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귀금속 절도 이미지=연합뉴스
보석 귀금속 절도 이미지=연합뉴스

최근 또다시 주취 상태의 범죄에 대한 감형이 이뤄졌다.

12일 인천지법 형사12부는 강도상해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17일 오전 1시25분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 몰래 들어가 금품을 훔치다가 잠에서 깬 80대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면서도 심신상태에서 범행했다는 점 등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물론 재판부가 양형수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심신미약 상태라는 점을 얼마나 감안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도둑질을 할 정도의 인지 상태를 심신미약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더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취 상태의 심신 미약을 인정해 감형된 사례는 각종 성폭력범죄 뿐 아니라 묻지마 범죄에서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주취 범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이미 오래다.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이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받아 12년 복역 후 2018년 출소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고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취감형 폐지’ 청원이 게시돼 참여자가 한 달 사이 20만명을 넘겼다.

또 지난 3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음주 폭행사건으로 주취감면 폐지 논란이 재점화된 바 있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동법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제1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책임주의’에 입각해 음주 상태로 심신 미약·상실 상태가 돼 자신의 행위가 범죄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없었다면 감형 요건이 된다는 것이다. 책임주의란 ‘책임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법상 기본원칙을 말한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이를 악용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며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본인의 형을 감면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음주운전의 경우, ‘도로교통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다치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경우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부상사고인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망사고인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받는다.

최근 음주운전 발생 시 주취상태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하기는커녕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이며 상해나 사망 사고 발생 시 가중처벌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운전자가 주취상태라서 본인이 운전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런 경우에도 심신미약을 인정할 것인가.

음주범죄와 음주운전의 처벌 형평성 문제만 따져보더라도 주취범죄의 감면이 비법리적이며 비상식적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다 다른 사람을 때리고 칼로 찌르고 성폭행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깊이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음주문화와 음주행태는 개개인이 다스려야 할 문제다.

그러한 악질적인 음주행태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해도 감경해 주는 것이 형법의 원리라면 형법이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인지 법조계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취상태로 인한 심신 미약은 장애나 질병 등으로 인한 심신 미약처럼 불가항력적인 심신 미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책임이 없는 자'로 형법이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음주범죄 무관용 원칙’을 주장하며 주취감경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8월 음주나 약물 복용 후 폭행 등 범죄행위를 형을 면제·감경하는 사유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제 술에 취한 사람들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사망에 이르는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형법 개정의 시간을 바짝 앞당겨야 할 때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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