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잃은 50대 남성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8일 낮 12시께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의 한 주택에서 권모(58)씨가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그의 동생(56)이 발견해 신고했다.
 

어버이날인 8일 숨진 채 발견된 세월호 희생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권모(58)씨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심리치유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8일 오후 경기 안산 단원구 중앙동 월드코아 광장에서 ‘세월호 가족에게 진실의 카네이션을, 엄마 아빠 힘내세요’ 행사가 열렸다.
  
경찰 및 안산시, 세월호 유족 등에 따르면 권씨는 10년 전 부인 A씨와 이혼한 뒤 홀로 지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숨진 아들의 여행자보험금을 놓고 A씨와 갈등이 있었고 A씨는 당시 보험금의 절반을 권씨에게 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세월호 유족으로 구성된 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반면 권씨는 관련 모임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심리치유 프로그램 등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안산 지역의 유가족, 실종자 256가구 768명을 비롯해 타 지역 생존자 등 직·간접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심리지원을 하고 있는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에서도 권씨의 프로그램 참여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는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그리고 희생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안산지역 학생과 교사, 일반 시민 중·고위험군을 심리치료 대상자에 포함해 치료비를 지원했지만 권씨는 이마저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권씨 시신에서 타살 혐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권씨가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해 봐야 안다"고 말했다.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한창우(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센터장은 지난달 세월호 1주년 관련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1주기가 다가오면서 심리적으로 더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이른바 '기념일 반응'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기념일 반응은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 날짜가 돌아오면 그 당시와 비슷한 감정 상태와 신체 반응을 보이는 것을 뜻한다.
    
한 센터장은 "세월호 피해자들은 사고로 인한 후유증, 가족을 잃은 슬픔 뿐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는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분노의 감정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어버이날이자 자신의 생일인 8일 낮 12시께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 주거지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같은 날 오후 안산시에서는 어버이날을 맞아 세월호 참사 유족을 위로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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