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만 의원, 자율 도입 만으론 실효성 담보 어려워
정부, 시범사업 추진...의무화에는 '신중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달 20일 윤석열 정부의 납품단가 연동제 공약 파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달 20일 윤석열 정부의 납품단가 연동제 공약 파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최근 국민의힘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주요과제에서 제외됐던 납품단가 연동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제도 도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도입 과정의 일환으로 정부가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했지만 의무적인 적용에는 신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치권 일각에서 제도 도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 위반 시 과태료 등을 통해 의무화를 추진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정부에서는 자율적 참여를 권고한다는 입장이어서 기존 이명박 정부 때와 달라질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중기, 거래 단절 우려에 조정협의제 활용 어려워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가의 변동분을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납품단가 연동제는 2008년 당시 금융위기 등으로 원자재값이 연속 상승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 있으나 시장원리 훼손 등 논란으로 인해 당시 정부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를 도입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2020년 말 대비 지난 해 공급원가가 26.4%나 상승했음에도, 이를 납품대금에 전부 반영한 중소기업은 6.2%에 불과했다. 대·중소기업이 갑을관계인 현실에서 거래단절을 우려한 중소기업이 제도를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유, 철광석, 펄프 등 원자재값이 급등했지만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해 중소기업계의 타격이 큰 상황에 직면하자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또다시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하반기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 추진을 목표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납품단가 연동제 관련 표준약정서를 만들고 시범운영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며 “이를 통해 하반기부터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시범사업 후 자율적인 참여 확대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한편으로 법제화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경만 의원, "제도 실효성 담보 위해 과태료 등 규정 필요"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7일 중기중앙회 사옥에서 국민의힘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7일 중기중앙회 사옥에서 국민의힘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정치권에서는 최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1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하도급법 등에 납품단가와 관련한 조항을 넣어 제도적 틀을 만들겠다”며 “5월 중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적극적인 제도 도입 추진 의지를 나타냈다.

현재는 국민의힘 김정재·한무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의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골자로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또 김경만 의원은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김경만 의원안에는 원자재 기준 가격을 정해 이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했을 때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내용을 약정서에 미리 반영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대기업이 이 약정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해 이를 의무적으로 준수토록 했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의 효율성 저해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납품단가 연동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만 의원실 측은 “납품단가 상승을 중소기업만 떠안아야 하는 것은 공정 경제질서 구축에 어긋난다”며 “이명박 정부 당시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를 도입했지만 그 실효성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 측은 “이 제도가 실효성을 갖게 하려면 과태료 규정 등을 통해 최소한 약정한 부분만큼이라도 지키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시범사업을 해 보다가 안 되면 말고 식이거나 기존의 제도를 개선한다는 입장에서 나아가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제도가 구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정재 의원안에는 약정서에 따라 납품대금을 조정해 지급하지 않는 경우 납품대금 조정분의 2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한무경 의원안에는 약정서에 원자재 가격의 상승 또는 하락분 뿐 아니라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인한 변동분의 분담에 대한 내용도 넣도록 했지만 약정사항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 규정은 두지 않았다.

현재 김경만 의원의 상생협력법·하도급법 개정안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와 정무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며 김정재·한무경 의원안은 아직 상정되지 않았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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