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 방식
한진칼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심, KCGI 반대가 핵심 변수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산업은행의 자금으로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복잡한 양상이 될 전망이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산업은행 주도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이 성사되면 세계 10위권의 대형 국적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산업은행의 자금으로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복잡한 양상이 될 전망이다.

한진칼은 지난 2013년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적 분할 방식으로 설립됐으며, 같은 해 9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다. 진에어, 칼호텔네트워크 등의 자회사를 두고 자회사 지분에 대한 배당수익, 브랜드 수수료, 임대수익 등을 주요 수익으로 하고 있다.

우선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수천억 원을 투입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들인다. 이렇게 되면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가 되는 동시에 한진칼 아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나란히 계열사로 있게 되는 모양새가 된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지붕 아래에 있게 되면 자산 40조 원, 매출 19조6,000억 원, 그리고 보유 항공기는 259대에 이르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이 곧장 대한항공으로 넘어가지 않고 한진칼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계가 있다.

현재 한진그룹의 가장 큰 고민은 경영권 분쟁이다. 조원태 회장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는 3자 주주 연합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한진칼은 조 회장의 지분(41.4%)보다 3자 주주 연합의 지분(46.71%)이 많은 상태다. 조 회장으로선 우군이 절실한 상황인데, 산업은행이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지분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물론 산업은행으로서도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게 되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후 이대로 두면 아시아나항공의 회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000억 원을 이미 소진했고,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자금 2,400억 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방안이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합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장기화로 항공산업이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것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3자 주주 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KCGI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법적 분쟁을 불사하며 반발하거나 적절한 가격에 지분을 넘기는 방안이 있다. KCGI는 일단 전자의 경우를 염두에 둔 행보에 나섰다.

KCGI는 13일 ‘한진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입장’을 내고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재의 경영진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KCGI는 이어 “산업적 시너지와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의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는 물론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와 투명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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