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 씨 21일 공항서 체포
SK그룹 3세 최 씨도 상습마약 혐의

SK, 현대 등 재벌 3세의 마약 투약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사진=SBS 방송 캡처.

 

[시사경제신문=백종국기자 ] 연예계 가수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에서 시작된 마약 파문이 재벌가로 번지면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연예인들에 이어 SK그룹 현대그룹 등 대한민국 대표 기업 3세들의 마약 투약 혐의가 본격 수사를 통해 전모가 드러날 참이다.

변종마약 투약 혐의를 받다 영국으로 도피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 모(28) 씨가 2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정 씨는 공급책 이 모(27) 씨가 올해 2월 경찰에 체포되기 1주일 전 영국으로 출국했으나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입국 시점을 변호인과 조율하다가 근 2개월 만에 일본을 경유해 자진 귀국했다.

정 씨는 과거 해외유학 시절 알게 된 마약 공급책 이 씨로부터 지난해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사서 지난해 3~5월 서울 자택에서 3차례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는 정 명예회장의 8남인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 대표의 장남으로, 현재 아버지 회사에서 상무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정 씨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해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정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정 씨가 마약 구매대금을 본인 명의로 판매책에게 송금한 것을 확인하고, 공범으로 먼저 구속된 SK그룹 총수 일가 3세 최 모(31) 씨로부터 정 씨와 함께 대마를 피웠다는 자백을 받아낸 터였다. 정 씨가 지난해 3월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대마의 일종인 걸스카웃 쿠키를 구매해 최 씨와도 0.5g을 나눠 피웠다는 것이다.

정 씨와 함께 대마를 흡연한 최 씨는 2000년 별세한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아들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최근까지 SK그룹 계열사인 SK D&D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지난해 평소 알고 지낸 마약공급책으로부터 고농축 대마 액상을 여러 차례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텔레그램을 통해 10여 차례에 걸쳐 46g의 대마를 총 725만원에 매수했다고 경찰은 파악했다. 그가 구입했다는 대마쿠키와 액상 대마 카트리지 등 변종 마약으로 액상 대마는 일반 대마에 비해 환각성이 40배 이상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연예인들도 다수 거주하는 서울 시내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자택에서 주로 마약을 했다.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최 씨의 집에서는 마약의 무게를 잰 것으로 추정되는 전자저울도 발견됐다. 최 씨는 긴급체포되기 전날인 지난 331일에도 자신의 집에서 대마를 피웠다고 경찰은 추정했다.

이들과는 별도로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전 명예회장의 손녀 황하나 씨도 최근 마약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황 씨는 지난 2015년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필로폰은 대마보다 훨씬 강력한 중독성을 지닌 마약이다. "버닝썬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재벌 2·3세들이 정말 많이 갔다"는 항간의 소문들로 미루어 볼 때 마약과 연루된 재벌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재벌 3세들의 마약 투약은 대부분 일찍이 유학을 떠나게 되는 북미·유럽 국가의 경우 대마가 합법화 되어있는 곳도 있는 등 관대한 분위기 속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마약을 접하게 되는 데에서 비롯된다. 또 이들의 막강한 재력이 고가의 마약을 거리낌 없이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마약으로 입건돼도 공소권 없음, 무혐의, 집행유예 등 수위 낮은 처벌이 거듭되면서 형성된 특권의식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 3세가 사고를 쳐도 막강한 재벌 인맥과 권력을 통해 뒤처리를 깔끔하게 해주는 부모 조부모 등 보호자가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치열학하게 일 하는 방식을 보지 못했던 그들은 남의 어려움을 헤아릴지 모르고 리더십을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정신적 빈곤함과 환락에 대한 유혹에 약해 인해 마약에 빠져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의 윤리의식 대신 특권의식만 가지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커녕 갑질과 마약만 일삼고 있는 이들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따갑다.

이들의 일탈은 기업 이미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경영 일선에 차질을 주면서 오너리스크를 빚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끊이지 않는 재계 자녀들의 논란에 일반인보다 강한 처벌과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오너가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경영을 맡기기보다 엄격한 인성과 능력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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