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주민과 소통 ‘1일 현장구청장실’

이원생중계·동별 성과 공개로 참여행정 진화 생활밀착 개선부터 갈등조정까지 성과 확산 보안등·로고젝터·통학로 정비 등 동별 현장 개선 작은 제안이 도시 정책으로 확장되는 ‘성북형 모델’

2025-11-14     서아론 기자
성북구는 2025년 하반기 ‘1일 현장구청장실’을 통해 20개 전 동을 방문하며 주민들과 직접 소통했다. 사진은 11월 10일 열린 돈암1동 현장구청장실에서 이승로 성북구청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O·X 정책 퀴즈 피켓’을 들고 지역 현안 해결 성과를 공유하는 모습. 사진=성북구

[시사경제신문=서아론 기자] 성북구의 대표 소통 브랜드 ‘1일 현장구청장실’이 2025년 하반기에도 20개 전 동을 돌며 주민을 만났다. 9월 16일부터 11월 11일까지 이어진 이번 일정은 “삶의 현장에 주민이 있고, 주민이 있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이승로 성북구청장의 구정 철학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2018년 시작된 이후 올해로 9회를 맞은 현장구청장실에는 지금까지 2,108건의 주민 제안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1,356건이 이미 해결됐거나 해결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 회차에서는 총 413건의 주민 의견이 모였으며 ▲사건접수 155건 ▲현장제안 148건 ▲오픈채팅방 접수 11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이원생중계 주민제안이 ‘현장리포터 실시간 중계’ 방식으로 공유돼 눈길을 끌었다.

“주민 제안, 이렇게 바뀌었습니다”...동별 성과 직접 공개
이번 현장구청장실의 가장 큰 변화는 구청장이 직접 PPT를 통해 동별 성과를 발표한 점이다. 장위2동에서는 어두운 골목길 보안등 설치 요구에 따라 제안 지점 20여 곳에 보안등을 설치하고, 위험 구간에는 매년 50여 개 내외를 추가 교체한 과정을 설명했다. 같은 동의 방범용 CCTV 확대 제안은 80개소 300여 대 운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성북동에서는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를 위한 로고젝터 도입 사례가 소개됐다. 관광객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4곳에 로고젝터를 설치하고 CCTV 10대와 연계해 상습지역을 집중 관리한 결과, ‘어두운 골목’이 ‘밝은 골목’으로 바뀌었다. 정릉3동에서는 노후 벽화 보수, 시장 녹지 정비, 버스정류장 이전 등 생활밀착형 제안 처리 과정이 공개됐으며, 준공 35년을 넘긴 주민센터의 신축 추진과 임시 대체시설 운영 계획까지 상세히 공유됐다.

돈암2동에서는 초등학교 앞 빗물받이 미끄럼 방지, 역사인물 안재홍 선생 동상 주변 문화쉼터 조성, BIT 설치 등 작지만 주민 체감도가 높은 개선 사례가 이어졌다. 장위1동에서는 어린이공원 로고젝터, 북서울꿈의숲 진입 꽃길 조성, 장곡시장 아케이드 연장, 학교 주변 유해업소 정비 TF 운영 등이 소개됐다.

성북구는 해결된 사안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권한·제도적 한계로 협력이 필요한 사안은 ‘다른 길로 찾은 해답’, 장기과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분류해 주민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현장 구청장실에서 주민 제안 처리 결과를 설명하며 동별 개선 사례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 사진=성북구

주민 눈으로 보는 행정… 이원생중계 ‘현장 리포트’
올해 현장구청장실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이원생중계’다. 성북구는 행사장을 중심 스튜디오로, 리포터가 나가 있는 골목·공원·통학로 등을 서브 스튜디오로 설정해 현장을 실시간으로 연결했다.

리포터는 보안등이 설치된 골목, 탄성포장으로 바뀐 계단, 새로 조성된 꽃밭과 산책로 등을 돌며 제안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보여줬다. 주민들은 화면을 통해 “왜 이 지점에 조명이 필요했는지”, “어떤 통행 불편이 있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해결된 현장을 함께 보며 변화의 효과를 체감했다. 

이승로 구청장은 “현장구청장실에 접수되는 제안은 겉으로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주민의 일상을 바꾸는 출발점”이라며 “이원생중계를 통해 행정도 현장을 다시 확인하고, 주민도 제안의 맥락을 함께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행정이 동네로 내려왔다...건강·건축·위생·지적 민원 한자리
올해 현장구청장실이 ‘행정 서비스의 현장화’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 대목은 행사장 안에 꾸려진 각종 상담·체험 부스다. 성북구는 이번 회차에서 보건소 대사증후군 검진, 마을행정사 상담, 건축·위생·지적 민원 상담창구 등을 함께 운영했다.

대사증후군 부스에서는 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 기본 검사와 생활습관 상담이 이뤄졌고, 건축·위생 창구에서는 노후 건축물 리모델링, 영업장 위생 점검, 인허가 절차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지적 상담 부스에서는 토지 경계와 지목 변경, 개발 가능 여부를 묻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기존에는 구청 여러 부서를 돌아다녀야 했던 민원이 동 주민센터 강당, 교회, 경로당 등 행사장 한 곳에서 처리되자 “구청을 동네로 옮겨 놓은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어르신은 “검진 받고, 지적 문제 상담까지 한 번에 해결했다”며 “현장구청장실 오는 날을 ‘행정 보는 날’로 정해두겠다”고 웃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현장구청장실을 통해 주민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하며 현안 해결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성북구

“작은 제안이 도시의 미래를 바꾼다”...성북형 참여행정의 실험
장위2동 폭우 피해보상 문제에서 구청은 법적 당사자가 아님에도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시공사와 조합, 주민 간 합의를 이끌어냈다. 성북동 사유지 도로 정비 문제는 전면 정비가 어려운 구조 속에서도 주민·토지주 협의를 통해 위험구간 위주로 부분 보수를 진행했다. 

장위1동 학교 주변 유해업소 정비는 관련 부서와 경찰, 교육지원청이 함께 TF를 꾸려 자진폐업과 단속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길음2동 미아사거리 통학로 개선은 횡단보도 재배치, 보행신호 연장, 워킹스쿨버스 확대 등 ‘하나의 제안’을 여러 정책으로 분해해 풀어낸 사례다.

이처럼 현장구청장실은 단순히 접수된 민원을 처리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성북구는 제안의 성격에 따라 해결 가능 사안은 신속히 조치하고, 제도·재정·권한의 한계가 있는 사안은 관계기관과 협력해 “가능한 만큼의 최선”을 찾아간다. 합리성과 공공성을 인정받은 제안은 한 동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구 전역의 정책으로 확장된다.

한편 성북구는 이번 현장구청장실에서 ‘구청장과 함께하는 1:300 정책홍보퀴즈’ 코너를 운영하며 주민들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주력했다. 특히 민생회복소비쿠폰의 사용 기한이 11월 30일임을 강조해 각 동 주민들에게 적극적인 사용을 독려했다. 구 관계자는 “소비쿠폰이 지역상권 회복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