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 논설위원

미국 프리미엄 커피전문점 블루보틀(Blue Bottle)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한국 1호점을 냈다. 블루보틀이 문을 연 곳은 미국을 빼면 일본과 한국 두 나라뿐이다. 이날 성수점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수백 명의 커피마니아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블루보틀은 ‘커피업계의 애플’로 불린다. 블루보틀은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커피광인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이 200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헤이즈밸리의 친구 집 차고를 빌려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한 것이 효시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처럼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했고 차고에서 탄생됐다. 완벽을 추구하는 괴짜, 새로운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혁신의 아이콘이란 점도 닮았다.

블루보틀은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슬로우 커피’다. 메뉴는 6~8가지로 간소화해 차별화된 맛을 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한국 판매가격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사뭇 비싸다. 블루보틀의 대표 음료인 ‘뉴올리언스’의 한국 판매가는 5800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4.35달러(약 5070원), 일본 540엔(약 5630원)보다 높다. 뉴올리언스는 볶은 치커리 뿌리와 갈아낸 원두를 찬물에 넣어 우려낸 뒤 우유와 설탕을 섞어 만드는 색다른 음료다.

카페라테 가격도 6100원으로 책정돼 국내 커피전문점 중에서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왜 이런 ‘고가 마케팅’이 통할까.

블루보틀이 일본에 이어 한국 시장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한국의 커피 인구가 많다는 방증이다.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최고경영자(CEO)는 3일 성수점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커피애호가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등 한국 시장 동향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블루보틀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한국인이 미국인 다음으로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은 그야말로 커피공화국이다. 커피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다. 외식은 줄어들고 있지만 커피 소비량은 여전하다. 지난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997년 한국 진출 이래 최대인 1조 5224억 원으로 20.5% 증가했다. 우리나라 성인 1인당 평균 커피 소비량은 512잔에 이른다. 2017년 기준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11조원을 돌파했다.

블루보틀은 성수점에 이어 삼청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타벅스처럼 주변 상권도 함께 키울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에 이어 ‘블세권(블루보틀+역세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블루보틀의 국내 상륙을 흘겨볼 일만은 아니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있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우리에겐 왜 ‘커피 소비대국’에 걸맞은 글로벌 커피 브랜드가 없느냐 하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적은 스타벅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스타벅스는 ‘절대강자’라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는 루이싱(瑞幸, Luckin) 커피라는 강력한 대항마가 나타났다. 2017년 창업 반년 만에 중국 내 매장 500개를 돌파하면서 중국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매장 수는 아직 스타벅스(3500여 개)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스타벅스의 중국 진출이 20년이나 됨을 감안하면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세다.

우리 토종 커피전문점은 어떤가.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곳은 카페베네다. 한류 붐을 타고 중국·미국 등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며 한때 한국식 카페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커피마니아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정도로 존재 가치를 잃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글로벌 커피시장의 ‘봉’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커피주권’을 생각해볼 때다. 커피 애호가라면 적어도 커피의 ‘안과 밖’ 사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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