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능올림픽 17번째 종합우승 “취업과 거리 멀어”

기술보국을 외치며 공장 새마을 운동을 전개하고 오늘의 한국을 세계경제대국으로 우뚝 세운 세계최고의 기술 인력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17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기술강국'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지만 속사정을 보면 정작 기술인들은 취업할 곳을 찾지 못해 호프집이나 통닭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제기능대회에 출전해 목공직종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윤석영(가명)씨는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금메달을 수상한 뒤 1년 반 동안 취업을 시도 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박씨는 "대회에 출전했던 친구들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 이라며 "직장을 구할 수가 없으니까 배웠던 고급기술을 버리고 전혀 다른 일을 하거나 대학에 진학 한다" 고 말했다.

박씨는 "함께 출전했던 친구들 중에는 통닭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렵게 기술을 배워서 이렇게 썩히는 것은 국가에서도 손실 이라고"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타일분야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최현석(가명)씨는 아예 진로를 바꿨다. 타일분야에 막상 취업해보니 기능을 제대로 인정해주는 일자리가 적었던 탓이다. 최씨는 결국 대학에서 설계를 공부하고 지금은 자동차회사에서 일한다. 최씨는 "손재주를 익히는데 도움은 됐지만 전공분야에서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금·은·동메달을 수상하지 못한 '우수상' 입상자들은 더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2005년 대회 석공예 분야에서 4위를 차지한 김세현(가명)씨는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6년동안 딱 한번 연락을 받았다. "취업은 했느냐 어느 분야에서 일하고 있느냐"고 묻는 전화가 걸려온 것이 전부였다.

김씨는 "친구들이 대학에 갈 때 기능을 선택해서 공부했는데 지금은 후회가 된 다"며 "차라리 대회에 안 나가고 대학에 가서 다른 일을 했으면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국가를 대표해서 대회에 출전하고, 그 과정에서 기능을 익히는데 대학 다닌 것과 상응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 뒤 "기능이 있어도 어디에 발휘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기능인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리와 지원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김씨는 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각종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이 있었냐"고 되물었다. 석공예 기능을 익혔던 김씨는 결국 대학에 진학해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10월4일부터 9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제41회 국제기능대회에서 39개 종목에 43명의 선수가 출전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 일본 대회(2007년), 캐나다 대회(2009년)에 이어 대회 3연패 이며, 통산 17번째 종합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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