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개 대학, ‘시니어 모델 연기 과정’ 개설 밝혀

영화 ‘몽정기’ 감독 정초신, 시니어 모델 기획자로 변신. 사진=정초신 영화감독

“꿈에서는 해도 되지요?”라는 발칙한 카피로 2002년도에 이미 레트로 감성을 공략했던 영화 “몽정기”의 감독 정초신(59)은 다시 “이제는 꿈 깨세요!”라는 발칙한 카피와 2022년을 향한 뉴트로 감성으로 시니어 모델이라는 신세계를 일구는 중이다.

“아무리 치열하게 살다간 인생이라도 역사 속에 떨어지면 단 한 줄로 끝난다. 나는 ‘시니어 모델 정초신’이 아니라, ‘영화감독 정초신’으로 죽을 것이다”

왜 영화를 떠나 런웨이로 갔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 감독은 “영화 속에 단 하루도 머문 적이 없었듯이 영화 밖으로 단 하루를 떠난 적이 없었다”면서 “충무로에 사는 모든 영화인처럼 자신도 영원히 안주하지 못하는 방랑자”라고 웃으며 말했다.

영화와 런웨이를 정의해 달라는 주문을 하자, 정 감독은 “영화는 2시간 동안 꿈꾸는 행복한 오락이고, 런웨이는 2분 동안 누리는 황홀한 쾌락”이라고 답했다.

어느 날 모든 사람이 말하는 인생 이모작을 생각하다가 시니어 모델을 선택했다는 그는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처럼 정신적 탐닉과 육체적 곤비를 동시에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델과 패션에 관련된 85권의 책을 읽고, 몸무게를 17킬로 감량해 시니어 모델계로의 입성을 준비했다. 인생 이모작이라면 첫 번째 농사를 짓기 위해 쏟아부었던 노력의 4분의 1은 해주는 것이 예의라는 평소의 소신대로 2년을 차곡차곡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모델을 “무대 뒤에서 준비하고 있는 혀가 타들어 가는 긴장과 무대로 나갈 때의 가슴 터지는 환희, 그리고 뒤돌아 퇴장할 무렵의 다리가 풀리는 카타르시스가 런웨이의 이데아”라며 엄지를 치켜세운 정 감독의 모델로서 첫 시도는 작은 에이전트 오디션이었고 결과는 낙방이었다.

두 번째 도전도 선발대회 참가, 역시 낙방. 11번째 지원 끝에 정 감독은 대구 패션쇼에 합격했다. 정 감독은 10전 11기의 성공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지원자가 적어서 전원 합격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기억에 남는 오디션 질문이 뭐냐고 물었더니, 정 감독은 “‘평생을 오디션만 하다가 오디션을 받으니 기분이 어떠냐’는 것이었고, 평생 갑질했던 벌을 모아서 받는 모양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대구 패션쇼를 시작으로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담 축하패션쇼를 거쳐 더룩오브더이어코리아 클래식 대회에서 더룩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시니어 모델 질주는 계속됐다.

 

영화감독 겸 나사렛대학교 평생교육원 시니어 모델연기과정 정초신 주임교수. 사진=정초신 영화감독
영화감독 겸 나사렛대학교 평생교육원 시니어 모델연기과정 정초신 주임교수. 사진=정초신 영화감독

정 감독은 어느 날 갑자기 런웨이를 멈추고 나사렛대 평생교육원에 시니어모델연기 과정을 개설하면서 그는 시니어들에게 “이제는 꿈 깨세요!”라는 카피를 던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꿈으로만 간직했던 다른 사람들의 꿈을 깨워주는 일을 시작했다”며 나사렛대에 이어 안양대, 국제대, 오산대 평생교육원에 시니어모델과정을 개설하고, 하이엔드 시니어모델을 위한 특별 과정인 로프트 프로젝트, CBS방송 문화센터에는 세계 최초로 모델선교단을 창설시켰고 말했다.

정 감독은 시니어 모델과정을 수료한 모델을 강사로 임용함으로써 누군가의 인생 이모작도 성공시켰다.

그는 일반 아카데미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이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인정하는 진정한 시니어모델 강사 자격증 발급을 올해 안에 실시할 예정이며, 시니어 비치웨어 콘테스트, 서미트모델 선발대회, 전국 시니어모델 단체 대항전 등등 여러 개의 대규모 시니어대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UUK상 수상자 정초신. 사진=정초신 영화감독

정 감독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 감독은 쇠락한 한국 패션계를 부활시킬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모아 밀라노 포럼을 만들고, 시니어모델 워킹을 배드민턴이나 라인댄스처럼 국민체육으로 발전시켜 모든 문화센터에 보급하고, 서울패션위크에 비견할만한 대형 패션위크를 조직하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방대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델학 박사 학위가 필요할 것 같다며 읽고 있는 40여 편의 논문을 내보인다.

귀천도와 미스터콘돔, 할렐루야, 퇴마록, 엑스트라 등 5편의 영화를 프로듀싱하고 자카르타, 몽정기1, 남남북녀, 몽정기2, 미스체인지 등 5편의 영화를 감독한 정초신은 앞으로 10개의 대학에 시니어모델과정을 개설하고, 10개의 시니어대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생의 모토가 ‘모두가 멈춰선 곳에서 다시 출발하라’라고 말하는 영화감독 겸 시니어 모델 정초신, 그의 행보가 어디까지 향할지 기대된다.

[시사경제신문=김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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