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 ‘내 안의 엘도라도 제주’
그곳에 가고 싶다... ‘내 안의 엘도라도 제주’
  • 원금희 기자
  • 승인 2018.09.1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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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 삼다도(三多島)

대한민국 남쪽 바다에 있는 가장 큰 섬
가치와 중요성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에 등록

에메랄드 빛 바다색(色)의 아우라에 반하고
약천사 목공의 숨결과 노고를 느끼며
성상일출봉에서 108번뇌를 내려놓는다

오라는 이 없어도 늘 다시 찾는 곳
일상의 작은 반항을 가져온 소중한 시간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 전경.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 전경.

논바닥 같은 김포공항, 가르마 같은 활주로를 미끌어 지듯 날아오르는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섬 제주는 한반도 남쪽 바다 건너에 있다. 섬의 면적은 1833.2km²로 전 국토 면적의 1.83%에 해당한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뤄 동서 73km, 남북 31km의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일주도로 길이는 181km, 해안선은 258km이다. 북쪽 끝은 김녕 해수욕장이고, 남쪽 끝은 송악산이다. 서쪽 끝은 수월봉, 동쪽 끝은 성산일출봉 이다.

2002년 12월, 유네스코가 기후 및 생물 다양성의 생태계적 가치를 인정, 제주도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학술·문화·관광·생태’ 등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아 2007년 6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됐다.

그 무엇과 대체할 수 없고, 인류를 위해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탁월한 가치를 지닌 세계유산.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고 불리는 그곳에 도착했다.

제주공항에 북적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설레는 기분에 내 마음을 더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준비된 렌트카에 부푼 기대를 먼저 실었다. 차 창밖으로 스치는 맑은 공기가 살갗에 스며든다. 일렬로 늘어선 야자나무가 사뭇 정겹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공항을 뒤로한 채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이렇게 제주 여정을 시작했다. 지역 전체가 문화유산인 곳. 그저 발길 닿는 어디든지 행선지가 된다.

이호해수욕장을 지나 한림항 근처에 정차했다. 에메랄드 빛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색(色)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 황홀하다는 찬사가 멋쩍다.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며 자리를 옮겼다.

달리는 차 창 밖을 곁눈질 한다. 이어지는 풍경들이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어설픈 글로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수월봉을 거쳐 용머리해안에 도착했다. 이곳은 수 천 만년 동안 모래가 쌓이고 쌓여 이뤄진 사암층이다. 모진 파도가 해안절벽에 제 몸을 부딪쳐 만든 절경이 빼어나다. 언덕 모양이 용머리를 닮아 그 자태가 위엄하다.

숨은 보석 약천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동양 최대 크기의 법당이 모셔져 있는 곳. 비로자나불을 모시고 있는 대적광전 좌우로 약사여래불과 아미타여래불이 함께 있다. 법당을 받치고 있는 네 개의 기둥에는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황룡과 청룡의 몸짓이 부드럽다. 목공의 숨결과 노고 또한 하늘에 닿을 듯하다. 그 수고로움에 가슴이 뭉클했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발목을 잡아 서귀포 항에서 발길을 멈췄다. 포구에 갇힌 잔잔한 물결이 은빛 비닐처럼 반짝거린다. 정박된 고깃배들의 한가로움이 모처럼 여유롭다. 한참을 바라본 바닷가 풍경이 무척이나 평화롭다. 가슴 한 편에 그곳을 담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긴 여운이 남을 듯하다.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민속촌 박물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 제주로 돌아갔다. 고즈넉한 옛길들과 집들이 쾌청한 날씨에 운치를 더한다. 어촌이나 산촌 등 다양한 자연을 이곳에서 모두 만났다. 오래된 정취를 간직한 분위기에서 세상살이의 정이 느껴진다.

민속놀이인 고누, 투호, 윷놀이, 사방치기, 손금 보기, 동물 먹이주기, 승마 등 그 시절 일상이 오늘날 체험거리로 소소한 행복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꽃이 전하는 삶의 향기가 늘 충만한 곳이다. 아쉽지만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된 성산일출봉. 제주가 자랑하는 자연 경관 중 으뜸이다. 정상 분화구의 가장 자리가 성벽처럼 보인다고 해서 성산(城山)이라 부른다. 또 정상에서 보는 해돋이가 아름다워 일출봉이라 한다.

