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진칼 자금 투입…증자 5,000억+교환사채 3,000억
대한항공 유상증자 후 아시아나 최대 주주, LCC 단계적 통합


산업은행은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공식화했다.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사 전경. (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과 별도로 현재 두 항공사가 운영 중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그리고 에어서울 등 저비용 항공사(LCC)도 단계적으로 통합된다.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자산이 40조 원에 달하는 통합 국적 항공사가 된다. 지난 2019년 여객과 화물 운송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19위, 아시아나항공 29위다. 하지만 양사 운송량을 합산하면 단숨에 세계 7위권으로 상승한다.

산업은행은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추진한다며 통합 국적 항공사 출범을 통해 국내 항공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안을 들여다보면 대략 이렇다. 우선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 원을 투입한다. 5,000억 원은 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그리고 3,000억 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진칼은 이를 바탕으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들이게 된다. 

한진칼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2조5,000억 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한진칼에 배정된 몫은 7,317억 원으로 주식 취득 후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29.2%가 된다. 

대한항공은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신주를 인수한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돼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대한항공은 3,000억 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도 인수한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의 한진칼 자금 투입은 연내 조속히 이루어질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는 내년 초에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또 양사의 자회사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 3사에 대해서도 단계적 통합을 추진키로 했다.

최 부행장은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 양사의 연간 자연감소 인원과 신규 사업 추진 등을 고려할 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진그룹에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통합 국적 항공사 출범 방안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이후 정상화 방안을 고심하던 중 나온 고육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2개의 대형항공사에 정부 지원을 이어가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에는 3조5,400억 원, 대한항공에는 지난 4월 1조2,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최근에는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논의돼오던 상태다. 한마디로 정부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통합 모델을 정상화 방안으로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점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도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주항공-이스타항공 합병 등을 승인한 것처럼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할 경우 대한항공과의 결합을 허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회생 불가능한 회사를 살리려고 산업은행이 혈세를 투입한다는 점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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