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SK의 승리로 마무리” vs LG엔솔 “억지 주장”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 결과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조바이든 공식 트위터 캡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 결과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패배한 SK이노베이션이 최근 ITC에서 유리한 예비결정을 받은 분리막 특허 소송을 앞세워 "사실상 SK의 승리로 마무리되고 있다"고 신경전의 포문을 열었다. 이에 LG도 SK가 억지 주장을 편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배터리 일체에 대한 10년 미국 내 수입 금지 명령’을 조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한은 오는 4월 11일이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ITC의 결정이 확정된다.

6일 SK이노베이션은 보도자료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분리막 특허 소송전이 국내에서 시작된 이래 10여 년 만에 사실상 자사 승리로 마무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에서 처음 제기한 분리막 특허 소송은 2013년 SK이노베이션이 승소했다. 당시 양측은 '동일한 건으로 향후 10년간 국내외에서 쟁송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2019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ITC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상대로 특허 침해를 추가로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특허에 대한 한국 소송에서 무효 판결을 끌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ITC에 특허 무효·침해를 주장했다. 최근 ITC는 4건의 소송 특허 중 3건은 무효, 1건은 비침해 예비 결정을 내렸다.

ITC가 예비결정에서 SK의 손을 들어 준 데 대해 SK이노베이션은 "SK의 기술이 LG의 특허와 다른 독자적인 기술이라는 것이 공인됐다"며 "자사가 패소한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기술에 대한 실체적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LG가 제기한 특허소송은 '발목잡기'"라며 "한국에 이어 미국까지 분리막 특허 소송이 10년 동안 진행됐으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끝까지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측 입장 발표에 대응해 LG에너지솔루션은 "SK가 다급함과 초조함을 반영하듯 여전히 자의적이고 투박한 자료를 여과없이 표출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내용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SK이노베이션은 판결기관인 미국 ITC에 대해서조차 투박하고 극단적인 SK이노식 조변석개(朝變夕改)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SK가 지난 2월 10일 최종결정이 난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만을 인용했다'고 원색 비판을 하다 특허침해 예비결정이 나오자 'ITC 결정을 환영하다'며 ITC 찬사 일색으로 입장을 급선회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행동인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하면서 "SK는 특허 소송 예비 결정을 마치 분쟁이 승리로 마무리된 것처럼 표현하며 판결 내용을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있다"며 "2년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동일한 억지 주장을 펼치는 SK의 행태가 발목잡기"라고 주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는 후발주자로서 빠른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술을 탈취해 갔다면 이를 인정하고 배상을 통해 정당하게 사업을 영위할 방안을 찾는 것이 순리"라며 "당사는 SK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며 합의의 문을 열어놓고 있는데도 해결보다는 상대 비방전에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기술 탈취가 명백히 밝혀진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조지아주 공장을 볼모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철수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자동차 고객과 협력업체들까지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의 ESG 경영에 맞는지를 되돌아보라"고 주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끝으로 "기술을 탈취해 간 것이 명백히 밝혀진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조지아주 공장을 볼모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철수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으며 자동차 고객은 물론 협력업체들과 직원들까지 불안에 떨게 하는 행동이 글로벌 기업의 ESG경영에 맞는 것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지에서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데, 거부권을 쓰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철수하게 되면 오히려 중국에 대한 배터리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 "그동안 조지아 공장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투자 규모 3조원를 넘어서는 5조원을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며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SK 배터리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시사경제신문=서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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