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풀뿌리 민주주의로!
-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자치분권 2.0시대’ 개막

전해철 행안부 장관,  자치분권·발전방안 논의(사진=행안부)
전해철 행안부 장관, 자치분권·발전방안 논의(사진=행안부)

[시사경제신문=김영란 기자]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는 1949년 최초의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되었지만, 한국전쟁 이후 1952년에서야 최초의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1961년 5.16 군사정변 등 정치적 격동기를 거치면서 중단된 지방자치는 명목상으로만 존재했을 뿐 199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재개되었다. 2021년 1월 5일 지방자치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2022년 1월부터 이른바 ‘자치분권 2.0시대’가 열리면서, 32년 만에 지방자치 역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기존 제도의 불완전성을 대폭 수정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지방자치의 중심인 지역주민들의 주민주권을 구현하려는 주민자치의 제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국 행정구역 현황(이미지=e-나라지표)
전국 행정구역 현황(이미지=e-나라지표)

 

지방자치제도, 긍정적 효과 이면에 문제점 여전

2020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과 지방자치제 30년을 맞아, 작년 2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만 19세 이상 국민 1천명 대상으로 진행한 ‘지방자치의 성과 및 향후 과제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5%가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및 지역경쟁력 제고에 지방자치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민원서비스 품질의 향상(43%), 주민의 시민의식 상향(36.1%) 등 긍정적인 평가도 많았지만, 지역간 격차해소·균형발전에 대해 부정적 48.1%, 지역경제 수준 개선에 대한 부정적 37.7%로 회의적인 답변이 나왔다. 지방자치제도의 도입 필요성에는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지역격차 해소에는 여전히 비관적인 결과다.

지방분권화 및 지방간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지방자치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지방자치법을 보완·수정하기 위한 입법적 시도는 지속되어왔지만, 지방자치법이 담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연도별 전국평균 재정자립도(이미지=e-나라지표)
연도별 전국평균 재정자립도(이미지=e-나라지표)

지방자치는 주민의 권익 보호와 복리 증진이 목적으로, 그 지방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더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과다한 수도권 집중, 지역인재 유출, 지방소멸, 저출산·고령화 고착화, 중앙집권적 행·재정체제, 자치자율성 부진 등 지방이 처해있는 현실은 추구해온 목표와 달리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그동안의 지방자치제도는 미약하지만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발전하였다는 공정 선거에 대한 기여한 점, ‘관존민비(官尊民卑 : 관료를 높이 보고 백성을 낮추어 보는 절대주의시대 민중의 정치의식)’와 같은 기존 관행과 문화의 쇄신, 지역의 정체성 및 강한 발전 의지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은 집행부에 의하여 제약되는 단체자치를 낳았으며, 의례적인 수준의 주민직접참정제도는 요건의 강화로 실질화되지 못했다. 국가보조사업의 재정자립도 저하 역시 문제점이었다.

더불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주민들이 선출만할 뿐 실질적인 권한은 여전히 중앙정부의 통제 하에 있다 보니 일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비리, 자치단체 사이의 지나친 경쟁과 갈등, 무분별한 난개발, 선심성 복지확대, 님비현상과도 같은 지역이기주의 과잉 분출 등도 지방자치의 폐해로 나타나기도 했다.

2022년 1월부터 자치분권2.0 시대가 열리면서, 32년 만에 지방자치 역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이미지=행안부)
2022년 1월부터 자치분권2.0 시대가 열리면서, 32년 만에 지방자치 역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이미지=행안부)

 

주민중심의 주민자치, ‘주민 주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자치경찰을 위한 경찰법 개정, 2차례 걸친 재정분권, 지방일괄이양법의 제정, 자치분권 사전협의제 등 2020년~2021년 사이 획기적인 제도적 개혁이 이뤄지면서 이제 지방자치제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과도하게 중앙 집중되어 있는 현재의 사무와 재정 등의 권한이 지방의 소멸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수도권의 과밀화로 인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극복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를 통해 지방의 특성을 살리는 지방분권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국회는 2020년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을 통해 ‘자치분권 2.0’ 시대를 새롭게 열어 주민 참여를 대폭 늘리고 지방사무와 지방 재정을 일부 확충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2020년 12월에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는 주민중심의 지방자치로 ‘주민주권’이 구현됨에 따라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신설되었으며,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의 제정·개폐를 청구할 수 있는 주민조례 발안제가 도입됐다.

또한 지방의회 독립성이 확보되고, 책임성이 강화됨으로써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충원할 수 있게 되고, 지방의회 소속 사무직원의 임용권이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된다. 또한 의회의 의정활동, 집행부 조직·재무 등에 관한 정보의 공개가 확대되어 의회운영의 투명성이 제고된다.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를 통해 지방의 특성을 살리는 지방분권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사진=청와대)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를 통해 지방의 특성을 살리는 지방분권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사진=청와대)

지방행정의 효율성이 제고되면서 자치권이 확대된다. 중앙정부의 자의적인 사무배분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적 사무는 지역에 우선 배분할 수 있도록 하고, 법령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에 대해 하위법령으로 위임내용과 범위 등을 제한할 수 없도록 자치입법권이 강화되어 주민의 행정수요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자치분권 2.0시대’으로 불리는 개정안의 핵심은 주민중심의 주민자치, ‘주민 주권’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가 제정되고 뒷받침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국민들의 참여가 없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지역 구성원들의 지역현안에 대한 참여와 관심이야말로 ‘주민 주권’ 실현이다.

이와 더불어 자치단체는 스스로 발전역량을 갖추고 지역 여건에 맞게 성장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만들어 중앙과 지방의 수평·대등을 전제로 한 상호협력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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