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환율 지속에 한전 재무악화 우려
추석 전엔 인상여부 결정 안할듯…한전 '추가 자구책'도 관건

정부가 전기요금을 추가로 올리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에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기요금을 추가로 올리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에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경제신문=서아론 기자] 고유가·고환율로 한국전력의 재무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전기요금을 추가로 올리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20일 "관계 당국이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협의 중"이라며 "(인상 시) 시기 및 폭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부터 40% 가까이 전기요금이 오른 만큼 최근까지 정부 안에서는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추가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우세했다. 실제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 이후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및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라는 변수에 직면했다.

당초 한전은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보고서'에서 올해 원/달러 환율을 1천270원,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82.8달러로 전제했다. 이는 '내년 2조원대 영업이익'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현실은 한전의 '부정적 시나리오'에 가까운 상황이다.

환율과 에너지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각각 5%, 10% 상승한 '부정적 시나리오' 상으로 올해와 내년 영업손실은 각각 9조원대, 6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부채 비율은 1천%대까지 폭증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만일 추가 전기요금 조정이 이뤄진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한 인상 시기는 오는 21일이다.

정부는 매 분기가 시작되기 전달의 21일까지 전기요금의 한 부분인 '연료비조정요금'을 조정한다. 다만 연료비조정요금은 1킬로와트시(kWh)당 ±5원의 범위에서 조정되므로 '미세조정'에 불과하다.

관건은 전기요금 내 '전력량요금' 조정이다.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 시 연료비조정요금과 함께 전력량요금이 상향 조정됐다. 다만 전력량요금 조정 시기는 '매 분기 시작 전달의 21일까지'로 못박혀 있지 않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 시점을 '9월 21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나아가 추석을 앞둔 데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의 '키'를 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전 사장이 오는 20일 동시에 취임하므로 '취임 직후 인상'은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방문규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에게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준 정도가 되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 선행 없이는 그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요금 인상을 위해선 한전의 추가 자구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정부 안팎에서는 만약 전기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추석 연휴가 지나고, 김동철 한전 신임 사장이 '한전 추가 자구안'을 내놓은 뒤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 전기 요금 인상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지만 (연료비조정요금이 결정되는) 20일까지는 결정이 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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