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하향’ 법 개정, 근본적 해결책 안돼
법무부가 나서기 보다 국회에서 주도해야
국제법 ‘만14세 이상’ 시대적 흐름 뒤처져
전문가 통한 교육·발달 프로그램 개발 중요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시사경제신문=서아론 기자] 얼마전 발생한 베트남 국적 외국인 폭행 사건, 차량 절도 후 무면허 운전 사건은 모두 촉법소년과 연관돼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수갑찬 13살 소년이 경찰을 욕하고 발길질 하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촉법소년의 범죄 수법도 날로 흉포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현재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범죄 증가, 범행 수법의 흉포화, 촉법소년 제도를 범행에 적극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소년 흉악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개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장관은 “촉법 소년의 제도를 범행에 적극적으로 악용하는 사례 등으로 인해서 연령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증가했다”고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미성숙한 청소년에 대한 ‘낙인찍기’라는 비판뿐만 아니라 교정시설의 수용력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도 이어져 왔다. 법을 위반한 촉법소년의 경우 교도소에 보내 구금되면 평균 1인당 2300만원이 드는데, 이 돈을 사용해 이들이 실제 교화에 성공할지도 미지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최근 대법원이 “가정환경 등의 개선 없이 연령만 낮추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 법무부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서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을 질 수 있는 연령의 하한선을 최소 만 14세 이상으로 유지하고, 14세보다 연령이 낮은 국가는 상향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을 질 수 있는 연령의 하한선을 최소 만 14세 이상으로 유지하고, 14세보다 연령이 낮은 국가는 상향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연령 하향’ 국제법 반해 현실상 어려워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인권기준에서 강조하는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 관점에 반하고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주장해왔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1991년 우리나라도 비준한 국제법으로, 우리 헌법 제6조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실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에게 형사책임을 질 수 있는 연령의 하한선을 최소 만 14세 이상으로 유지하고, 14세보다 연령이 낮은 국가는 상향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한국의 아동사법 제도 운영과 관련해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아동사법 전문법원 설립, 소년에 대한 공정한 재판 보장 등도 권고했다.

덴마크 등 일부 국가에서 2010년에서 2012년 중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낮추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소년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었다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소년원장을 지낸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엔아동인권협약에도 14세 이상으로 공고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비준하게 될 경우 국제법에 반하는 것이다”라며 연령 하향 자체에 대해 부정적 견해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처벌만 강화될 뿐 실효성은 떨어진다. 오히려 낙인효과로 인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처벌 강화보다는 범죄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범죄 발생을 더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한 교수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13살 소년에게 10년형을 내리면 그 소년은 23살에 나와 다시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아동발달 전문가 등이 판사와 함께 사건을 살펴보고 피해자의 실질적 회복과 가해자의 반성을 돕는 것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미성숙해 품행장애의 모습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선도하고 관리할 수 있는 단계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일각에서는 아직 미성숙해 품행장애의 모습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선도하고 관리할 수 있는 단계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처벌에 앞서 변화될 수 있는 체계가 더 시급
올해 3월 서울 용산구의 한 빌라에서 13살 A군이 사망한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을 돌봐주던 40대 고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A군은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중증 발달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은 촉법소년에 해당돼 형사처벌은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건 개요가 알려지면서 여론은 고삐 풀린 ‘촉법소년’ 제도의 폐해가 또 드러났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부모의 이혼과 더불어 5년 전 지병으로 아버지가 사망하며 A군의 가정환경은 좋지 않았다. 여기에 중증 자폐를 앓은 것으로 드러내 사회적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일각에서는 어린 소년들이 강력범죄로 나아가기 전 관심과 훈육을 주지 못하고 방치한 어른들과 사회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아직 미성숙해 품행장애의 모습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선도하고 관리할 수 있는 단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영선 교수는 “아동발달 전문가를 통한 교육·발달 프로그램 개발 지원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린 소년들의 정서와 마음 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그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면 문제 해결의 출발선상에 서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소년원은 정상적인 소년들도 제대로 성장하기 힘든 곳이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부정적인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자존감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며 “행동치료 등을 통해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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