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준 연구위원, "독일, 산별노조 통해 저임금 노동 해소에 중점" 강조

27일 국회에서 열린 ‘불평등·양극화 해소 근본적 해법은 무엇인가-초기업 산업별노사관계체제가 답이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박영신 기자
27일 국회에서 ‘불평등·양극화 해소 근본적 해법은 무엇인가-초기업 산업별노사관계체제가 답이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박영신 기자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사관계를 산업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불평등·양극화 해소 근본적 해법은 무엇인가-초기업 산업별노사관계체제가 답이다’ 토론회에서 “노동시장 양극화의 발생은 노동시장 이중구조화에서 발생한다”며 “단순히 임금과 소득 격차만의 문제가 아닌 노동자들의 발언권과 사회적 시민권이 제약돼 있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1차 노동시장, 그중에서도 핵심인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연공급과 호봉제의 적용을 받고 자녀의 초중고대 학자금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사내 복지 수혜를 누린다. 회사가 거둔 실적에 따라 집단성과금도 자주 받으며 심지어 고임금에 고용안정이라는 메리트를 이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도 낮은 이자에 많은 대출을 받아 높은 수준의 자산 축적 기회를 향유한다.

반면 2차 노동시장은 대체로 저임금 일자리가 주를 이룬다. 대부분의 경우 임금 체계가 아예 없고 거의 최저임금에 수렴하는 방식이다. 숙련과 경력에 대한 인정도 거의 없으며 사회보험 사각지대도 많으며 별도의 기업복지나 집단성과금 등은 꿈도 꾸기 어렵다. 고용불안에 시달려 일자리를 매개로는 금융 혜택도 제대로 보기 힘들다. 노동조합의 존재도 매우 미비하다.

박명준 연구위원은 “2차 노동시장의 형성에 현재의 기업별 노사관게 체제가 원인자의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인건비를 억제하기 위해 인력의 외적-수량적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그 배후에는 해당 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내부노동시장 질서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 내의 정규직 조합원에만 국한돼 이루어지도록 하는 기업별 노사관계 체제는 노동시장의 전체적인 균열을 제어하고 줄이도록 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효과를 하고 있다”며 “기업별 노사관계 체제는 2차 노동시장 노동자들의 노조를 설립할 권리, 숙련을 인정받을 권리, 사측과 파트너십을 형성할 권리, 교섭할 권리, 파업할 권리 모두를 제어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1·2차 노동시장 간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산업별 노사관계 체제 확립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대전환을 위해 독일의 산별노조 체제를 모델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산별 노사관계 체제에서 가장 주요한 것은 산별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시장의 핵심적인 요소인 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한 큰 원칙을 확정해 나간다는 것”이라며 “산업별로 표준적인 임금테이블이 존재하는데 1차로 수직적인 직급체계를 임금등급으로 매기고 2차로 수평적으로 한 등급에서 근속기간에 따라 어떻게 차등적인 임금을 지급하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독일의 직무급을 결정하는 주체가 기업 외부의 사회적 주체들이며 이들에 의해 결정된 직무급이 산업전반에 걸쳐 초기업적으로 적용된다”며 “또 노동시장의 하단부 노동자들이 숙련과 역량을 세분화시켜 그들에게 임금 상승의 사다리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즉 독일 산별체제의 직무급이 ▲임금 결정의 주체가 기업 밖에 있고 ▲적용 대상이 초기업적이며 ▲임금 결정의 지향성이 저임금 노동을 막으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의 기업별 노사관계 체제의 극복 없이는 한국에서 양극화 해소는 불가능해 보인다”며 “갑작스럽게 독일식 산별노조 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제도적 조건 아래서 산별노조 체제의 요소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별노조로의 직가입을 활성화하면서 1·2차 노동시장 노동자 모두를 포괄하는 조직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 ▲초기업 수준의 산별 임금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전개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불평등·양극화 해소 근본적 해법은 무엇인가-초기업 산업별노사관계체제가 답이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영신 기자
27일 국회에서 열린 ‘불평등·양극화 해소 근본적 해법은 무엇인가-초기업 산업별노사관계체제가 답이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영신 기자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는 1998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조합원 내부 노동조건 상향 평준화는 물론 보건의료산업 의료격차 해소를 이끌어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4년 121개 병원의 규모와 특성 차이를 넘어 주5일세 시행, 필요인력 정규직 충원 등이 담긴 하나의 산별합의안을 만들어 냈다”며 “2009년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를 만들어 보호자 없는 병원 제도화사업을 펼친 결과, 최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정착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한편 현재 약 6000여개의 노조가 정부에 의해 설립인가받아 활동하고 있으며 그 중 기업단위 노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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