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또 빅스텝 10년만에 기준금리 3% 시대 돌입
주택장기대출 이자 급등 및 물가 고공행진 ‘녹록지 않은 삶’
사업자 대출, 이자만 두 배 올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고심” 

금리 인상의 여파로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시민이 부동산 앞에서 시세를 보고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금리 인상의 여파로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시민이 부동산 앞에서 시세를 보고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지난 10월 12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석 달 만에 또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실시했다. 지난해 8월 이후 14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2.50%p 뛰었다. 한은은 고공 행진하는 물가와 환율을 잡는다는 이유로 7월 이후 석 달 만에 또다시 빅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이 같은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은 서민들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등 일상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물가 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는 월급 인상률, 사라지는 일자리, 대출금리 인상, 청년 알바 감소 등 일상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달 전기, 도시가스 요금이 오르면서 밥상 물가마저 치솟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환율 급등이 기름을 붓는다. 서민들 삶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버틸 재간이 만무하다. 

특히 끝이 보이지 않는 금리 인상의 여파로 집값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아파트 시장에 매수 문의가 실종되며 내림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10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22% 떨어졌다. 지난주(-0.20%)보다 낙폭이 커진 것이면서, 2012년 8월 마지막주(-0.22%) 조사 이후 10년1개월여 만에 최대 하락이다. 이에 매수세는 자취를 감추고, 종전 거래가보다 싼 매물이 늘어났지만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지난해 초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은 사람들 소위 영끌족(주로 2030세대)은 신용대출, 마통(마이너스통장)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내 집을 장만했지만 치솟는 금리와 곤두박질 치는 집값에 이중고를 넘어 삼중고에 시달리며 인생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집값의 50% 이상 대출받아 어렵사리 집을 장만한 기성세대들의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다. 부동산담보대출, 신용대출에 마통까지 끌어쓴 서민들은 앞으로의 생활이 고심이다. 여기에 자식들 학자금, 용돈, 교육비 등이 태산처럼 시름을 더한다. 

이에 본지는 현재 부동산담보대출, 신용대출, 소상공인 사업자 대출을 쓰면서 생활하는 서민들의 사례를 통해 이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살펴본다.

한은의 잇단 금리 인상으로 시중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한은의 잇단 금리 인상으로 시중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갚기도 빠듯"
 
서울의 외곽도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명수씨(남 58세, 직장인)는 지난 2016년 3월 생애 최초 어렵사리 내 집을 장만했다. 집값의 70%가 넘는 2억2천 7백만 원의 융자를 받아 잔금을 치르고 신용대출 등을 통해 집수리와 이사 비용을 충당했다.

김씨는 당시 2% 후반대 금리로 35년 주택담보 장기대출을 받았다. 2016년 4월부터 원금분할 및 이자 포함 857,840원 정도였던 상환액이 2022년 10월 현재 4.16%대의 금리를 적용받아 999,539원으로 올랐다. 이자만 141,699원이 오른 것이다.

이어 각종 신용대출 명목으로 받은 89,300,000원 중 일부 원금 상환, 일부 이자만 지급하는 방식의 부채 역시 2016년 3.00% 대에서 지금은 5.1%대까지 올라 이자 부담액이 총 10만 원가량 올랐다. 

김씨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이자만 약 243,988원 더 납부하게 됐으며, 이와 함께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지출까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는 “아무에게도 물려받은 재산 없이 몇십 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50세가 넘은 나이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지만 85살까지 주택담보 대출을 갚아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금리는 오르고 물가는 널뛰고 자식 학자금에 용돈, 학원비까지 숨 돌릴 여유가 없다. 서민들 삶이 다 그러려니 하지만 부모의 도움으로 편하게 생활하는 친구들을 보면 신세 한탄이 절로 나올 때가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현 상황이지만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당리당략에만 빠져있는 정치권을 바라보면 참 씁쓸한 생각이 든다”는 심경을 밝혔다.

금리 인상의 후유증으로 밥상머리 물가도 치솟고 있다. 서울 자치구의 한 재래시장. 사진=원금희 기자
금리 인상의 후유증으로 밥상머리 물가도 치솟고 있다. 서울 자치구의 한 재래시장. 사진=원금희 기자

◆자영업자 사업자 대출 3.065%→ 5.65%로 치솟아 이자만 두 배로 올라 

서울에 터를 닦고 사는 자영업자 한기현(남, 51세)씨는 20년 넘게 남의 사무실을 빌려 사업체를 운영했다. 월세가 부담됐지만 내 사무실을 갖기에는 현금 등의 자산이 부족했다. 지난해 “매달 월세를 부담하느니 대출을 받아 사무실을 분양받고 월세로 지급하는 금액을 은행 이자로 납부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지인의 권유로 서울의 한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 현금이 없었기에 80% 정도의 대출로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한씨는 힘들게 지신의 사무실을 갖게 됐다. 

그는 2021년 8월 3.06% 금리로 몇 억을 대출받아 이자만 1,483,890원을 부담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5.96%로 금리가 훌쩍 뛰어 2,730,164원 가량의 이자를 납부하고 있다. 정확하게 이자만 90%가 올랐다.

한씨는 이자만 백 이십 만원이 오르자 매우 난처한 입장이다. 경기침체와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은 더욱 힘들어지고 이자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인건비는 오르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1년 새 이자만 두 배 이상 올랐다. 아직 끝을 알 수 없다. 내년에는 더 힘들다는 경제진단이 숨통을 조여온다. 앞으로 어떻게 버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힘들고 어렵지만 누굴 탓하겠는가? ‘이또한 지나가리’라는 일말의 희망을 부여잡고 있다”며 힘없이 말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여파로 몸살 앓아...정부의 대책 마련 시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대출금리도 빠르게 오를 전망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오르게 된다. 

지난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0%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금융관계자들은 기준금리가 3%대 이르면 연말까지 대출금리는 8%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기준금리 인상은 곧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산정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을 올리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앞서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고, 이어 올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도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여파로 지금 우리나라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집값과 주식은 폭락하고 물가는 오르고 서민들은 지갑을 굳게 닫고 있다.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시사경제신문=원금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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