을 이유로 구비 65억 국비 6억 등 총 71억 2천만 원의 예산을 도로포장에 쏟아부어 구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2018년 민선 7기 재선에 성공한 김수영 구청장은 첫해 자신의 공약 사항인 목동 중심축 가온길 조성과 ‘목마ㆍ파리ㆍ오목ㆍ양천ㆍ신트리’ 5대 공원 리모델링 공사를 준비했다. 2018년 가온길 조성 사업을 위해 용역비 4억 원을 지출하고, 2019년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시행비로 13억 원을 투입했다. 2020년 도로포장, 가로등, 벤치 교체 등 본격적인 공사 비용 26억8천만 원, 2021년 23억7천만 원, 2022년~2023년 19억 원의 혈세를 썼다.

2020년 공사 시작과 함께 중국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한민국의 시계는 멈췄다. 하늘길, 뱃길, 도로길이 끊겼고, 사람들의 발길도 사라졌다. 상점은 셔터를 내렸다. 모든 직장에서 재택근무가 이어지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몰락, 기업의 줄도산, 부동산 시장의 빙하기 등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위기가 닥쳤다. 전국의 자치단체는 코로나19 피해 지원 예산을 급히 편성해 지역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에 안간힘을 썼다. 

4월 26일 오후 2022년 공사를 마친 양천구민회관 앞 가온길 조성 일부 도로는 깨지고 틈새가 벌어졌으며 색이 바랜 모습이다. 사진=원금희 기자
4월 26일 오후 2022년 공사를 마친 양천구민회관 앞 가온길 조성 일부 도로는 깨지고 틈새가 벌어졌으며 색이 바랜 모습이다. 사진=원금희 기자

◆목동 중심축 보도블럭 뜯어내고 m2 당 83,000원짜리 화강판(통)석 깔아

당시 양천구는 목동 중심축 도로의 보도블럭을 뜯어내고 m2 당 83,000원에 달하는 화강판(통)석을 포장했다. 그리고 보도 및 조명시설 재정비를 통해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고, 화단 설치, 쉼터 조성 등 주민들에게 휴식 및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한다는 명분을 달았다.

경기침체, 코로나19 피해, 금리 인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구민 대다수가 체감할 수 없었다

가온길 조성은 2018년 용역 수립 단계부터 2023년 4월 마무리 공사 및 이기재 구청장의 추가 공사 중단까지 몇 년 동안 이어진 연속 사업이다. 명품거리 용역 발주 시점인 ▲2018년 구 전체예산은 5천6백8십억 원 ▲2019년 6천2백5십억 원 ▲2020년 7천억 원 ▲2021년 7천6백8십억 원 ▲2022년 8천5백3십억 원 ▲2023년 9천억 원이며 평균 재정 자립도는 25% 남짓이다.

해당 연도별 전체예산에서 인건비 등의 필요경비와 60%에 육박하는 복지예산을 제외하면 구 전체 순수 사업비는 2018년 기준 약 250억, 공사비 지출이 가장 컸던 2020년 약 350억 원 정도다. 이 예산의 70~80%는 공원, 치수, 도로 등의 공사비용으로 소요된다. 여기에 더해 2021년부터 '목마ㆍ파리ㆍ오목ㆍ양천ㆍ신트리' 등 5대 공원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파리공원의 경우 구비 52억 5천만 원, 서울시 특별교부금 40억 원 등 총 92억 5천만 원이 투입됐다. 장 기화된 코로나19 피해와 내수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늪을 관통한 시점이다.

◆반영구적, 재활용 가능하다던 화강판(통)석 ‘깨지고 파이고 얼룩까지’

가온길 조성 공사의 도로포장에 사용한 화강판(통)석은 반영구적으로 굴착(땅파기) 시 포장재의 재사용이 가능하며 빗물을 흡수하는 친환경 자재로 시간이 흘러도 자연스럽고, 고급스럽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2022년 공사를 마친 양천문화회관 주변 화강판(통)석은 금이 가고, 움푹 파였으며 사이사이 틈새가 많이 벌어져 있어 구두 굽이 끼이거나 유모차 끌기가 어렵다. 

2021년 공사를 마친 목동 현대월드타워 인근도 역시 깨지고 파이고 껌 자국에 얼룩까지 공사를 끝낸지 2년이 채 안 된 도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저분해 보였다. 특히 자연스럽고, 고급스럽다던 화강판(통)석이 거무튀튀하게 변색된 곳이 많았다.

목동2단지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반찬가게, 식당, 자녀 학원, 마트 등 현대월드타워 인근 상점을 주로 이용한다. 제작년 이곳의 보도블럭을 다 뜯어내고 한창 공사를 진행할 즈음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었다. 공사 후 한동안은 도로가 깨끗해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얼룩지고 파손되는 등 공사 전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최근 이 도로를 포장하는데 수십억 원이 쓰였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고 황당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요금 인상, 금리인상, 부동산 침체 등 서민들 삶은 점점 팍팍해 가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도로포장에 쏟아부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서민들은 비싼 돈을 퍼부어 억지로 만든 명품거리가 아닌 걷기 편하고 깨끗한 도로를 원한다. 특히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 도로가 명품인지 아닌지 생각지도 않는다. 그냥 편한 길을 안전하게 걸으면 된다. IMF 보다 더 힘든 시절에 도로포장에 쏟아부은 세금이 아까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열심히 일할 의욕마저도 생기지 않는다”고 속내를 밝혔다.

현재 이기재 구청장은 이 사업의 추가 공사를 중단했다.

[시사경제신문=원금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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