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정착… 제도적 지원이 관건
명확한 업무와 안정적 예산 확보방안 마련돼야

지난해 7월 1일 관계자들이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기념식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지난해 7월 1일 관계자들이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기념식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경찰의 업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경찰 이원화를 목표로 시행된 자치경찰제가 당초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은 자치경찰제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업무와 안정적인 재정권 확보, 경찰서장 직선제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시행 8개월째를 맞는 자치경찰제의 추진 배경과 문제점, 개선 방향 등을 짚어본다.

자치경찰제는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현 정부가 2017년 7월 100대 국정과제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천명한 후부터 급속도로 진행됐다. 2020년 12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법률’(자치경찰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2021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6개월여 시범운영을 거쳐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자치경찰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통제하에 관할지역 내 주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 안전, 교통 및 안전관리 등을 담당한다. 국가경찰은 국가경찰위원회의 통제하에 자치경찰 사무를 제외한 보안·외사·경비, 112 신고사건 처리 등 치안 서비스를 담당한다.

그러나 최근 관련 단체 등에서 자치경찰제가 출범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하려면, 분명한 업무와 재정 확보 방안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자경위)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자치경찰제 완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며 2월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건의할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연합회가 대선후보들에게 정책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연합회가 대선후보들에게 정책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

자경위는 지난해 7월 1일 전면 시행된 자치경찰제를 통해 주민참여 및 지역 실정을 반영한 차별화된 경찰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으나, 이른바 ‘국가경찰 중심의 일원화 모델’로 운영되고 있는 현행 자치경찰제에 한계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고 완전한 의미의 주민 맞춤형 자치경찰제를 실현하기 위해 3개 분야 4개 과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경위가 주장한 3개 분야 4개 과제는 자치경찰 사무개념 명확화, 자경위 기능 실질화(인사권 실질화, 자치경찰교부세 신설 등),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 등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자치경찰사무를 「지방자치법」상 자치사무에 명시함으로써 제도의 안정적 근간을 확립하고, 핵심 치안인력인 지구대·파출소에 대한 임용권을 확보하여 112치안종합상황실에서 자치경찰부 생활안전과로 소속을 변경할 것을 주장했다.

또 승진심사위원회 설치 규정을 명시하고, 자치경찰교부세·자치경찰특별회계를 신설하여 자

치경찰 관련 과태료·범칙금 지자체 이관 등 안정적 재원확보 방안 등이다. 이를 통해 자경위의 기능이 실질화될 수 있으며, 궁극적인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 모델 도입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경위는 특히 “국가경찰에 의한 ‘관리’ 중심의 획일적 치안 행정체계에서 벗어나, 지역별 치안 행정체계로의 변화는 도입 그 자체만으로도 기념비적인 성과이지만, 제도의 보완도 필요하다”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역할 재분배를 통해 지역 치안의 효율성 극대화와 경찰의 책임성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토론회 단체사진. 사진=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토론회 단체사진. 사진=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경찰서장 직선제·경찰 삼분할론 등 목소리 다양

자치경찰서장의 직선제 선출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한국지방자치경찰학회는 지난 1월 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경찰서장도 시민이 뽑아요!’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자치경찰이 주민의 눈높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주민과 밀착된 치안 사무를 주민 생활 자치 단위의 시·군·자치구 자치경찰제로 확대·실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명선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전국협의회) 전 대표회장은 현장의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서는 경찰과 공무원이 함께 출동하는 원스톱 보호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전 대표회장은 특히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학대 대응 업무가 기초정부로 대폭 이양돼야 하고, 동시에 자치경찰서장 직선을 포함하여 주민밀착형 자치경찰 업무 역시 기초 단위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을 국가경찰과 광역자치경찰, 기초자치경찰로 나누어 운영하자는 ‘경찰삼분할론’도 나왔다. 지방자치경찰학회 최종술 회장(동의대 교수)은 ‘새로운 자치경찰제의 도입방안’ 주제발표에서 “현행 자치경찰제도가 국가 중심의 일원화된 광역 자치경찰제도로 주민 생활 자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자치 경찰업무의 현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경찰삼분할론을 검토해볼 만하

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자치경찰은 주민의 눈을 보며 업무를 수행해야 진정한 자치경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치경찰서장의 주민직선제 도입도 주장했다. 강기홍 한국지방자치법학회 부회장도 자치경찰제의 본질이 주민에 대한 생활 치안과 주민의 민주적 참여임을 염두에 둔다면 경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부회장은 시·도자치경찰위가 심의·의결하는 경찰 사무를 시·군·구 단위에서 집행할 수 있는 기초 단위의 자치경찰 설치가 이뤄져야 하고, 경찰서장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기 위해 경찰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국가경찰, 시도자치경찰, 기초자치경찰이라는 계층화가 이뤄졌을 때 자치경찰이 국가경찰의 하부조직으로 전락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치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치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치경찰교부세 등 안정적 재정 확보방안 필요

