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총 1조달러 선도 ‘위태’…지난해 상승분 몽땅 반납
비트코인,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루나 사태’에 우려 증폭

 

비트코인. 사진=연합뉴스
비트코인. 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이 1조달러 선도 위태로워졌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이 이어지면서 위험자산 전반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가상자산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주요 가상자산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주요 국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 같은 대응 기조가 유지되는 한 가상자산의 ‘고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1조300억달러 수준까지 감소하면서 1조달러 선도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1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준 1조300억달러(약 1300조원) 선까지 줄었다. 2021년 초 당시와 비슷한 상황으로, 사실상 지난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셈이다. 

비트코인은 2만5000달러(약 32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이 2만5000달러 대에 머문  것은 지난 2020년 12월 이후 약 1년 6개월만이다. 이더리움도 이날 1300달러(약 170만원) 대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가상자산 시장의 약세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세계 주요 국가들의 통화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전년도 같은 달보다 8.6%p 상승했다. 시장 평균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41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은 이달부터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기로 했지만 아직 인플레이션 상황을 타파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달러·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반면 가상자산·주식 등 위험자산의 경우는 이탈을 가져온다. 매파 성향이 짙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곧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가상자산은 극심한 약세에 빠졌다. 연준은 오는 14~15일(현지시간) FOMC 회의를 열 예정이다. 

미국 외에 호주와 캐나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각각 0.5%p 인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자산 매입을 중단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1조달러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간주된다. 이 선마저 뚫리면 가상자산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침체의 소용돌이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와 반대로 연내 가상자산 시세가 반등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드비어(Devere)의 나이젤 그린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은 현재 S&P500 등 세계 주요국 증시와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바닥에 처해 있지만 랠리가 임박했다”고 진단한다.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3조달러를 상회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가상자산에 투자금이 몰린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 NFT),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 등 분야에서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눈길을 끌며 가상시장은 많은 이들의 관심의 표적이 됐다. 불확실성의 먹구름에 휩싸인 가상자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윤석열 정부는 가상자산 육성 기조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래소 토큰 위탁판매(IEO) 도입 후 코인발행(ICO) 허용 ▲업권법 성격의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전담 부서 디지털산업진흥청(가칭) 설립 ▲가상자산 거래 수익 공제 한도 5000만원으로 확대 ▲네거티브 규제 중심 NFT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그리 크게 보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최근 가상화폐 ‘루나’의 급락 사태를 겪으며 가상자산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투자자 보호와 가상자산 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전후 맥락을 살펴 정책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시사경제신문=김종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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