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부회장 경영권 탈환 시도 실패
분쟁 반복 가능성 높아, 신격호 총괄회장 지분 향방이 관건

신격호 총괄회장(94)의 강한 리더십 아래 70여년간 굳건하던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이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과 함께 내홍을 겪고 있다.

재계에서는 창업주인 아버지가 고령이 되면서 건강 이상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형제끼리 그룹의 승계권을 놓고 다투는 모습을 두고 15년전 현대그룹의 '형제의 난'과 겹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 분쟁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외신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대신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는 최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모두 거머쥔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회장의 뜻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이 아버지를 해임시킨 이유는 하루전인 27일 열린 롯데홀딩스의 또 한번의 긴급 이사회에서 찾을 수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이날 장남인 신 전 부회장에게 이끌려 4년만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신 총괄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이사회를 열어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날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최근 자신의 뜻에 따라 선임된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신 회장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주말부터 사업 보고를 받기 위해 일본에 머물고 있었던 신 회장은 27일 이사 해임 결정이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28일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해임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경영권과 무관한 분들이 대표이사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 시도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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