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도 매각가 싸고 실랑이…내주 본격 기업가치 평가

금호산업 채권단이 이 회사의 매각가를 결정하기 위한 실사에 착수했다. 채권단은 이번 실사 결과를 근거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제시할 매각가를 결정한다채권단 내에서도 매각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실사 결과에 따라 채권단과 박 회장의 희비가 갈릴 수도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금호산업 공정가격 평가를 위한 실사에 착수했다. 삼일과 안진은 현재 실사를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음주에는 금호산업을 방문해 관계자 인터뷰 등 본격적인 실사 작업에 착수한다.

▲ 서울 종로구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본사
 
실사 결과는 이르면 6월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협상 및 매각가격에 대한 채권단 결의를 거친 뒤 오는 7월부터 박 회장과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채권단이 복수의 회계법인을 선정해 금호산업 공정가격 평가에 나선 것은 박 회장과의 가격 협상에 앞서 매각가를 끌어올리 위한 전력으로 풀이된다. 채권단 내에는 앞서 호반건설이 한영회계법인을 통해 평가한 금호산업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호반건설은 본입찰에서 6007억원(주당 3907)을 제시했다. 주당 15000원 정도를 적정가로 산정하고 여기에 2배 정도의 경영권프리미엄을 붙여서 입찰가를 정했다는 것이 매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호반건설은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이나 소송에 얽힌 우발채무 가능성과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부채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입찰가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호반건설이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채권단에 '우발채무에 대해 전액손실을 보증해달라'고 요구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채권단은 반면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우발채무와 부채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평가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에 2배 가량인 주당 6만원(1조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채권단 내에서도 매각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미래에셋을 대표로 하는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들은 1조원의 매각가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채권단 회의에서도 박 회장에게 저가 매각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못박았다. 일부 채권기관은 박 회장과의 가격 협상이 결렬될 경우 금호산업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졸업시킨 뒤 주가를 끌어올려 2~3년 후에 재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채권기관은 채권단이 선정한 인물을 금호산업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하자는 의견도 제안했다. 금호산업 경영진이 박 회장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불만에 따른 것이다. 매각이 무산되면 박 회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자는 강경론까지 있었다.

박 회장에게 우호적인 채권기관도 적지 않다. 이들은 매각가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면 박 회장은 물론 다른 매수자도 찾기 힘들어진다고 주장한다. 높은 매각가가 금호산업 매각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 박 회장과의 가격 협상이 무산되면 6개월 동안 다른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실패하면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 경우 박 회장과의 협상에서 채권단이 오히려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다만 금호산업을 호반건설이 제시했던 비슷한 가격으로 박 회장에게 매각했을 경우 채권단 전체가 '박 회장에게 저가 매각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 회장 측과 가격 협상에 나서기로 한 KDB산업은행과 미래에셋이 고민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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