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공고에 따른 지역 경제 타격, 청산 우의
근로자들, 순탄한 매각에 따른 경영 정상화 기대

2009년 이어 또다시 위기... 불안 심리 가중
이직 염두에 둔 직원들, 연령대별 대처 방안 달라

쌍용의 앞날에 지역 경제 ‘생사고락’ 같이해
HAAH오토모티브 외에 국내 중소 전기차업체 인수 의향 밝혀

 

지난 6월 28일 회생 절차를 밟는 쌍용차가 매각 공고를 내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한영회계법인은 이날 쌍용차 인수·합병(M&A) 공고를 내고 매각을 본격화했다. 지난 29일 쌍용 평택 본사는 인적마저 드물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사진=원금희 기자

지난 6월 28일 회생 절차를 밟는 쌍용차가 매각 공고를 내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한영회계법인은 이날 쌍용차 인수·합병(M&A) 공고를 내고 매각을 본격화했다.

앞서 지난 2009년 쌍용차는 첫 법정관리에 들어가 대대적인 정리해고 등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청산 가치 우의’라는 조사보고서 내용이 시중에 알려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쌍용차는 29일 입장문을 통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 후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인수·합병(M&A) 추진이 결정돼 ‘인가 전 M&A(기업의 인수·합병)’를 진행하는 쌍용차의 현 단계에서 계속 기업 가치와 청산 가치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쌍용차 관계자는 “시장에 떠도는 ‘청산가치 우의’는 정확한 조사 자료가 아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 되면서 직원들은 물론 수많은 협력업체가 힘들어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쌍용차 구입 고객들도 미심쩍은 마음에 구매를 미룰 수 있는 등 불안감이 확산 될 소지가 있어 매각 공고 후 바로 입장문을 내고 청산에 대해 선을 그었다”며 “지금 쌍용차는 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나가고 있다”며 회생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4,700여명 직원들은 뒤숭숭한 회사 분위기속에서 구조조정 및 이직에 대한 염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년째 근무 중인 30대 후반 김 모씨(남, 35)는 “회사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 돼 있지만 아직은 사내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직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지만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해 새 일자리 찾기는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도 어리고 어째든 쌍용차가 이 위기를 잘 모면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매각 협상 시 우리 회사가 회생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이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26년째 쌍용맨으로 살아간다는 50살 최모(남. 50)씨는 “지금의 현실이 어렵고 불안하다.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 2월부터 2달 간 급여의 50%가 체납되기도 했다. 솔직하게 우리 연령대는 새 직장 찾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 학비에 생활비, 노후준비까지 여러 가지 고민이 많다. 현재 기술 자격증을 취득하러 다니는 동료들도 꽤 있다. 아무래도 청산 가치가 높다는 결과치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듯 하다”며 불안한 속내를 비췄다.

그는 “12년 전 회사가 처음 법정관리에 들어 갔을때 대대적인 정리해고가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니 그때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나이도 들고 코로나19로 무척 힘들어진 상황에서 모든 여건이 불리하기만 하다. 새 경영진을 만나 다시 한번 의욕적으로 일하고 싶다”고 지금의 심경을 전했다.

이와 함께 5년째 근무 중인 60대 강모씨(남, 62)는 “늦은 나이지만 일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맘이 뿌듯했다. 지금 회사의 앞날이 불투명해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 회사의 방향이 정해지면 살길도 열리지 않겠나 싶다. 나이가 많아 이직은 힘들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지켜보는 방법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전했다.

이렇듯 쌍용차 직원들은 연령대별로 지금의 상황을 체감하는 온도차가 달랐다. 각자의 위치와 처한 환경에 따른 위기 극복의 방법도 차이가 났다. 하지만 회생이든 청산이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놓인 직원들의 얼굴에선 두려움이 묻어났다.
 

쌍용 사태는 직원들을 비롯한 협력업체와 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0개 점포로 이뤄진 상가 한동에는 미용실과 식당을 제외한 모든 점포에 ‘임대구함’이란 빛바랜 종이가 너덜너덜 붙어 있었고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원금희 기자

용 사태의 파급효과... 지역경제는 물론 협력업체도 생사고락 같이해

쌍용 사태는 직원들을 비롯한 협력업체와 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회사 바로 앞 상가는 거의 텅텅 비어 있는 상태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10개 점포로 이뤄진 한동의 상가에는 미용실과 식당을 제외한 모든 점포에 ‘임대구함’이란 빛바랜 종이가 너덜너덜 붙어 있었고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쌍용차 인접 거리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며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여, 58)사장은 “쌍용 사태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엎친데 덮친격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곳 상가의 대부분 사람들은 벌써 자리를 떴고, 그나마 우린 배달 장사로 근근히 생업을 유지하고 있다. 막상 배달을 하고 보니 재료비와 인건비도 많이 들고, 힘도 더 들고, 그래도 먹고사는 일에 급급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마저도 손을 놓으면 생활이 막막해져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고 있다”며 그늘진 얼굴로 한숨을 내셨다.

이어 “쌍용의 앞날에 우리 상인들의 생계가 달렸다. 지금 쌍용차 내부 사정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다. 직원들의 외부 출입이 거의 없어 장사고 뭐고 되는 일이 없다. 여기 직원들과 가족들이 이 지역의 큰 소비주체인데 지갑을 열 수 가 없어 우리 상인들의 시름도 깊다. 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스럽지만 해답을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 했다.

한편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같이 보내고 있는 쌍용차 협력업체를 위해 지난 6월 2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경기도, 신용보증기금과 업무협약을 맺고 유동성 지원을 위해 250억원의 추가 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기존 약 250여개 1차 협력사 대상에서 2차 협력사까지 지원 범위를 넓혔다. 아울러 쌍용 위기로 인한 일시적 경영 악화로 대출 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기업들도 지원받을 수 있게 매출 감소 등에 대한 심사요건도 완화했다.
 

지난 6월 28일 회생 절차를 밟는 쌍용차가 매각 공고를 내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쌍용차 정비소 전경. 사진=원금희 기자

유력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 외 국내 중소 전기차업체 등 쌍용차 인수 의향 밝혀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은 쌍용차는 올 4월 15일 또다시 법원의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기준 쌍용차 납품업체는 219곳이며, 이들 업체가 쌍용차에 납품한 금액은 1조8000억원이었다. 부품 납품 대가로 지급한 어음은 약 2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직원들은 11년만에 다시 구조조정 위기를 걱정 해야할 처지다. 쌍용차는 회생에 힘을 실고 있지만 혹 청산 절차가 진행될 경우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2만 명이 넘는 실직자가 발생하고, 700∼800개에 이르는 협력업체가 줄도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가운데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서경환 전대규 김창권 부장판사)는 쌍용차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간을 오는 7월 1일부터 9월 1일까지로 변경했다.

현재까지 쌍용차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은 HAAH오토모티브와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차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력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 외에 국내 중소 전기차업체 등이 인수 의향을 밝힌 상황에서 실제 쌍용차의 순탄한 매각과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국가손해배상 사건 소취하 철회 촉구 결의안 발의 기자회견이 2020년 9월 21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렸다. 사진=김주현 기자

[시사경제신문=원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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