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경험ㆍ입지ㆍ파트너 등 유불리 따지며 수싸움 골몰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신청 마감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업체간 막판 눈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는 6월 1일 접수를 마감하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대기업 2개, 중소중견 1개) 중 대기업에서는 신세계,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현대백화점,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호텔롯데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CEO들까지 나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업체마다 속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사업 경험이 전무하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부터 제주도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짜'다. 호텔롯데와 SK네트웍스는 이번 특허 보다는 연말 특허가 종료되는 사업장을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호텔신라는 호텔롯데와 함께 면세사업 양강으로 불리지만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사업 영역을 넓혀갈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는 HDC신라면세점이라는 신규법인 설립하고 사업계획서의 완성도를 높여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일찌감치 용산 아이파크몰을 사업지로 정한 만큼 경쟁기업의 눈치를 보기 보다는 사업의 타당성, 향후 발전 가능성 등 관세청 심사위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사업계획서 완성에 남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4개층에 걸쳐 충분한 매장규모를 확보할 수 있는데다 대형 버스 100대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입지규제최소구역 지정을 통한 고밀도 개발이 추진된다는 호재도 있다.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없는 현대산업개발과 마땅한 입지가 없어 고민하던 호텔신라는 각 사의 약점을 보완할 절묘한 합작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갈 기회를 잡았다.

한화갤러리아는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입성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제주국제공항에 임시매장을 오픈한지 1년만에 흑자를 낸 실적과 경험, 갤러리아백화점의 명품 운영 노하우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정한 현대백화점은 유일하게 강남 지역을 사업후보지로 정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강남과 강북에 적절하게 매장을 분배한다는 '지역 안배론'이 정말로 현실화된다면 매우 유리한 입지다. 하지만 반대로 강남 지역에 후보지를 정한 경쟁사 없이 특허를 따낼 경우 '입지 특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특히 선정 과정에서 2개 뿐인 대기업 면세점 특허를 꼭 강남에 하나를 줘야하느냐를 놓고 타당성 측면에서 경쟁사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코엑스를 비롯한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와 강남은 문화유적지 등의 관광자원이 풍부한 강북지역보다는 외국인 관광객이 덜 찾는 지역이다.

2013년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외국인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위 10위권 중 강남지역은 롯데월드 1곳에 불과했다. 이 조사가 강남지역, 명동, 동대문, 이태원, 신촌, 코엑스, 롯데월드, 가로수길 등을 포함해 서울 지역 19곳 중 방문한 곳을 모두 선택하는 방식임을 감안하면 강남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수는 강북에 비해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강남지역을 후보지로 정하는 기업이 한 두 군데는 나와주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중 설립 예정인 면세법인 설립 지분 참여자를 물색하고 있다. 현재 참여가 확정발표된 곳은 모두투어 한 곳으로 모두투어를 통해 관광객 집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 본점 유치 '마지막까지 신비주의'

신세계는 장재영 백화점 사장이 5월말이나 6월초에 입지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막판까지 사업 후보지를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구 충무로 본점과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강남점을 두고 저울질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본점으로 무게중심이 기울고 있다. 본점으로 사업후보지를 정할 경우 남대문시장 활성화라는 명문도 내세울 수 있는데다 강남점에 비해 매출이 좋지 않은 본점의 매출과 집객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버스 주차장소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히지만 인근 남산 일대 주차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호텔롯데, SK네트웍스 "수성이 관건"

호텔롯데와 SK네트웍스는 신규 특허보다는 기존 사업 특허 수성에 더욱 신경이 곤두서 있다.

호텔롯데는 소공동 본점, 잠실 월드타워점, 삼성동 코엑스점 등 현재 6곳인 서울 시내 면세점 중 절반인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오는 12월 까지 만료되는 본점과 월드타워점 특허를 수성해야 한다. 신규사업지로는 동대문, 김포, 신촌, 신사동을 고려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운영 중인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도 오는 11월 특허가 만료돼 곧 재선정을 앞두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서울 서북 지역인 신촌·홍대와 SK 소유 건물들이 있는 종로 지역을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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