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형경제 구조, 자원 고갈·이산화탄소 발생 등 지구 멸망 앞당겨
‘순환경제 시대가 온다’ 저서, 순환경제 모델 제시
"쓰레기 아닌 막대한 자원" 인식 전환 '시급'

자원을 제품으로 제조해 사용·폐기하는 선형경제 구조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 지 오래다. 이러한 선형경제가 자원 부족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폐기물 발생 등 환경 문제를 일으켜 지구의 멸망을 앞당길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순환경제는 산업 경제를 장악해 온 ‘채취-제조-폐기’라는 모델을 대체할 최선의 대안으로 주목되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한정적인 에너지와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장과 번영을 이루기 위해선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액센츄어’ 이사인 피터 레이시는 ‘순환경제 시대가 온다’ 저서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앞으로 250년간 지속될 세계 경제의 생산·소비 방식에 대한 가장 큰 변혁과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순환경제로의 이행이 왜 필요하며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 본다.

지난 달 9일부터 11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ESG친환경대전'에서 한 부스에 '순환하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박영신 기자 

자원 고갈·오염·훼손, 되돌릴 수 없어

자원 고갈 등으로 인해 선형경제 방식은 이미 한계에 직면해 있다.

귀금속과 같은 자원은 지난 250년간 채굴 남발로 인해 희귀해지고 있으며 물과 공기, 삼림 등 자원들은 재생가능하긴 하지만 점점 더 오염·훼손되는 등 압박을 받고 있다.

지속되는 세계 인구 성장과 상품·서비스 수요의 증가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언젠가는 지구 자원들을 모두 소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20년간 최소 18개의 내전이 다이아몬드, 목대용 수목, 코코아 등과 같은 천연자원을 두고 벌이는 등 식량 안보와 물 부족은 물론이고 상품 시장에 대한 압박 등 점점 더 희소해지는 자원을 놓고 국가들 간에 전쟁을 벌이게 되는 것도 물론이다.

또한 선형경제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110억t(톤) 이상의 폐기물이 배출되는데 이중 25% 만이 회수돼 다시 재생산되며 나머지 75%는 쓰레기통을 가득 채우고 매립지를 꽉 막히게 한다.

선형경제가 이산화탄소·폐기물 배출 등을 통해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문제도 심각하다.

‘순환경제 시대가 온다’ 책에서는 “순환경제는 한정된 천연자원, 즉 화석 연료나 재활용이 어려운 금속, 광물처럼 부정적인 발자국(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 정도를 나타내는 용어)을 남기는 희소 자원의 채취와 소비로부터 성장을 분리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정의한다.

순환경제적인 접근은 폐기물을 부(富)로 재생산해 한정된 자원과 화석 연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속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경제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폐기물을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용되지 않은 막대한 자원이며 제품이나 자산이 된다는 인식, 폐기물이 아닌 모든 것에 가치가 있다는 사고의 획기적인 전환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재생·재활용·재제조 등 비지니스 모델 다양해 

7일 오후 양천구 재활용선별장클린센터에 놓이 침대메트는 철사와 스펀지 등으로 분류돼 새로운 종류의 제품을 만드는데 다시 사용되고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7일 오후 양천구 재활용선별장클린센터에 놓이 침대메트는 철사와 스펀지 등으로 분류돼 새로운 종류의 제품을 만드는데 다시 사용되고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순환경제 시대가 온다’에서는 순환경제 모델로 ▲순환공급망 모델 ▲회수·재활용 모델 ▲제품 수명 연장 모델 ▲공유 플랫폼 모델 ▲PaaS 비즈니스 모델 등 5가지를 제시한다.

순환공급망 모델은 비용 절감과 통제력 제고를 위해 재생·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생분해되는 물질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면 아마, 삼, 인피섬유 등을 사용해 재생 가능하며 환경 친화적인 바이오매스 자원을 생산하는 것이다.

회수·재활용 모델은 폐기물로 간주됐던 모든 것이 다른 용도로 재탄생하는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귀중한 물질이나 에너지, 부품 등을 재사용하기 위해 제품이 끝난 제품을 회수하거나 제조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과 폐기물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제품 수명 연장 모델은 고장이 났거나 유행이 지났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제품들이 보유한 상당한 가치의 재포착을 목표로 한다. 즉 수리·업그레이드·제제조·재판매 등을 통해 제품의 경제적 유용성을 지속시킬 수 있다. 또한 개별요구에 맞춘 업그레이드나 개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공유 플랫폼 모델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유휴제품을 빌려주거나 교환·대여하는 모델이다. 이를 통해 어쩌다 한번 사용되는 제품들을 만드는 데 투입되는 자원 소비는 줄어들고 소비자들은 절약하거나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다국적 생활용품업체인 P&G는 폐기물 제로 기반으로 운영되는 시설이 무려 45개에 이른다. 이곳들은 현장에서 나오는 생산 폐기물 전부가 재활용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거나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설이다.

세계적인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는 수백만 개의 부품을 재제조함으로써 에너지 사용량의 90%와 상당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 저서에서는 “2030년까지 현재의 폐기물을 경제적인 부로 바꾼다면 그 보상은 무려 4조5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드러났다”며 “순환경제는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 치러야 할 대가, 기술로 완화

지난 달 11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에서 다숲이 '도돌이 자원순환서비스'를 전시했다. 사진=다숲
지난 달 11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에서 다숲이 '도돌이 자원순환서비스'를 전시했다. 사진=다숲

한편 순환경제의 이행에 있어 소비자들에게 대가를 치르도록 요구하는 부분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소비자들은 ▲중고품에서 추출한 자원으로 만든 제품이 신규 자원으로 만든 제품과 동일한 품질을 갖고 있을까 ▲성능은 믿을 수 있을까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할 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통상적으로 사는 제품을 대체할 만한 지속가능 대안제품이 있을까 ▲중고 제품을 구매하려면 구매 채널과 선택 범위가 제한되지 않을까 등의 의문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다행스럽게도 해결책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소비자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고객이라면 순환 원칙을 채택한 기업들에 끌리게 될 것”이라며 “한정된 자원 사용으로부터 분리된 비지니스 모델에서 생산 판매된 제품이 품질이나 성능, 가격 면에서 선형 모델에서 만들어진 것과 동등하거나 낫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순환 기업들에 대해 강한 충성도를 보여 보다 깊고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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