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량 확보 “연말까지 급한 불 꺼” 요소 수입선 다변화 ‘관건’

‘요소수·요소 긴급수급조정조치’ 명령... 적재적소 공급·판매 관리
요소수 판매처 주유소로 한정...승용차 1대당 최대 10ℓ만 판매
 “최악의 경우 일시적으로 ‘요소’ 없이 운행해야"
     

2019년 이후 출고한 디젤차량 연료캡을 열어보면 연료와 요소수 주입구가 각각 따로 위치해있다. 요소수를 주입하는 모습. 사진=원금희 기자
2019년 이후 출고한 디젤차량 연료캡을 열어보면 연료와 요소수 주입구가 각각 따로 위치해있다. 요소수를 주입하는 모습. 사진=원금희 기자


‘중국의존도 99.7%’ 대한민국의 요소수 대란은 예견된 악재다. 

요소수 대란이 가시화 되면서 일단 정부는 현재 중국 세관에 묶여있는 요소 만 8천 톤 중 만 톤 정도를 11월 말이나 12월 초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이와 함께 베트남에서 200톤, 호주에서 30톤 등 총 5천 톤 정도의 요소를 12월까지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내 업체에서 보유한 만 7천 톤의 요소를 찾아내 차량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중 5천 8백 톤은 오는 12일부터 시중에 공급한다. 군에서 비축했던 요소수 220톤도 금일부터 항만 주변 주유소에서 트럭 위주로 판매토록 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로 2달 반 동안 요소수 대란의 불을 끈 상황이지만 완전한 해결방안은 찾지 못했다.

최근 구로구 온수동의 한 카센터 직원은 “단골 고객이 평소 10리터당 만원에 구매했던 요소수를 얼마전 십일만원에 간신히 구했다는 푸념을 늘어놨다”며 “카센터 경력 수십 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1월 10일 구로구 궁동의 한 주유소 운영자는 “한달 전부터 거래처에 요소수 공급을 요청
했지만 깜깜 무소식이다. 그냥 없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 요소수 판매를 중단한지 한달이 넘었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고객이 요소수를 찾지만 물건이 없어서 못팔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 흔하던 요소수로 이렇게 속을 썩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출고된 디젤 차량이 주유소에서 경유를 주유하고 있다. 2019년 이후 출고된 차량에는 요소수을 반드시 보충해야한다. 사진=원금희 기자
최근 출고된 디젤 차량이 주유소에서 경유를 주유하고 있다. 2019년 이후 출고된 차량에는 요소수을 반드시 보충해야한다. 사진=원금희 기자

 

◆요소수...디젤차량(경유차)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정화하는 물질

한국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 고동원 자동차과 교수는 “요소수는 디젤차량(경유차)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정화하기 위해 SCR(Selective Catalyst Reduction, 선택적 촉매 감소기술)에 사용하는 물질이다. 배기가스가 통과하는 곳에 요소수를 분사하면 질소산화물이 물과 질소로 환원해 무해가스로 변한다. 

2019년 이후 출고한 디젤차량 연료캡을 열어보면 연료와 요소수 주입구가 각각 따로 위치해있다. 요소수가 부족할 경우 차량 계기판에 경고성 메시지가 뜬다. 단계적 경고에도 불구하고 요소수를 보충하지 않아 바닥이 난 상태에서 시동을 멈췄다 다시 재가동할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차량 제작 시 컴퓨터 프로그램을 그런 시스템으로 구축했기 때문”이라며 요소수가 디젤차량에서 활용되는 용도와 역할을 설명했다. 

현재 화물차는 회당 10리터에서 15리터의 요소수가 필요하다. 화물 대란은 포터, 봉고, 트럭 등 화물을 운송하는 차량에 필요한 요소수를 확보하지 못할경우 결국 차가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촉발한다.

요소수 대란의 전초전은 미·중 무역 갈등이 시작된 1년 전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호주가 미국에서 주도하는 안보협의체에 가입하면서 중국이 호주에 대해 무역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고, 요소수의 원료인 석탄이 부족해지면서 석탄발전소 가동이 원활치 않아 전력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외국으로 수출하던 자국의 요소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의존도가 99.7%인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구로구 온수동에 위치한 버스회사. 사진=원금희 기자
구로구 온수동에 위치한 버스회사. 사진=원금희 기자


◆요소수 나비효과...'물류 대란·교통 대란·건설 대란'등 도미노 악영향

이번 대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요소 수입을 전량 중국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일본의 반도체 소재 관련 수출규제로 몸살을 앓은 일과도 일맥상통한다.

요소수 대란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압도적이다. 트럭이 멈추면 물류 대란, 시내버스가 중단되면 교통대란, 중장비가 가동을 못하면 건설대란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구급차, 소방차까지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많은 분야에서 악영향이 도미노 현상처럼 번진다. 

당장 추수철을 맞아 트랙터 가동이 힘들어지고 요소비료 부족 현상에 내년 농사까지 우려된다.

현재 정부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 물량을 확보해 시간을 벌었지만 그 사이 요소의 다양한 수입선 확보가 관건이다. 2020년 본격화된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대란의 충격이 다시 되살아 난 듯하다. 이에 정부는 11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요소수·요소 긴급수급조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긴급수급조정조치는 정부가 기업체의 생산, 공급, 출고 명령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요소수·요소를 제대로 관리해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양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다. 사재기 방지 방안도 마련했다. 특히 요소수 관련 앱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해당 주유소가 비축한 요소수와   판매량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부, 요소 확보의 수입선 다변화 꾀해야

지난 2013년까지 국내에서도 요소를 생산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산이나 러시아산등 다른 국가에 밀리면서 해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요소 확보의 수입선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량 중국산 요소에 의존한 이유는 중국산이 타 국가에  비해 가격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요소 확보의 다변화에도 품질의 우수성이 동반돼야 한다. 양질의 요소를 생산하는 국가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체계 갖추기도 시급한 상황이다.

고동원 자동차과 교수는 “요소수 사용이 절대적인 포크레인, 중장비 등 건설현장 장비들과 1톤트럭, 봉고 등 화물용이나 택배 차량이 운행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경제도 멈춘다. 앞으로 요소 확보가 힘든 최악의 경우 발생 시 일시적으로 유해가스가 배출되더라도 차량에서 시동이 꺼지는 프로그램 시스템을 풀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멈춰서는 일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정부의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따라 요소수 판매처는 주유소로 한정한다. 승용차 1대당 한 번에 최대 10ℓ까지만 살 수 있다.
 

지난 6일 구로구 온수동의 한 카센터 직원은 “한 고객이 10 리터에 만원 하던 요소수를 십일만원에 구매했다고 푸념을 늘어놨다”며 “카센터 경력 수십 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본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디젤차량 수리 모습. 사진=원금희 기자
지난 6일 구로구 온수동의 한 카센터 직원은 “한 고객이 10 리터에 만원 하던 요소수를 십일만원에 구매했다고 푸념을 늘어놨다”며 “카센터 경력 수십 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본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디젤차량 수리 모습. 사진=원금희 기자

[시사경제신문=원금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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