성산 일출봉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수없이 이어진 계단이 구불구불 길을 만들었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까마득한 길 자국에 슬그머니 뒷걸음질이 쳐졌다. 그 순간 성산의 장엄함에 도전하고픈 용기가 생겼다. 한 걸음 한걸음 발을 떼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108번뇌를 하나씩 내려놓았다. 내 안의 욕심과 오만이 걸음 수만큼 줄어드는 듯했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눈앞에 펼쳐질 경관이 나를 위로했다.

마지막 계단을 밟았다. 드디어 정상에 이르렀다. 승리감이 밀려왔다. 한 눈에 들어온 제주 전경이 주위를 압도했다. 이 기운이 내 안에 감춰졌던 에너지를 용솟음치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르는 이유인 것 같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이 촉촉하다. 여기에 오르니 삶이 낯설지 않다. 두렵지도 않다. 뭐 그리 대단할 것도 없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인생길을 순리대로 걸으면 그 뿐.

누군가가 왜 힘들게 그곳을 오르느냐고 묻는다면 ‘거기에 가야지만 정답을 알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내려오는 길. 내 수고로웠던 여정에 한줄기 바람이 등 뒤에 머문다.

마음의 안식을 찾고 또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세화해수욕장을 지나 용천동굴, 김녕굴을 거쳐 합덕 해수욕장이 멀리서 어렴풋하다.

제주시 중심 쪽으로 핸들을 돌려 1100고지에 멈췄다.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은 이곳은 산 남쪽과 북쪽을 가르는 경계 역할을 한다. 붉은색으로 짙게 물든 가을 단풍과 아름다운 설경이 유명하다. 겨울철에는 한라산의 눈꽃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직접 자동차를 몰고 올 수 있어 데이트나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1100고지 휴게소에서 식사와 음료를 즐기면 행복한 휴식에 작은 기쁨을 더한다.

1박 2일의 짧은 여정에 제주 공항에서 집어든 관광 지도가 길잡이가 됐다. 뚜렷한 행선지 없이 해안도로를 달렸다. 마음 가는 곳에 차를 멈춰 목적지 삼았다. 중간 중간 식도락도 즐겼다.

한림시장 어느 허름한 식당에서 먹었던 갈치조림과 옥돔구이는 제주의 참 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겉모습이 화려한 식당의 고급스러움보다 낡은 간판이 주는 정겨움이 맛을 배가 시켰다. 이런 평범함이 삶의 의미가 된다. 인생의 연륜이 조금씩 쌓여지는 것 같다.

제주에서 맛본 한 점의 회에서 푸른 기운이 느껴진다. 사이드 음식으로 곁들여지는 각종 해산물은 싱싱함 그 자체다. 입 안을 감싸고 도는 식감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갓 로스팅 돼 신선함이 제대로인 애월 무인카페 원두커피 맛,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해안가 호젓한 곳에 자리 잡은 이곳은 주인이 없다. 그곳을 들르는 모든 이가 주인이 된다. 내부에는 이곳을 다녀간 누군가의 흔적이 노란 견출지에 빼곡히 남겨져 있다. 무수한 사연들이 소망이란 덩어리로 공간을 채운다. 하늘 위 구름보다 더 크고 높다.

다섯 번째 제주 방문이다. 가족여행, 세미나, 일 등 여러 목적을 두고 왔지만 올 때 마다 감회가 남다르다. 22년 전 처음 그때와 지금 이 순간, 설렘의 농도는 옅어 지지 않았다.

비행기로 60분, 마음의 거리가 짧다. 아무때나 훌쩍 오고픈 생각이 간절하다. ‘내일 가야지 모레 가야지’ 수없는 날들이 모여 몇 해가 되고, 그 세월을 보낸 후 이제야 왔다. 제주는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인 듯하다. 오라는 이가 없어도 늘 내려갈 준비가 돼 있다.

모든 여정을 마치고 제주 공항에 다시 도착했다. 아쉬움에 발걸음이 무겁다. 공항을 메운 저마다의 손에 제주를 추억하는 선물이 한 보따리다.

언제쯤 이곳을 다시 찾을까? 벌써 그날을 기약한다. 쉽지 않겠지만 빨리 왔으면 한다. 혹시 그날이 내일 일수도 있다. 그런 솔깃함으로 스스로를 달랜다. 짧지만 일상의 작은 반항을 가져온 소중한 시간이었다.

제주를 상징하는 조랑말.
제주를 상징하는 조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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