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한국폴리텍대 학장 등 전문가 5명 집필 
법원 판례‧행정 해석 등 현장 실무 가이드 제시
노동관계법 제대로 알아야 노사 상생의 길 열려 

노사관계법 실무 자료=박영사
노사관계법 실무 자료=박영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6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평균 연봉 1억원을 받는 금융노조는 연 6.1% 임금 인상과 주 36시간 근무 등을 요구했다.

사측이 제시한 1.4% 인상안과는 크게 차이가 났다. 노조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정당한 요구라고 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4대 시중 은행 직원 평균 연봉(각 은행 공시 기준)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억550만원을 기록해 억대 연봉 대열에 올랐다. 주 36시간제 근무, 그러니까 주 4.5일만 근무하겠다는데 대해서는 사측뿐 아니라 금융소비자들도 배려하지 않은 이기적 요구라는 비난을 샀다. 

최근 이같은 파업사태에서도 보듯 노사관계 갈등은 비단 이해당사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국민 일반의 공동 관심사다. 편치 않은 노사관계가 공동체 구성원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비용은 막대하다.

국가라도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할 중대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노사 양 당사자와 함께 정부가 행위 주체가 되는 3자 구성원칙(Principle of Tripartism)의 사회적 관계가 정착하게 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정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관계법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노사관계법 혹은 집단적 노사관계법은 사용자에 비해 경제‧사회적으로 열등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들의 단결을 보장하여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대등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노사자치주의, 곧 노사간의 자율적인 문제해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수영 폴리텍 대학 학장 사진=폴리텍 대학
이수영 폴리텍 대학 학장 사진=폴리텍 대학

최근 출간된 ‘노사관계법 실무’(박영사 펴냄)는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는 노사관계에 대한 확실한 그림을 그리게 해주는 책이다.

이수영 한국폴리텍 대학 학장 등 5명의 전문가가 저자로 참여한 이 책은 무엇보다 이론과 실무를 아우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노사관계법 전반에 대한 개관과 함께 실무를 다루는 현장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법원 판례와 행정해석, 업무 매뉴얼 등을 꼼꼼히 정리했다. 

이 책은 집단적 노사관계와 관련된 주제를 중심으로 실무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 노사관계의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노동조합법 파트에서는 노동조합, 단체교섭,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단체협약, 쟁의행위, 쟁의 조정과 중재, 부당노동행위 등을 다룬다.

공공부문 노동관계에서는 공무원, 교원, 공공기관의 노동관계와 관련된 법이 주된 대상이다. 노동위원회와 노사협의회에 관한 법도 실무적 관점에서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법은 6‧25전쟁 중인 1953년 노동조합법과 노동쟁의조정법이 제정된 이후 70년이 지나며 많은 변천을 겪었다.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성장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1980년대까지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적잖이 제한됐다.

그러나 1996년 세계 29번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되면서 힘을 얻게 된 세계화와 선진화, 노동존중 등의 국가정책 기조에 따라 노동기본권도 보편적인 국제기준에 맞추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전기를 마련했다. 

2021년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에 비준함으로써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등 해묵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노조조직률도 2020년 기준 14.2%, 조합원은 280만 명을 넘어섰다. 대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50%, 공공부문은 70% 수준에 이른다. 문제는 저자들도 지적하듯 노사의 상호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심지어 적대적이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 등 국제기관이 평가하는 우리 노사관계의 경쟁력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영원히‘평행선의 숙명’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이 책이 강조하는 바는 이렇다. 노사가 갈등의 강을 건너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려면 법과 제도를 개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행 노사관계법 실무를 제대로 알고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집단 노동관계법의 제반 이론과 실무를 망라한 이 책은 합리적인 노사 상생의 길을 찾는 이정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시사경제신문=김종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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