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CEO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물 흐르듯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게 혁신의 순리
내 안에 잠든 긍정의 에너지 일깨워야 불안 극복

교수, 기업인, 언론인,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백강포럼이 8일 오전 7시 청계천로 웅진그룹 본사 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이 '나를 돌파하는 힘'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사진=김주현 기자
교수, 기업인, 언론인,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백강포럼이 8일 오전 7시 청계천로 웅진그룹 본사 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이 '나를 돌파하는 힘'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사진=김주현 기자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문화도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이는 물론 문화산업적 측면의 경쟁력에 무게를 둔 말이다. 문화의 우열을 논하는 것은 공허하다. 다만 경제적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볼 때 문화의 상류가 있고 하류가 있어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혁신도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최근 펴낸 ‘나를 돌파하는 힘’(전미영 대담, 리더스북)에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최고경영자(CEO) 혁신주도론’을 제기해 주목된다. ‘혁신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명제는 윤 회장이 2018년 자신의 저서 ‘사람의 힘’에서 언급한 “혁신은 CEO가 하고 개선은 직원이 한다”는 말을 보다 함축적인 문장으로 재강조한 것이다. 이를 지금 다시 소환한 것은 그만큼 그 말이 지닌 의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혁신을 할 때 사장은 직원들에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오라고 합니다. 직원들은 사장이 지시하니까 몇 가지 준비를 해서 보고하겠지요. 혁신은 이런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혁신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더 적당한 거 같아요. 혁신은 CEO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요컨대 제대로 혁신을 하려면 CEO가 혁신 매니저가 되어 손수 실행하고 직원은 그에 따라 개선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혁신과 개선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윤 회장의 답은 간단명료하다. “원가를 50퍼센트 줄이면 혁신, 5퍼센트 줄이면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의 입장에서 원가를 절반으로 줄이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혁신은 결국 CEO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혁신은 CEO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게 윤 회장의 소신이다. 윤 회장의 42년 경영 역사는 상상력, 그리고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창의성의 압축판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나를 돌파하는 힘’은 창의성과 맞닿아 있다.
 

백강포럼 윤은기 회장(좌측)이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을 포럼의 회원으로 위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백강포럼 윤은기 회장(좌측)이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을 포럼의 회원으로 위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1980년대 후반 출간된 ‘어린이 마을’ 전집은 외국 어린이 모습 일색의 삽화에 ‘우리 얼굴’을 넣어 화제를 모으며 600만 권이 팔려나갔다. 아직도 어린 시절 느꼈던 그 시간과 공간의 감흥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당시 관행이던 ‘타고난 위인’ 중심의 전기에서 탈피, 성장통을 겪으며 위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웅진위인전기’는 1800만여 권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모두 창의성의 개가다.
 
윤 회장은 혁신으로 성공신화를 일궜지만 혁신으로 또한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국내 재계 순위 30위권까지 올랐던 웅진그룹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정수기 판매가 급감하며 어려움을 맞았고,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부실의 늪에 빠지면서 2012년에는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수모도 겪었다. 그러나 웅진그룹은 다시 일어났다. 1년 4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조기 졸업함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윤 회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직접 고안한 ‘가전 렌털사업 모델’을 시장에 선보이고, 코로나19로 교육업계가 곤란을 겪을 때는 비대면 교육으로 눈을 돌려 웅진씽크빅을 에듀테크 기업 선두주자로 만드는 등 혁신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도전과 변화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위험하다고 도전하지도 혁신하지도 않는 CEO가 과연 일을 잘하는 것일까요?” 그의 말대로 혁신은 곧 도전이다.

윤석금 회장이 백강포럼 명사들을 대상으로 '나를 돌파하는 힘'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윤석금 회장이 백강포럼 명사들을 대상으로 '나를 돌파하는 힘'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웅진그룹은 무너질 듯한 시련의 시간을 극복하고 부활의 드라마를 썼다. 그 동력은 무엇일까. 투명경영이야말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믿는 윤 회장은 행복하기 위해서라도 투명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기업에 비리가 있다는 것은 오너에게도 전문경영인에게도 불행의 씨앗을 만드는 일입니다. CEO가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하는 일을 혼자서 할 수 없어요. 직원이 연루되게 마련이지요. 평생 약점을 잡히는 일입니다.” 윤 회장은 산업계의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은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의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인식하고 기업 경영의 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러한 경영 철학의 일단은 이 책 서두에 적혀 있는 ‘나의 신조’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나는 정신과 육체를 깨끗이 할 것이며 나의 잘못을 항상 고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소박한 문장이지만 울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임을 자부하는 윤 회장이다. 그의 기업가 정신을 ‘동심(童心)경영’이라는 말로 요약해도 좋을 듯하다. 같은 맥락에서 ‘동심(動心)’ 혹은 ‘동심(同心)’이라는 말을 붙여도 괜찮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불안의 시대다. 우리는 어떻게 이 시대를 끌어안고, 나아가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긍정의 힘으로, 창조의 힘으로, 그리고 혁신의 힘으로 ‘현실의 나’를 돌파하자고 외친다.

[시사경제신문=김종면 주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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