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국자들 태도에 공분...“오열하는 국민 앞에서 장난하냐”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당국자들의 면피성 태도에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국민 애도 기간이 끝나는 대로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관계자들에 대한 대대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 = 김주현 기자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당국자들의 면피성 태도에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국민 애도 기간이 끝나는 대로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관계자들에 대한 대대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 = 김주현 기자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관계 당국자들이 책임 회피성 발언 및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국민 애도 기간이 끝나는 대로 관계자들에 대한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발단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서부터였다. 이 장관은 참사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현안 브리핑에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답변을 했다. 

이 장관은 특히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사 발생과 경찰 병력 배치와는 무관하다는 것으로, 결국 경찰 책임이 아니라는 면피성 발언이었던 것이다.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비난이 쏟아졌고, 이 장관은 결국 1일 국회 행안위 현안보고에 참석해 사과 입장을 밝히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참사’를 ‘사고’로 표현한 것은 물론, ‘참사에 따른 주무부처 장관으로서의 사과’ 입장을 밝혔다. 논란을 일으킨 자신의 면피성 발언에 대해 사과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사과’가 아닌 재차 ‘유감’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이 장관은 “제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드린 말씀으로 적지 않은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유감’이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을 뜻한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다’는 뜻을 가진 ‘사과’와는 의미 차이가 큰 것이었다. 

이태원동의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의 박희영 구청장 또한 많은 국민을 분노케 했다. 박 청장은 MBC와 인터뷰에서 용산구청장 책임을 묻는 질문에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며 “이건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 청장 또한 할 일을 다 했으며, 참사는 막을 도리가 없었다는 답변이었던 것이다. 박 청장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용산구청은 거듭 ‘박희영 구청장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겠다’, ‘구체적 후속 대책 추진, 말보다 행동으로’ 등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미 분노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박 청장은 결국 1일 입장문을 내고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박 청장 또한 정확한 ‘사과’가 아닌, ‘송구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송구하다’는 ‘두려워서 마음이 거북스럽다’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그런가 하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말장난을 던지고 웃기까지 해 국민적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전 세계가 경악하는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웃고 말장난을 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비난이다.

이와 관련, 한 총리는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브리핑 중에 ‘통역에 문제가 있어서 죄송하다’는 공지가 나오자,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말장난처럼 말했다. 

이는, 앞서 한 기자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냐’고 질문한 것을 비슷하게 따라 한 것이었다. 한 총리는 뿐만 아니라, 간담회 도중 줄곧 웃음을 지어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이 같은 태도에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정부 어느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이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형사책임만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 당국자들,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구청장, 시장까지 하는 일이라고는 ‘우리는 책임이 없다’가 전부”라며 “제도 부족 때문에 생긴 사고가 아니다. 이것은 명백한 인재이고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가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가족과 친지를 잃고 고통 속에 오열하는 국민들 앞에 장난을 하고 있느냐”며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다, 참사가 아니라 사고다, 어떻게 이런 공문들을 내려보내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줄이기 위한 행동을 할 수가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사경제신문=정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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