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3년8개월만에 2달 연속 6%대 인상률
금리 인상으론 물가 억제 '역부족'...스테그플레이션 유발 '가능성'만
부가세 1~2년 인하...내년 하반기 4%대 물가인상률 '기대'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6월에 이어 7월까지 두달 연속 전년대비 6%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이다. 1998년 10~11월 이후 23년8개월만의 기록적인 물가 상승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그러나 현재의 고물가현상은 우크라이나전과 세계 각국의 식량안보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부분이 크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내놓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부가가치세·소득세 등 세금을 조정하거나 고물가에 타격이 극심한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혜택을 늘려 실질소득을 유지·증가시켜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에 본지는 고물가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살펴본다.

싣는 순서 ①부가가치세 인하 ②소득세·통신요금 등 인하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박영신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박영신 기자

우크라·식량보호주의 등 원자잿값 '인상'

최근 기름값 뿐 아니라 농·축산물, 공공요금 등 전 품목 가격이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농축수산물은 7.1% 상승했고 특히 오이(73%)와 배추(72.7%), 시금치(70.6%), 상추(63.1%), 파(48.5%) 등이 많이 올랐다. 축산물도 수입쇠고기(24.7%), 돼지고기(9.9%) 등이 오르며 6.5% 상승률을 보였다

가공식품 중 식용유는 1년 전보다 55.6% 급등했다. 밀가루(36.4%), 국수(32.9%), 부침가루(31.6%), 빵(12.6%) 등 10% 넘게 오른 품목만 25개다. 외식물가는 갈비탕(12.6%), 자장면(11.9%), 치킨(11.4%) 등 13개 품목이 1년 전보다 10% 이상 올랐다.

이처럼 물가가 급등한 원인으로는 우크라이나전쟁과 각국의 식량보호주의 등으로 인한 원유, 식량 등 원자잿값 인상 등이 꼽힌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 3대 원유생산국이자 세계 1위 석유수출국인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미국은 수입금지 조치를, 유럽연합은 수입 90% 축소를 의결했고 사우디는 원유 판매 가격 인상을 결정한 데 반해 최대 석유 소비시장인 중국의 봉쇄조치 해제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유 가격 급등에 따라 공산품 생산가격도 급등했다”고 덧붙였다. 

또 김 교수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의 식량보호주의로 인해 밀, 팜유 등 각종 식량 수출제한조치가 추진되면서 쌀을 제외한 식량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가공식품 및 외식물가가 상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환율도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달러·원 환율은 4월 평균 1235.09원, 5월 1268.38원, 6월 1280.83원에 이어 7월 평균 1300원을 넘어서면서 계속 오르는 추세다.

극심한 가뭄과 폭염 등 기상 여건도 채소류 작황을 부진하게 해 공급량을 줄여 물가를 오르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달 31일 발표한 '추가적 인플레 압력, 폭염' 보고서에서 7월27일 기준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6.5일에 달해 평년보다 폭염 일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며 향후 주요 식자재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보복소비’로 인해 소비가 증가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행히 중국과 유럽의 경기둔화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국제유가는 다소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7월 석유류는 전월 대비 0.1% 내렸고,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지난달 31일 1800원대에 진입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전쟁을 거치면서 과잉 유동성(한 나라의 국민경제가 필요로 하는 통화량 이상으로 통화가 발행돼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상태)이 발생했다”면서 “그러나 과도한 과잉 유동성이 이제야 가라앉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세돈 교수는 “그러나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질소득이 줄어든 국민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면 물가가 한꺼번에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물가인상율은 올해 9~10월 정점을 찍고 내년 초에는 5%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 물가 안정에 효과 없어...부가세 일괄인하로 스테그플레이션 막아야 

서울의 한 전통시장 사진=연합뉴스

물가가 치솟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금리 인상은 일정 부분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소비와 대출, 투자가 줄어들어 통화량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김용진 교수는 “우크라이나전쟁과 각국의 식량보호주의 등으로 인한 원유와 식량 등 인상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금리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 자칫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가 발생할 수 있어 앞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에는 신중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세금정책을 시행하는 게 단기적으로 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신세돈 교수는 “모든 상품 등의 부과가치에 부과되는 세금인 부가가치세를 일정 부분 인하하면 물가 인하 효과와 경기 위축 방지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정부는 지난 6월28일부터 커피 생두 수입부가세를, 지난 7월1일부터는 병, 캔 등으로 개별 포장된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젓갈류, 단무지 등 단순 가공식품에 대한 부가세를 오는 2023년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생두에 대한 수입부가세 면제조치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원두 가격뿐 아니라 우유, 코코아, 설탕 등 원부자재 비용이 크게 인상된데다 빨대, 컵 등 가격도 오르고 있어 생두에 대한 면세조치가 커피값 인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세돈 교수는 “모든 상품의 부가세를 2% 일괄 인하하면 기업과 업체들도 소비자가격을 내릴 수 있고 소비자들도 지갑을 다시 열게 될 것”이라며 “가격부담을 줄여 소비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지만 부가세 2%를 인하하는데 세수가 10조원도 채 안 줄어든다”면서 “줄어든 세수는 국민들의 실질소득으로 되돌아가는 셈이 되니 일석삼조”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부가세 인하를 영구적으로 하자는 게 아니라 고물가 시기를 안정시키는 차원으로 일시적으로 1년~2년 정도 하자는 것”이라며 “그러면 내년 하반기에는 물가인상률이 4%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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