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 양상
시, "오세훈 시장 공약사업 삭감하고, 선심성 예산은 증액"
의회, "자영업자 소상공인 챙기는 것이 취지에 맞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추경안 무산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임시본회의에 참석한 김인호의장과 오세훈시장. 사진=김주현기자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추경안 무산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임시본회의에 참석한 김인호의장과 오세훈시장. 사진=김주현기자

 

지난해 12월 2022년 서울시 예산을 놓고 대립해왔던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놓고 또 대립, 결국 8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이번 추경안 심사(306회 임시회 회기)는 8일 본회의를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무산되며 예정보다 3일 늦은 11일로 미뤄졌다. 

양측은 이번 추경안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서울시 측은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적 공약 사업 예산은 삭감하고, 시의원들의 지역 예산은 늘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의회 측은 서울시가 신청한 예산안이 시급성이나 효과성 등이 담보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심사에서 삭감된 예산들은 지난해 본예산 심사에서 삭감된 이후 시가 다시 추경안에 포함한 사업들로, ▲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 사업(78억원), ▲청소년들의 재무상담 지원 사업인 영테크 사업(7억원), ▲서울형 교육플랫폼 ‘서울런’ 구축 사업(32억원) 등이다.

대중교통 적자를 보전해 주기 위해 편성한 시내버스 재정 지원 예산 500억원과 지하철 1~8호선 재정 지원 예산 90억원도 삭감했다. 작년 취임한 오 시장의 대표적 공약 사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의회는 해당 예산들이 추경에 반영할 만큼 시급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7일 1조1239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 시의회에 제출하면서 이번 추경안이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민생회복과 방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심사에서 다시 삭감된 오세훈 시장의 대표적 공약사업인 서울런. 출처=서울런 홈페이지
이번 심사에서 다시 삭감된 오세훈 시장의 대표적 공약사업인 서울런. 출처=서울런 홈페이지

 

시, “의회 증액 예산, 선심성 여부 꼼꼼하게 따져 볼 것”
의회, “오세훈 역점사업 다수 포함… 취지 어긋나” 

그러나 서울시 내부에서는 오히려 시의원들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급하지 않은 지역 예산을 대거 포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각 상임위에서 증액한 사업들 중 시의원들의 지역구 관련 사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시는 의회가 증액한 예산들이 선심성 지역사업 예산인지 아닌지,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시에 따르면, 시의회 교통위원회는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시내버스 지원 예산은 총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500억원을 삭감한 반면, 일부 자치구의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설치와 도로 개선 사업 등의 예산으로 182억원을 증액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시 문화본부 예산 심사에서 각 자치구 문화 예술 거리 조성, 사찰 정비 지원, 불교 문화 체험 프로그램 지원, 축제 지원·육성 등의 명목으로 168억원을 증액했다.  

시의회측은 서울시의 이런 주장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입장이다.

시의회 예결특위는 8일 서울시가 코로나19에 따른 방역과 일상회복, 민생지원에 집중된 사업을 편성 제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본예산 심의에서 시급성과 효과성 등이 담보되지 못한 이유로 삭감된 이른바 ‘오세훈 역점사업’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시의회 예결특위가 밝힌 시 제출 추가경정예산안은 신규사업 32개, 본예산 심사시 감액된 사업에 대해 증액편성한 사업 24개, 기정예산보다 증액 편성한 사업 98개, 국고보조금 반환 등의 내부거래와 재무활동에 대해 증액 요청한 13개 사업 등 총 188개 사업이다. 

한편, 오세훈 시장과 김인호 의장도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연말 시의회 본예산 처리 과정에서 예산이 50% 삭감됐던 '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사업'을 이번 추경에 다시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청년들을 위한 사업 예산이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달라”고 적었다.  시가 제출한 편성안이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것에 대한 항의이자 통과시켜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  

시의회 김인호의장은 7일 “시급성 떨어지는 예산이 많이 편성됐다”며 이를 즉각 반박했다. 김 의장은 7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챙기는 것이 오세훈시장의 공약 사업보다 더 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특히 “본예산에서 삭감된 예산을 바로 다음 추경에서 증액해서 보낸 것은 시의회 예산 심의권을 심히 침해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의회는 임시회 회기를 11일까지 연장해 추경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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