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어권 드라마 수상은 74년 에미상 역사상 처음
한류 콘텐츠 지속가능성 제고 위한 정책 지원 절실
넷플릭스, 수익 ‘독식’…OTT 관련 입법 등 정비 필요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6관왕에 오르며 K드라마의 위상을 드높였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6관왕에 오르며 K드라마의 위상을 드높였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6관왕에 오르며 K드라마의 위상을 드높였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징어 게임은 이에 앞서 지난 4일 기술진과 스태프에게 수여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단역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스턴트 퍼포먼스상, 시각효과상 등 4개 부문의 상을 받은 바 있다.

에미상 6개 부문을 석권한 것이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영어권이 아닌 지역에서 제작된 드라마가 에미상을 받은 것은 74년 에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학아카데미(ATAS)가 1949년부터 주관해온 에미상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방송계의 오스카(아카데미상)’로 불린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 지난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아메리칸뮤직어워즈 수상에 이어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을 거머쥠으로써 K콘텐츠는 세계 대중문화 시장에서 더욱 영향력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오징어 게임은 거액의 빚에 쫓기는 주인공이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면서 겪는 인생 분투기다. 적자생존, 계급사회, 승자독식 등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정직하게 응시하고 그것을 창의적인 드라마 문법으로 옮겨내 주목받았다. 세계인의 보편적인 감정에 충분히 가닿을 만한 소재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 신드롬을 몰고 온 오징어 게임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94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에 올랐다. 53일 동안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달리며 넷플릭스 시리즈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드라마에 폐쇄적인 에미상의 장벽을 어떻게 넘을 수 있었을까. 뉴욕타임스는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에 대해 “극단으로 치닫는 불평등사회와 도덕적 파산에 대한 그 쇼(오징어 게임)의 담담한 논평은 전 세계인이 공감할 ‘빈부 격차’의 좌절감을 건드렸다”고 했고, 블룸버그는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한 성찰로 전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고 했다. 인간 실존의 조건에 대한 생생한 접근이 언어의 장벽, 문화적 편견을 뛰어넘게 한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 드라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거치며 넷플릭스는 세계를 하나로 묶는 가장 효율적인 플랫폼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에 2100만달러(약 288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10억달러(약 1조3730억원)의 가치를 창출했다. K드라마는 이미 거대한 ‘산업’이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 오징어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이나 판권은 넷플릭스에 있다. 러닝개런티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이 아무리 대박을 터뜨려도 국내 제작자와 창작자에게는 추가로 돌아올 수익이 없다.

‘넷플릭스의  그림자'는 또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할리우드산(産) 드라마에 비해 편당 제작비가 비교도  안될 만큼 적다. 넷플릭스만 한국 제작사와 한국 시장으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챙겨가는 셈이다.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을 계기로 OTT를 둘러싼 입법 논의는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석권은 K콘텐츠가 더 이상 우리만의 자족적인 문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문화상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K콘텐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적 측면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정부는 K컬처를 초격차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K콘텐츠를 육성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미디어·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정책금융을 통해 세계적인 콘텐츠 지식재산권 보유 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K콘텐츠 매출액과 수출액을 2027년까지 각각 200조원, 230조원으로 늘린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매년 9월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지정했다. K콘텐츠의 영토를 더욱 확장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한류’를 포함한 문화 분야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보다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시사경제신문=김종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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