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변 관리 더 이상 미뤄선 안돼
윤대통령 공정철학 국민 눈높이와 ‘괴리’ 
민주당, 특별감찰관제 형해화 사과 필요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3일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와 관련, "법이 있는 한 의무사항이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3일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와 관련, "법이 있는 한 의무사항이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 비극이 찾아온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경험한 우리는 이런 역사의 섭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 형 혹은 가까운 참모가 각종 비위에 휩싸이기 시작하면 정권은 이미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이다. 대통령 주변 인물은 늘 감시와 관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4년 처음 시행된 특별감찰관제도는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공무원들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독립기관이다. 국회가 3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박근혜 정부는 검사 출신 이석수 변호사를 초대 특별감찰관으로 임명해 이 제도를 운영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5년 임기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과 대상이 대부분 겹치고 친인척은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한다며 특별감찰관 추천을 거부했다. 겉으로는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자세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위법’을 방치한 셈이다. 

특별감찰관에 관한 한 여야 모두 속 다르고 겉 다른 모양새다. 특별감찰관제 ‘부활’은 윤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윤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특별감찰관 임명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하자 대통령실은 국회가 추천하면 100%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하나로 묶어 동시에 처리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특별감찰관 추천이 북한인권재단 문제와 연계할 만한 일인가.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근거를 둔 법정 기관으로 여야가 각각 5명씩의 이사를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이 통과되고 6년이 넘도록 아직 정식으로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하지 않은 북한인권재단 이사는 이제라도 빨리 임명돼야 한다.

그러나 특별감찰관이라는 중대 사안을 성격이 전혀 다른 북한인권재단 문제와 연계해 흥정하듯 조건부 식으로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인가. ‘물타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 비대위원장의 이 같은 뜨뜻미지근한 태도는 윤석열 정부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려는 의지는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야당도 잘한 것은 없다. 문재인 정부가 특별감찰관을 끝내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수처를 만드는 데 집중하느라 특별감찰관 임명을 안 했던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우 위원장은 어제 한 인터뷰에서는 “특별감찰관은 사실 야당 입장에서 보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동안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를 수없이 목도해 왔다. 그럼에도 특별감찰관은 어떤 역할도 없고 필요도 없는 ‘잉여적’ 존재란 말인가. 국회 169석 거대 야당의 대표가 국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국정사안을 두고 남의 말 하듯이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홍보수석을 교체하고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을 일부 개편했다. 그러나 과거 민정수석실이 수행하던 역할과 관련된 부분, 특히 대통령 배우자나 친인척 등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그림을 내놓지 않았다. 야당은 대통령실 ‘사적 채용’, ‘관저 공사 수의계약’ 등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며 국회에 국정조사요구서까지 제출했다. 대통령 주변의 불필요한 논란과 시비를 줄이기 위해서도 특별감찰관 임명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보다 주도적인 자세로 특별감찰관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을 기치로 출범했다. 그러나 지금 공정의 가치는 도전받고 있다. 간단없이 불거지는 대통령실 비위 관련 의혹으로 공정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빛이 바랬다. 공정의 기준이 무엇인가.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정과 국민이 생각하는 공정이 달라서는 안 된다. 

취임 넉달을 맞았지만 아직 부처의 장관도 다 채우지 못한 ‘불완전 정부’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에게 특감별찰관은 장관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통령 주변을 관리하지 못해 대통령실 안팎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면 민심 이반은 불가피하다. 특별감찰관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별감찰관을 흔쾌히 임명하고 정직하게 운용해 나가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다. 

[시사경제신문=김종면 주필 ]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