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쪽방촌 주민들, "하루빨리 공공개발 추진돼야"

지난 22일 동자동 쪽방촌의 거리 모습 사진=박영신 기자
지난 22일 동자동 쪽방촌의 거리 모습 사진=박영신 기자

서울역에서 5분 거리에 건물 65개 동, 1267세대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큰 쪽방촌 단지인 동자동 쪽방촌이 있다.

주로 사업에 실패하고 가정파탄까지 났거나 몸까지 아프게 돼 가정과 직장 등 생활터전에서 밀려 나온 사람들이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초생활수급자가 주민(2022년 기준 881명, 실제 1천여명 추산)의 절반에 달하는 496명이고 등록장애인도 90명이나 된다. 연령대도 65세 이상 314명으로 고연령층이 많다.

주민들은 매월 약 평균 24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최저주거기준(1인 1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평(6.6㎡) 남짓한 방은 한 사람만 누우면 자리가 꽉 차 살림살이를 놓을 공간이 없다. 취사시설이 없거나 부족해 화장실에서 쌀을 씻고 방에서 휴대용 버너를 이용해 조리를 해야 한다. 세탁기와 화장실도 한층 또는 한 건물에 사는 5~8세대가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 단열, 방음 등이 취약하고, 바퀴벌레, 쥐 등이 들끓는 등 위생 상태도 열악한 상황이다.

그러나 쪽방촌 주민들은 폭염대책을 비롯한 서울시의 '노숙인·쪽방 주민을 위한 3대 지원방안’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토지주·건물주로 구성된 주민대책위원회의 반대로 공공개발이 지연되고 있어 쪽방촌 거주민들은 얼마나 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채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폭염대책, 실효성 없어...근본적인  주거대책 추진돼야"

지난 22일 동자동 쪽방촌에서김정호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이사장을 만났다. 사진=박영신 기자
지난 22일 동자동 쪽방촌에서김정호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이사장을 만났다. 사진=박영신 기자

“밤에도 30˚C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쪽방에서 잠을 못 자요. 차라리 길거리에서 돗자리 깔고 자는 게 더 낫습니다. 모기에 물려도 그것보단 일단 사람이 살고 봐야 되니까요.”

지난 22일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김정호(동자동 쪽방촌 거주민)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이사장은 폭염상황에서의 쪽방 주민들의 생활실태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에어컨 150대를 지원하는 서울시의 폭염대책에 대해선 “실효성·현실성 없는 보여주기식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건물 구조상 에어컨을 설치할 만한 통로 여유공간이 없는 곳이 많을 뿐 아니라 통로에 설치가 가능하더라도 방은 여전히 더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집주인들이 전기세 등을 이유로 반대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김정호 위원장은 “단발성 대책으로 에어컨 설치를 지원할 게 아니라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과 개인이 각자 사용할 수 있는 취사공간, 청결한 화장실 등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주거환경이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민간·공공개발안 같이 검토...거주민들, 공공개발 원해 

동자동 쪽방촌의 한 건물 내부 사진=박영신 기자

지난 해 2월 국토교통부는 동자동 후암특계1구역에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공공이 토지를 수용한 뒤 직접 개발하는 방식인 공공주택지구조성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임대 1250호, 분양 200호 등 공공주택 1450호를 2026년까지, 민간분양주택 960호를 2030년까지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이 사업을 통해 쪽방촌 세입자들은 임대주택 입주권을 얻게 돼 주거면적 18㎡(5.4평)에 보증금 183만원, 월세 3만7000원을 부담하고 거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토지·건물 등 소유주로 구성된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는 사유재산의 강제수용 개발방식 반대 등을 이유로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70%의 동의서를 받아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공공개발안을 반대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민간 사업방식도 검토해 보기로 했고, 소유주들에게 민간 개발안을 마련해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말까지였던 ‘지구 지정 고시(개발구역 공표)’를 미뤘다.

국토부는 최근 정비사업의 승인권자인 서울시에 민간개발안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고 서울시는 토지소유주들이 민간개발안으로 제시한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의 운영 기준이 지난 6월 말 변경됨에 따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회신했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국토부에 토지소유주 측의 민간개발안은 제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동자동 쪽방촌의 한 건물벽에 곰팡이가 피어 있는 모습 ​​​​​​​사진=박영신 기자
동자동 쪽방촌의 한 건물벽에 곰팡이가 피어 있는 모습 사진=박영신 기자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현재까지 공공개발안을 철회한 바 없다”면서 “취약층인 거주민들의 주거 제공을 위한 충분한 임대주택 물량 확보 제시 여부 등을 기준으로 공공개발안과 민간개발안을 같이 놓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실상 토지·건물주가 대부분 부재지주(해당 토지나 건물에 거주하지 않는 소유주)인 경우가 많아 현금보상 밖에 받을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반대하고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최근 정부가 공공개발 시 부재지주에 대해서도 현금보상 뿐 아니라 현물보상(분양권)을 지급하는 정책 도입을 추진 중에 있어 토지·건물 소유주들도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호 위원장은 “민간 주도로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사업성·수익성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처음 계획과는 달리 임대주택 물량이 줄어드는 등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거주민들은 당초 계획대로 공공개발로 추진돼 거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주거를 제공받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 “국토부는 토지·건물주들의 반대로 사업이 계획보다 많이 지체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공공개발 지구 지정 고시를 실시하고 사업을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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