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계대출·취업난 “심각”
소비·여행,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어나
MZ세대 가계부채 사상최대...과도한 지출 우려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국가총부채 비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국가총부채 비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상황에 한국은 가계부채 비율과 증가 속도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MZ세대 대출이 사상 최대로 늘어났고 취업난 또한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서 MZ세대 중심으로 ‘보복 소비’가 폭발하고 있다.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MZ세대 보복소비·보복여행 빗장 풀렸다

2년 1개월 만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됐다. 일상 회복을 앞두고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심리적 위축을 보상 심리로 자기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보복소비와 보복여행으로 분출되고 있다.

오히려 사람이 많은 곳에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두기로 인해 제한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거리두기 해제 이후 사람이 많은 놀이공원과 백화점, 쇼핑몰 등에 몰리고 있다. 날씨도 좋아서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발 디딜 틈도 없이 많다.

11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동기(5.2∼5.8)의 전국 이동량은 2억7951만건으로, 현재 이동량은 2년 전과 비교하면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2년간 억눌려온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많은 사람이 해외로 나가고 있고 떠날 준비 중이다.

실외 마스크 제한 해제 첫날인 2일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외 마스크 제한 해제 첫날인 2일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3일 G마켓·옥션에 따르면, 3월 11일부터 4월 10일까지 해외 항공권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876% 급증했다. 해외 현지투어 상품 판매도 이 기간 781% 증가했다.

또한, 짧은 여행을 선호하던 과거와 달리 이왕이면 멀리 가려는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장거리 행선지를 선호하는 보복소비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해외 항공권 판매순위 10위권 내 6곳이 비행시간 6시간 이상 장거리 여행지였다. 판매순위 ‘빅3’ 도시에도 ▲프놈펜(6시간) ▲로스엔젤레스(11시간) ▲하와이(8시간) 등 장거리 여행지가 이름을 올렸다. 2019년 같은 기간에는 ▲오사카(2시간) ▲다낭(5시간) ▲후쿠오카(1시간) 등 가까운 주변 국가가 선순위권이었다.

보험업계는 해외여행이 몰릴 여름 휴가철 여행자보험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실질임금은 삭감이나 동결되고 가계부채가 늘어 대다수가 돈이 없는데 소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가계부채가 폭탄처럼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Z세대 가계부채는 ‘시한폭탄’

작년 4분기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지난해보다 52조원 늘어난 반면, 가계 빚은 135조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금과 각종 공과금 등을 떼고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3배 빠르다.

특히 취업난과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청년들의 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 주식과 코인 열풍과 집값 폭등으로 벼락거지 우려 등 온갖 대출을 끌어모아 빚을 많이 동원했던 20~30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채무불이행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살얼음판을 걷는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장혜영 의원이 지난달 19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30대 차주의 LTI(소득대비 대출비율)이 2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41.5%에 달했다. 이는 각각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 의원은 "청년 부채가 늘어난 만큼 상환 부담도 커졌는데 금리인상 시기까지 겹쳐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은행지점.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지점. 사진=연합뉴스

이날 김수흥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 '취약차주'의 고금리대출 연체율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20대의 경우 31.0% 증가(7.4%→9.7%), 30대는 27.7% 증가(8.3%→10.6%)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최근 우리 경제의 복합 위기 징후가 뚜렷한 가운데 물가 안정과 가계대출 관리 등 종합적인 위기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청년세대 취약차주’의 고금리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한 점은 경제 위기의 전조가 아닌지 우려된다. 청년세대 ‘취약차주’의 상환능력 상실이 금융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수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은 “경제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정상화로 가는 과정에서 더 심각해진 구인난과 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늘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한 청년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원장은 “작은 구멍으로 댐이 무너질 수 있듯이 빚더미도 그렇게 시작될 수 있다”며 거리두기로 인해 소비가 늘어난 이때 분위기에 휩쓸려 ‘남들 하는 만큼’이나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과도한 지출을 늘리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적절한 비용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원칙을 정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사경제신문=김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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