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노동시간·임금 등 사용자에 내맡기는 개악 권고문" 지적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 52시간제 유연화와 성과 중심 임금체계 등을 담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이 12일 발표됐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내맡기는 개악 권고문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7월18일 출범한 연구회가 약 5개월간 논의 끝에 이날 내놓은 권고문에는 '자율과 선택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요약된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을 12시간까지 허용되는 방식이다. 연구회는 이 같은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해 노사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이렇게 될 경우 주당 88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해진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하려면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해야 한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넓힐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자고 했다.

연구회는 근로자가 근로일·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모든 업종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또 연구회는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자고 권고했다.

연구회는 근로기준법 제63조 '근로시간과 휴게·휴일에 관한 규정 적용 제외' 대상 근로자를

현행 토지 경작·개간, 동물 사육, 농림·수산 사업 등 근로자에 고소득 전문직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또 연구회는 임금체계 개편 방안은 연공 등을 토대로 정해지는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실근로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포괄임금 약정이 오남용돼 장시간 근로, 공짜 노동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포괄임금 오남용을 막기 위해 근로감독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밖에 연구회는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의 '우선 개혁과제' 외에 ▲격차 해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 ▲미래지향적 노동법제 마련 ▲자율과 책임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고용정책 강화 등 '추가 주요 과제'도 제시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노동시간 개편의 실체와 문제점, 정책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박영신 기자
지난 8일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노동시간 개편의 실체와 문제점, 정책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박영신 기자

한편 이번 연구회의 권고문과 관련해 민주노총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을 위한 노사자율을 강조하지만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엔 일절 언급 없이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내맡기는 개악 권고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연구회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인 불평등-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미래’ 노동시장 연구를 한 것이 아니다”며 “재벌과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노동 개악을 연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연장근로총량제도 겉으로는 분기. 연 단위로 가면 총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구색을 맞췄지만 실제 시행 가능성이 가장 많은 월단위 기준은 총량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노동조합조차 결성하기 힘들고 사용자의 재량에 의해서 노동시간이 강제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선택’, ‘자율’이란 말 자체가 허황되고 ‘그림의 떡’,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는 한국 사회에서 정부의 노동시간 정책 우선순위는 노동시간 단축을 더욱 앞당기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휴가와 휴식권을 사각지대 없이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이야기하는 임금체계안을 종합해보면 ‘청년부터 고령자까지 저임금 구조속에서 오래도록 일을 시킬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자본천국 노동지옥’을 현실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평생을 적게 받고 많이 일해 자본의 곳간을 채우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나 이는 정부의 의지요 의도일 뿐이다. 일방적으로 개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필연인 노동자의 저항은 상수임에도 변수에도 넣지 않고 있다”며 “역대 어느 정권도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이를 성공한 정권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고 강조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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