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사퇴부터 박원순 취임까지…”

오세훈 前 시장이 1년 동안 반대했던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1분 만에 처리하더라

지난해 서울시정의 최대 이슈는 오세훈 前 서울시장의 사퇴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임이었다. 무상급식 조례가 서울시의회에 상정되어 1년여 간의 기나긴 협상 줄다리기가 이어졌었고, 끝내 협상을 거부한 오세훈 前 서울시장은 정치적 사활을 건 주민투표까지 실시한 끝에 시장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이후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는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전환점이 발생했다. 현재 대권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교수의 양보,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게 승리, 본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에게까지 승리한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1년여의 시간을 소비한 무상급식 논란은 단 1분 만에 처리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서울시의회 허광태 의장은 “민주정치의 성숙된 모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누구보다 현장에서 정치사의 전 과정을 목격한 서울시의회 허광태 의장을 만나 지난해 격렬했던 서울시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Q: 지난해 오세훈 前 서울시장의 사퇴를 현장에서 목격하셨다. 서울시의회 의장으로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떤 분이셨나?
A: 오세훈 前 서울시장은 서울시정을 함께 이끌었던 파트너였다. 인간적인 정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정책을 풀어나가는데 교차하는 부분이 많았던 분이다. 여소야대 구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서로가 정책위주로 협력하는데 최대한 노력했다. 오세훈 前 시장은 정책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는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무상급식에서 절대 후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Q: 일각에서 오세훈 前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놓고 위험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A: 정치적으로 오세훈 前 서울시장과 같은 사람이 만들어지기까지 직간접 비용이 엄청나다. 개인적으로는 먹는 것 가지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장직까지 걸만한 사안은 아니라고도 요구도 했다. 하지만 본인이 정치력을 펼치는데 굳이 공식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곤란했다. 결국 사퇴하고 따로 만나서 식사를 했는데, 오세훈 前 서울시장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파트너로서 끝까지 가야했는데 죄송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해주셨고 고맙다고 말했다.

Q: 현재 오세훈 前 서울시장의 건강상태는 어떤가?
A: 오세훈 前 서울시장의 건강문제는 언론을 통해 먼저 알았다. 허리와 위가 아프다는 소식에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겪었던 것인지 걱정부터 됐다. 지난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이 상처일수 있지만 큰 경험이 됐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난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이제 위는 어느 정도 치료가 되었지만 허리는 치료에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년에 만나기로 했으니 조만간 자리를 한번 마련할 계획이다.

Q: 이 같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책으로 엮어 내셨다고 들었다.
A: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시장이 사퇴하는 기록, 주민투표가 실시된 상황, 지방의회에서 이토록 격렬한 토론과 격론이 오간 적도 없었다. 이런 모든 상황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하나의 사안을 가지고 정책차이가 이렇게까지 번질 수 있나” 또 하나의 생각을 갖게 됐다.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문제인데 얽히고 섥혀서 시민에게 묻는 사안까지 갔지만, 어쩌면 이것이 민주정치의 성숙된 한 부분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Q: 지난해 서울시정의 사태가 결과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져왔다고 판단하나?
A: 사실 시민들은 의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그런대 지난해 무상급식 논란으로 시민들이 서울시의호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리는 기회가 됐다. 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됐고, 그런 기회로 인해 급식문제, 한강 르네상스 문제, 서해뱃길, 양화대교 문제 등 시민들과 연관된 많은 일들이 서울시의회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 홍보됐다.

Q: 그러한 기회로 잠자고 있는 시민의식을 깨웠다고는 하지만, 결국 서울시의회의 홍보 부족으로 연결되는 것 아닌가?
A: 공감한다. 그런대 홍보 예산이 매우 부족하다. 의정보고회도 열고 싶지만 그 또한 예산을 수반한다. 솔직히 그동안에는 그럴 겨를이 없을 정도로 정책을 만드는데 전력을 쏟았다. 홍보까지 미처 챙기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정책을 만드는데 노력해 왔기 때문에 어느 회기보다 이번 서울시의회를 구성하는 의원들이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Q: 구체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시의회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
A: 지난해 서울시의회를 이끌면서 당차원의 간섭은 전혀 없었다. 다만 문제를 풀어 가는데 박영선 의원이나 박지원 前 원내대표, 손학규 대표 등에게 자문을 구하는 정도였다. 이번 서울시의회의 가장 큰 특징은 처음으로 분야별 TF팀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각 분야별 전문의원들을 모았고, 정책적 전략을 마련했다. 질문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까지 제시하는 성숙한 질문을 요구했다. 의원들도 잘 따라주었다. 오세훈 前 서울시장이 어려움을 겪은 것 역시 비판이 아닌 대안을 마련한 정책적 반대였기 때문이다.

Q: 내년 총선에서 허광태 의장님의 거취문제에 관심이 높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A: 오세훈 前 서울시장이 사퇴한지 두 달여가 지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지 두 달여가 지났다. 나는 순리를 대단히 존중하고 그렇게 하고 싶다. 아직은 총선출마에 대한 때는 아니라 생각한다.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런 것이 지방의원의 몫이라 생각한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고향에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도농간 교류와 농민들을 위해 MOU를 체결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항간에서는 지역에 뜻이 있어 그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고문들이 그렇게 홍보를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고향인 전북 진양 일대에서만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올 뿐 같은 지역구의 다른 지방에서는 저를 아직 모른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서울시의회 의장이라는 책임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 뿐이다.

Q: 의장님의 지역구는 양천구다. 서울시의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지역구 문제에 소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지역 주민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A: 늘 성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신 분들과 전화통화 한번 제대로 못하고 지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동안 단 하루도 긴장 없이 지낸 적이 없었다. 의장직을 수행하다보니 전화를 손에 들고 있을 시간도 부족했다. 숨 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큰 산을 한번 넘었기 때문에 올해는 지역을 좀 더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양천구에는 경인 지하화 문제, 구 재정 문제, 지하철 개통 문제, 재건축 허가 문제, 재개발 문제 등 많은 민원이 산재해 있다. 일단은 주로 어렵고 힘들고 고통 받는 분들의 민원을 가장 먼저 살펴보고 민원의 문턱을 대폭 낮출 것이다. 갈 곳 없는 아이들, 사회에서 제외되고 소외된 벼랑 끝 사람들을 위해 뜻이 잘 맞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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