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물가 잡기 위해 금리 인상 불가피
한계가구‧기업 속출 땐 금융부실화 뇌관
취약차주 연착륙 위한 정책 지원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8개월 째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물가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경제 불안은 한껏 고조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살고 있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고물가 고착화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3개월 만에 또다시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한은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까지 깨고 역대 두 번째 빅스텝에 나선 것은 물가 오름세가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지난 5일 국세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한은이 설정한 안정 목표치(2%)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 7월 역대 최고(4.7%)를 기록한 이후 두 달 연속 하락했으나 4%대를 유지하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참고하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언급했듯이 물가상승률이 6%를 넘고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4%를 넘는 상황에서는 경기와 관련 없이 물가부터 먼저 잡아야 한다. 

금리 인상은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와 이에 따른 환율‧물가의 추가 상승 요인이 상존하는 복합적인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한은이 재차 빅스텝을 결정했지만 우리 기준금리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3.00~3.25%) 상단이 0.25%포인트 높은 한·미 금리역전 현상은 여전하다.

특히 연준이 오는 11월1~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알려져 한·미 금리 격차는 다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원화 가치 하락으로 급속하게 달러가 유출될 것이다.

우리로서는 기준금리를 올려 외국인 투자자금의 추가 이탈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의 위험 요인을 최대한 줄여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연준의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는 엄중한 상황인 것이다. 

치솟는 환율과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뛰는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 인상 외에 별다는 수가 없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가계와 기업에게는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빅스텝이 우리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낮추는 한편 기업과 가계 이자 부담은 12조2000억원 정도 가중시킬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은 으레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재빨리 올린다. 국내 가계 대출은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 이자율이 바뀌는 변동금리 비중이 78%에 이른다.  한계가구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조달금리가 3%포인트 오르면 외부 회계법인의 정기감사를 받아야 하는 외감기업 중 절반은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경련 조사도 있다.

가계와 기업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금융권 부실화의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고금리 대출자들이 중·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서민금융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고금리에 중·고소득 가구는 빚을 줄이는 추세지만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 가구는 오히려 빚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며 저소득 가구에 대한 긴급생계비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건전성보다 민생 건전성을 살필 때라는 것이다. 

비상한 시기인 만큼 취약차주(借主)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핀셋 지원이 긴요할 수 있다. 하지만 ‘퍼주기식’ 재정 지원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영끌족’, ‘빚투족’, 나아가 생계형 대출자의 경우도 최소한의 형평성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금리 인상이 거듭되면서 파산지경에 이르는 가계와 기업이 속출하면 결국 은행이 ‘채무탕감’의 짐을 떠안아야 한다.

그런 만큼 은행은 사회적 책임을 떠나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도 상환 일정 조정 등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다양한 정책 조합을 강구해야 한다.

경쟁력을 상실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미뤄서는 안 된다. 고금리시대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은 말의 성찬이 아닌 단호한 행동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시사경제신문=김종면 주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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