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주총서 현대차그룹 세대교체 마침표...지배구조 개편 급선무

(좌)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우)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4일 개최된 현대모비스 제4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3세 경영시대를 열었지만, 앞서 매듭짓지 못했던 지분 정리가 발목을 잡았다.

그동안 정 명예회장은 유일하게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을 유지해왔다. 당초 정 명예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였지만, 지난해 10월 아들인 정의선 회장에게 총수 자리를 넘기면서 임기를 끝까지 유지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면서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은 정 회장 체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회장이 3년 전 매듭짓지 못했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지분승계 문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3년 전 정 명예회장과 당시 부회장으로 있던 정 회장은 한 차례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했지만, 헤지펀드 엘리엇과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개편안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한 후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것이 핵심이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모비스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기아차·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하는 것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 회장의 주력사 지분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정 회장은 가장 많은 지분 23.2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하면 현대차 2.6%, 기아차 1.7%, 현대모비스 0.3%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순환출자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지분은 현대차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인데, 해당 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차(17.28%)→현대모비스(16.53%)→현대차(33.88%)→기아차 △기아차(17.27%)→현대제철(5.79%)→현대모비스(16.53%)→현대차(33.88%)→기아차 △현대차(4.88)→현대글로비스(0.69%)→현대모비스(16.53%)→현대차 △현대차(6.87%)→현대제철(5.79%)→현대모비스(16.53%)→현대차 총 4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지배구조가 꼬여있는 상태다.

재계는 다가올 지배구조 개편 역시 지난 2018년처럼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해 두 법인 모두 상장을 유지한 뒤 정 회장 등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현대모비스 모듈·AS 사업부문 지분을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투자부문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를 각각 인적 분할해 3개 투자부문을 합병,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15일 정 회장이 수소경제위원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답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주력사 지분을 증여받는 동시에 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동시에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끊어내지 못했기에 현대차그룹에게 순환출자 고리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앞으로 이 묵은 숙제를 '정의선 회장표' 현대자동차그룹이 어떻게 잘 풀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사경제신문=김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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