입법이나 예산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지방재정학회는 최근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에 제출한 ‘자치분권과 연계한 자치경찰제 재정지원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에서 자치경찰 사무가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지자체)로 넘어갔으나 관련 예산은 이양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치경찰교부세를 만들어 자치경찰 사무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말 국회는 올해 정부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운영비 등을 정부가 지원하라고 제안했지만, 자치경찰 안착을 위한 중장기적인 재정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정학회는 보고서에서 자치경찰의 재정 방안 마련으로 소방안전교부세를 본뜬 자치경찰교부세(가칭)를 제안했다.

소방안전교부세는 중앙정부가 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에서 45%를 떼어내 소방 안전 분야에만 쓸 수 있도록 특정해서 지자체에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소방안전교부세와 비슷한 성격의 자치경찰교부세를 만들어 자치경찰 관련 사무에만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한국지방재정학회 제안이다.

재정학회는 또 특정 사업을 장려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와 지방소비세, 지역발전 촉진 목적인 지역상생발전기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다만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적용 시 시·도별 배분액 산정에 번거로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소비세와 지역상생발전기금 적용 시에는 자치경찰 사무 수요지수를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지방재정학회는 “일정 기간 자치경찰교부세라는 블럭으로 지원해 자치경찰 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가 확보되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며, “소방안전교부세 사업비배분 방식과 유사하게 사업별로 배분 지표를 설정해 중요도와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해 배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자치경찰이 수능일에 수험생을 고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치경찰이 수능일에 수험생을 고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 내부에서도 자치경찰 재정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은 국가보조금 지급, 소방안전교부세와 유사한 경찰교부세, 자치경찰세 신설 등의 장단점을 분석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치경찰 재정지원은 지방분권과 맞닿아 있고 법 개정도 필요하다”며, “앞으로 관계 부처와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천안 아산을·3선)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예산권에 대한 자율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자치경찰제 사업예산은 2022년도 경찰청이 청 예산 중 자치경찰 사무에 해당하는 예산 1천306억 원을 국고보조금 방식으로 지원하며, 2023년도부터는 2단계 재정 분권에 2차 지방 이양 사업에 포함된다.

그런데 2023년도 지방 사무 이양 2차 사업 내역은 2022년도 사업 내역과 동일하여 예산 규모 또한 동일하게 책정돼 시·도 위원회별로 추후 신설될 수 있는 사업을 위한 추가 예산이 고려되지 않았다. 더욱이 해당 예산은 행안부에서 4년간 보전 예정이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2026년도까지 4년 동안 계속사업에 대한 예산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예산 편성 및 집행은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하게끔 하고 있으나, 행안부에서 적정 투자 여부 등을 평가해 예산 조정한다는 조건이 있어, 예산권에 대한 향후 위원회 활동의 자율성이 제한적이다.

또한, 자치경찰위원회 운영비 387억 원의 부담 주체에 대한 행안부와 기재부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향후 위원회 운영비 재원도 불투명하다. 행안부를 포함한 지자체와 경찰청은 경찰법 제34조에 따른 국가의 재정적 지원 의무와 분권위 본회의 결과를 근거로 국가가 3년에서 5년간 지원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지방에 이양된 예산 범위 내에서 운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021년도 현재,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운영비는 각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박 의원은 “자치경찰제에서 본청의 역할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인데, 현행 예산권의 경우 자치권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운영비 지원 주체에 대한 합의가 안돼 운영비를 지자체가 부담할 경우, 지자체 재정상황이 위원회 운영에 영향을 미쳐 치안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 예산의 증액 혹은 국비 지원 확보 등 안정적인 운영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치경찰제를 널리 알리는 홍보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시가 조사·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치경찰제에 대해 최소 “들어본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0.3%로 나타났으나, 이중 “자치경찰제를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또한, 자치경찰제의 순기능을 묻는 질문에서는 “생활 속 긴급 사고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응답이 71.3%, “우리 지역 실정에 맞는 활동이 효율적으로 집행된다”는 응답이 70.0%, “서울시민 중심의 치안과 행정이 이루어진다”는 응답이 66.6%로 나타나 자치경찰제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경찰제에서 특히 강화돼야 할 자치경찰 사무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지역 순찰 및 범죄 예방시설 설치·운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0.8%로 가장 많았으며, “1인 가구·아동·가정·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라고 응답한 비율이 25.8%로 그 뒤를 이었다.

[시사경제신문=시사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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