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대통령 포기 유감
광화문 대통령 포기 유감
  •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 승인 2019.01.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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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국민들은 청와대 깊은 곳에서 어떻게 대통령직을 수행했는지를 심판했다. 정책결정은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 위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보고를 받고 대통령으로서 결정을 신속하게 내렸는지를 따져 물었다. 그 결과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하고 탄핵을 인용했다. 그리고 2017년 5월 9일 예정보다 7개월여 앞당겨진 갑작스러운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는 광화문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 걸었다. 음습하고,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청산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 방편으로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퇴근길에 남대문에 들러 시민들과 소주한 잔 같이 하겠다는 대통령 후보의 말을 듣고 즐거운 상상을 했을 것이다. 혹시 퇴근길이 포장마차에서 대통령을 마주치지 않을까? 공약은 더욱 구체화되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중요 정책의 하나로 2019년까지 광화문으로 집무실 이전하겠다고 국민들에게 밝혔다.

그런데 2019년 1월 4일 유홍준 광화문시대자문위원장은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 헬기장 등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포기했다.

▲ 대통령 권력의 변질이 우려
현실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은 안전상의 문제, 보안상의 문제, 시민들의 편의의 문제로 어려운 과제였다. 대체 부지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데 20개월이나 걸릴 필요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대통령 공약이 중요한 이유는 그간 문제시 되어 왔던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 집중 즉 ‘제왕적 권력 위험으로부터의 탈피’를 위한 공간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5급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휴일에 부를 수 있는 권력,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기자의 당찬 질문을 대통령에 대한 무례로 공격하는 권력을 보며 국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다시금 제왕적 권력으로 변해가지는 않을지 국민들은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광화문으로의 집무실 이전 공약이 어렵다면, 그 취지인 제왕적 권력으로의 타락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도 국민들에게 제시되어야 했다. 근본적으로는 헌법개정을 통해 권력구조를 변화시켜야 하겠지만, 어차피 개헌되더라도(현실적으로는 어려워졌지만), 현직 대통령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법테두리 내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청와대를 리모델링 하라
무엇보다 청와대 내부의 업무 공간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진들이 근무하는 비서동은 거리적으로 멀다. 같은 청와대 경내에 위치함에도 잰걸음으로도 15분 정도가 소요되고, 그 중간에 경호요원들에게 신분증을 다시금 체크 받아야 한다. 까다로운 절차는 아니지만 심리적 거리를 멀게 만든다. 대통령 집무실에서는 부속실 직원들 몇 명이 전부다.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보고서를 살펴보다가 갑작스럽게 참모에게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듣기도 힘들다.

전화통화가 가능하지만, 대면보고에 비하면 정서적 거리감이 있다. 큰 마음먹고 보고하러 올라가야 하는 대통령 집무실은 참모들에게 소통의 벽이 될 수밖에 없다. 백악관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Oval Office), 그 옆을 부통령 집무실 그리고 각 보좌관 집무실이 줄지어 있다. 대통령은 수시로 참모들의 방을 드나들며 현안 문제를 논의하고 의견을 구한다.

소통이 자유로우니 독단적이고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정책결정에 대한 의심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지금처럼 청와대 회의만 비서동에서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집무 공간을 비서동으로 옮겨야 한다. 공간의 변화는 사고를 변화시키고, 정책결정 과정을 변화시킨다.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포기할 때, 적어도 청와대 내에서의 공간 변화라도 시도하기를 기대했었다.

▲ 정부 정책에 대한 악마의 대변자를 영입해야
공간의 변화만으로 정책결정의 내용의 변화까지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인한 국민경제의 피해에 대해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안타까워하면서도 정책기조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국민들의 아우성을 들으면서도 참모들의 해법은 정책 기조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초록은 동색일 뿐이다. 교황이 성인으로 승인하기 위한 절차에서 성인 후보자의 기적과 공적을 변호하는 사람을 신의 대변자(God's advocate)라 부른다.

반면에 그 후보가 성인이 될 수 없다고 지독하게 반대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을 악마의 대변자(devil's advocate)라 부른다. 신의 대변자의 변호 뿐 아니라 악마의 대변자의 냉혹한 검증을 이겨낼 때 후보가 성인으로 승인받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 생활과 안위와 직결된 대통령의 결정이 개관적이고 정파적 논쟁에서 벋어나게 하려면, 이러한 지독한 비판자의 검증을 거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청와대 리모델링을 통해 정책결정의 공간적 변화를 꾀하고,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지식인의 영입으로 정부의 정책이 국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다산포럼 공동대표/한반도미래포럼 기획이사/YTN, 연합뉴스TV, TV조선, 채널A, MBN 등 출연/중앙대 정치국제학과 남북한관계론 등 강의/前한국폴리텍 강서캠퍼스 학장/前청와대 선임행정관(별정직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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