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1조는 돼야” 박삼구 회장은 버티기 팽팽한 신경전

1조원대를 부르는 금호산업 채권단과 버티는 박삼구 금호아시아아 그룹 회장의 팽팽한 신경전이 연출되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이 회사의 매각 방안을 논의한다. 현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단독 협상이 유력하지만, 매각가를 놓고 채권단 내에 이견이 적지 않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채권단이 매각가를 조율한다고 해도 박 회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매각은 장기 표류하게 된다. 따라서 채권단과 박 회장 간의 가격 줄다리기가 금호산업 매각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기관 55개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금호산업을 박삼구 회장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할지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한다

안건이 상정되면 채권기관은 1주일 내 찬성·반대 여부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통보해야 한다. 금호산업의 재매각 방안은 이달 중순께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채권단 내에서는 금호산업을 재입찰하는 방안에 대해선 대부분 부정적이다.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서다. 이에 따라 채권기관은 대부분 박 회장과 수의계약하는 방안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금융기관 75% 이상이 동의하면 채권단은 두 곳의 회계법인을 선정해 금호산업 기업 가치를 산정하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오는 7월까지 매각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렇게 산정된 매각가를 두고 산업은행과 재무적 투자자(FI) 대표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공동으로 박 회장과 가격협상을 진행한다.

문제는 매각가다미래에셋을 포함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주당 6만원 이상으로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지분이 50%+1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가는 11000억원 수준이다.

이들 FI는 금호산업이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참여했다가 금호그룹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손해를 만회하려면 1조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게 FI들의 속내다.

채권단 내에서 FI 입김은 막강하다. 미래에셋은 단일 주주 중 최대 지분인 8.55%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을 포함해 FI들 지분을 모두 합치면 60%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채권단과 박 회장과 매각가 조율에 실패할 경우 채권단은 표결을 거쳐 최종 매각가를 정한 뒤 박 회장에게 통보하게 된다. 박 회장은 한달 내 이 가격으로 금호산업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채권단이 제시한 매각가를 박 회장이 거부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 경우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제시한 가격으로 6개월 동안 다른 인수자를 찾는다. 이때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한시적으로 소멸된다. 채권단이 인수자를 찾아 매각 계약을 체결할 때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6개월 간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금호산업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채권단은 재입찰을 진행하거나 박 회장과 다시 매각가를 협상해야 한다. 이때는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권이 부활된다. 결국 1차로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이 실패하면 금호산업 매각은 올해를 넘어 장기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채권단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채권단이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박삼구 회장이나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매각가를 산정하는 것이 금호산업 매각의 최대 관건이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박 회장과의 협상이 무산될 경우 아예 금호산업 매각을 2~3년 후로 미루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적정가를 받지 못할 바에는 아예 매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 경우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계속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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